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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더 이상 도서관을 파괴하지 말아야.. 이라크 아르빌에 도서관을 선물하다

우리나라는 이라크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요청을 받아들여아르빌 지역에 군병력을 파견했는데, 연말이면 일단정해진 기한이 만료된다고 해서 완전 철수가 이야기되고 있다. 벌써 4년여 시간이 지났다. 사실 군병력 파견 문제가 당시 큰 논란을 불러 있으켰는데,그런 논란 속에서파견된 군병력이 지금도 몇 백명 이라크 땅에 남아서 대민지원을 하고 있다. 파견기한이 연장되지 않는다면 이제 군 파병 논란은 마무리될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듣고 오래 전 쓴 글을 찾아보았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이라크 전쟁이 끝났다고 한 2003년 초 문화연대 소식지였던 <문화사회>에 기고하려고 쓴 글인 것 같다. 더 이상 도서관을 파괴하지 말아야 한다. 도서관을 파괴하는 것은 사람들의 미래까지도 몽땅 없애버리는 것이다. 도서관 사람은 마땅히 전쟁은 그 어떤 이유로도 반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파병 자체는 지금도 여전히 논란거리이고, 개인적으로는 찬성하지 않지만, 자이툰 부대가 막바지에벌이고 있는여러 사업 중에 하나가 주민들을 위한도서관을 건립해 주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도서관 개관 준비를 경기도가 돕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라크를 생각하면 도서관이 파괴되었다는 것으로 마음이 아프다는 것이다. 이번에 아르빌에 건립한 도서관이 이라크 사람들에게 기쁨이 되기를 바란다.

* 이라크에서의 도서관 등 문화시설 파괴에 대한 KBS 생/방/송/세계는 지금 (KBS2TV) 2003/7/14일 방송분 -> 보기

* 아르빌 도서관에 대한 연합뉴스 영상 보도 -> 보기

* 도서관 파괴에 대한 책도 여러 권 나와 있다.

- 도서관을 구한 사서 /마크 앨런 스태머티 글ㆍ그림. 강은슬 옮김. 미래아이(미래M&B).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도서관폭격의 위협으로부터 3만 권의 책을 지켜낸 바스라 중앙도서관장 알리아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그림책.

-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 매튜 배틀스 지음, 강미경 옮김, 넥서스BOOKS, 2004.

- 도서관의 신 헤르메스를 찾아서 : 불태워진 도서관의 동서고금의 역사 / 남태우 지음, 창조문화, 2005.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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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더 이상 도서관을 파괴하지 마라

이용훈(도서관문화비평가,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운영위원)

이라크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한다. 아직도 반전의 목소리가 수그러지지 않는 가운데 전쟁의 열매를 얻으려는 이전투구 모습을 보면서 씁쓸하다. 그러나 정말 가슴 아픈 것은 전쟁의 막바지에 벌어진 박물관과 도서관 등에 대한 약탈과 이에 대한 미․영국의 방치,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사람들의 탐욕에 의해 행해지거나 방치되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남의 나라를 파괴하는 사람들에게 그 들의 역사와 문화는 존재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제국주의자들은 늘 남의 문화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거나 아니면 아예 없애버렸다. 이번 전쟁을 통해 새로운 제국은 더욱 더 그렇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라크 국민들을 해방시키고 자유와 경제적 부를 주기 위해 전쟁을 일으켰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전쟁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이라크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그 말을 믿기가 어렵다. 미국에서 자신들은 물론 인류가 축적해 온 모든 지식과 지혜, 정보와 자료들을 가진 도서관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자신들의 세상을 만들어 가는데 있어 도서관은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의 핵심적인 시설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로 도서관은 미국을 오늘날과 같이 만든 핵심적인 힘 가운데 하나로 인정되고 있다. 모든 동네에 도서관이 있어 어린이아들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을 통해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자유로운 사상과 상상력을 키우도록 하고 있다. 대학이나 연구소, 기업 등의 도서관 또한 그들의 든든한 자산이자 현실적 힘의 원천이다. 그런 미국이 정작 이라크의 자유와 경제발전을 위해 전쟁을 불사하면서 정작 이라크의 정신과 지식의 핵심기관인 이라크 국립도서관이나 대학의 도서관이 약탈당하고 불타 없어지는 것을 그대로 방치했다면 그것은 이라크 스스로의 재건과 새로운 이라크 만들기에 대해 정말 관심과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한다. 침략전쟁이 아닌 한, 아니 침략전쟁이라고 하더라도 도서관과 박물관이 파괴되는 것을 방치한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 이미 인류역사에서 많은 전쟁 과정에서 도서관, 박물관과 같은 인류의 유산이 어이없이 파괴되어 버린 것을 잘 알고 있는 우리들이 21세기에도 또 다시 전쟁을 문제해결의 수단으로 삼은 것은 정당할 수 없다.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서관인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이 이집트에서 다시 개관했다. 이 도서관은 기원 전 전 3세기에 시작해서 수 세기 동안 유지되어 오다가 로마시대 내란 등으로 인해 결국 391년 파괴되었던 세계 최대의 도서관이다. 그 후 약 1,600여년이 자난 후에 한 학자에 의해 이 도서관을 부활시키자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그 후 30년 만에 고대 도서관이 있었던 자리에 초현대식의 새로운 알렉산드리아도서관이 새로 문을 연 것이다. 개관 이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세계는 이렇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데 있어 도서관을 상징으로 한 지식과 지혜의 보존과 재현, 그리고 이 과정에서 세계 각국이 함께 힘을 모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번 이라크전쟁에서의 도서관과 박물관의 파괴행위는 이러한 세계적 노력에 치명적 손실을 입혔다. 1977년 지어진 이라크의 국립도서관도 오토만 왕조에서부터 아바스 왕조에 이른 모든 필사본을 소장하고 있는 등 고대 자료 뿐 아니라 이라크의 모든 지식자원을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이었다. 이것을 없앤 것은 이라크인 자신은 물론 세계 모든 사람들의 역사와 지식, 지혜와 자긍심을 파괴해 버린 것이다. 우리 자신도 해방과 한국전쟁 등의 혼란기 속에서 적지 않은 문화유산과 지적자산을 잃어버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실제 그 혼란의 와중에서 도서관을 지키기에 힘썼던 한 선배사서는 도서관 입장에서 전쟁은 절대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 그러한 역사적 경험과 전쟁이 가져올 폐해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무시한 채 국제정세를 이유로 이라크전쟁에 파병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전쟁을 너무 단편적이거나 외적 정세라는 지극히 불평등한 조건에 따른 것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미 전쟁이 벌어졌고 불행한 일도 일어나 되돌릴 수도 없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고 보니 솔직히 밀려오는 절망감과 무기력함을 어찌할 수가 없다. 다시금 ‘전쟁은 안돼!’ ‘박물관과 도서관을 파괴하지 말라!’ 외쳐본다 한들 이미 사라진 수 천년 역사와 함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전망을 어디서 되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좌절감의 근저에는 우리나라 도서관들의 인식과 역량이라는 현실적 한계도 있다는 점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도서관이 파괴된 이후 세계 도서관계에서는 이라크 국립도서관 파괴에 대한 많은 비판과 논쟁이 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들이 도서관 사람들에게조차 이야기되지 않는다. 너무 먼 나라 이야기쯤으로 생각되고 있는 것일까? 하긴 도서관이라고 하면 하루 종일 칸막이가 쳐진 책상에 앉아 오직 자신의 특정한 목적을 위해 몇몇 수험서나 영어책자에 파묻혀 있는 곳이라는 나라에서 다른 나라 도서관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배부른 소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라크 이야기가 그리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지금 북핵문제로 인해 사실상 위기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비록 열람실로 가득한 우리의 도서관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 세계 어디에서라도 전쟁과 파괴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 높여 외치고, 구체적으로 도서관과 박물관을 지켜내기 위한 행동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 문화연대를 통해 우리나라 문화계의 연대와 이를 기반으로 한 국제적 연대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이를 통해 더 이상은 전쟁과 파괴가 이 세계를 떠돌아다니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건 죽음의 세력일 뿐이다. 죽음 대신 평화를 불러올 수 있는 사람은 우리 자신뿐이지 않는가. 더 이상 도서관과 박물관을 죽이지 마라!!!

이번 전쟁을 보면서 한 편으로는 우리 자신의 문화적 역량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이번 전쟁과 파괴가 우리에게 자칫 우리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으려면 전쟁을 억지할 수 있는 힘을 가져야 한다는 결론에 치우치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전쟁을 수행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들, 민족, 국가, 종교들 사이의 대화와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있는 이성적이고 문화적 역량이다. 다만 이번 이라크에서의 도서관, 박물관 파괴는 이러한 역량의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또한 우리들이 그것들의 중요성을 또 얼마나 제대로 모르고 있었는가를 알게 해 주었다. 한 순간 사라져 버린 수 천년 역사와 문화를 보면서 이의 보호와 공유를 위한 노력이 또 얼마나 절실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오늘 이 순간 우리는 우리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역사와 문화의 훼손을 발견하고 이를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 도서관에 있어서도 열람실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정보의 공유, 알 권리와 스스로 학습할 권리의 문제, 그리고 정보격차 해소의 장이면서도 문화와 자치의 핵심적 기반시설이라는 사실을 바탕으로 도서관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래야 이 땅에서 사라져 버린 이라크 국립도서관이나 국립박물관이 남긴 유언과 교훈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헛되게 하지 않는 길일 것이다. 더 이상 이 세계에서 박물관과 도서관이 허무하게 파괴되고 사라져 버리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전쟁으로 파괴된 도서관 목록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모든 도서관에서는 이를 활용해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약탈의 생생한 상처를 잊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돼! 더 이상 도서관을 파괴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