우리나라 직장인이 직장에 얼마나 만족을 할까? 사실 제대로 만족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늘 자기가 오르는 산이 다른 산보다 높다고 한다면 늘 자신이 지금 가장 어려운 상황이고, 일하는 만큼의 대접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할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한다. 그런데 직접 자기 직장 내 문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통해 맺어지는 갑과 을이라는 관계가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면, 그것도 참 답답한 일이 아닐까? 오로지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는 것이 직장인데, 갑이냐 을이냐에 따라 직원의 직장만족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면 이건 뭔가 불공정하거나 불평등한 일이 아닐까? 실제 최근 보도에 따르면 9월 25일 취업포털 커리어가발표한 9월 20일부터 23일까지 4일간 직장인 89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업무 위치별 만족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가 그런 사실을 잘 보여준다.
조사결과 갑의 위치에 속한 직장에 다니는 사람은 33.4%, 을의 위치에 속한 직장인은 그 2배쯤 되는 66.6%라고 답했다고 한다. 글쎄 이거야 설문조사 자체가 아주 정밀한 조사는 아닐테니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겠으나, 세부적으로 갑에는 대기업(46.8%)과 공기업(30.0%)이 주를 이루었고, 을에는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71.2%)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하니, 어느 정도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만족도 조사 결과는 을의 위치에서 있는 직장 직원의 직장만족도는 평균 35.4점으로 갑에 속하는 직장에 다니는 직장인의 만족도 60.3점의 약 절반 정도에 그쳤다고 한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많은 직장인이 갑과 을 관계 속에서 을 직장인은 뭔가 불리한 조건에 놓인 것임을 확인시켜 준다. 갑과 을은 어떤 관계인가? 앞으로는 어떤 관계이어야 할까? 생각해 볼만한 조사라고 생각한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을의 입장에서 무엇이 힘든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32.4%가 ‘상대의 비위를 맞춰야 할 때’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어서 ‘내 스케줄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을 때’(26.4%), ‘갑의 지시를 무조건 따라야 할 때’(24.9%), ‘갑이 나에게 반말이나 막말 등으로 무시할 때’(13.6%), ‘갑에게 과도하게 친절하게 대할 때’(10.4%), ‘업무 외에 사적인 일까지 대신 해줄 때’(10.3%), ‘원치 않는 접대를 해야 할 때’(9.4%) 순으로 답했다고 한다. 대체로 업무내용보다는 업무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질 수 있는 태도나 관계에 만족도가 좌우되는 것이라 생각된다. 반면 갑 위치 직장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은‘내 마음대로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다’(35.0%), ‘남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33.2%), ‘업무 외의 일도 남이 처리해줄 때가 있다’(22.9%), ‘식사비나 술값 등을 낼 필요가 없다’(9.9%), ‘특별한 장점은 없다’(9.0%) 순으로 갑의 장점을 말했다고 한다. 역시 계약의 내용이 아니라 사람간 관계가 중요한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갑을 대리하는 갑의 직장인의 태도에 따라 을의 만족도가 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현실이 이러다보니 가능하면 갑과 을 관계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도 일을 해 낼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래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계약과정을 모두 컴퓨터로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니 인간적으로 불만이 커지게 되고, 그래서 75.5% 정도가 을이라는 위치 때문에 이직이나 전직을 고려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만족도가 낮은 을 직장인 입장에서는 어찌되었든 갑, 정확하게는 갑 직장의 직원에게 잘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설문에서도 갑에게 잘 보이는 노하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42.7% 정도가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안부전화나 이메일 등으로 자주 연락한다’(44.9%), ‘갑의 취미를 공유하거나 함께 한다’(31.5%), ‘경조사를 챙긴다’(23.6%), ‘업무 외에 사적인 심부름 등을 자주 해 준다’(22.0%), ‘아부 등 상대가 기분 좋아할만한 언행을 한다’(15.7%), ‘접대자리를 자주 마련한다’(7.1%), ‘선물공세를 한다’(5.5%) 등의 순서로 답변을 했다고 한다. 참, 씁쓸한 조사다.
대부분 직장인은 때로는 갑이기도 하고 때로는 을이기도 하지 않을까? 또 때로는 직장 내에서도 갑이기도 하고 을이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 직장에 대한 만족도는 외적 조건이 아니라 내가 얼마나 나의 역량을 발휘하여 목표한 결과를 내느냐 하는 것에 따라 좌우될 수 있어야 할텐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으니 답답할 뿐이다. 나는 어떠한가? 나는 지금 갑일까? 을일까? 실제는 늘 야누스처럼 갑과 을이 동시에 내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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