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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자

신라토우...

오늘(10/18) 가을독서문화축제 행사장에 갔다. 행사장소가 마침 국립중앙박물관이어서 오후에 시간을 좀 내서 오랜만에 박물관을 구경했다. 5월 1일부터인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표소에서 무료로 입장권을 받아 들어갔다. 넓은 홀은 사람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별히 무엇을 보겠다는 목적이 없으니 그저 편하게 둘러 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새롭다. 사실 너무 볼 것이 많아 어떤 것을 집중해서 보기가 쉽지 않다. 국가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니 그럴만도 하겠다 싶기도 하고, 또 너무 거대한 것들은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하고, 그래서 전체를 제대로 볼 수 없게 하는 단점도 있다고 생각된다. 각설하고..

다시 신라토우를 보니 너무 좋다. 그 마구 만든 것 같은 흙 장난감이 주는 가슴떨림은 처음 토우를 직접 본 이후 늘 그렇다. 새로 옮겨온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토우도 당당하게 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신라사람들의 자연스러움.. 봐도 봐도 지치지 않는 그 자연스러움이 가득 담긴 자그마한 토우.. 전시창 너머로 보고 있자니, 몸과 마음이 다 풀어진다. 가능하다면 마냥 그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싶을 정도다. 다른 좋은 문화재도 많지만, 나는 이 토우 하나를 보기 위해서라도 다시 또 박물관을 찾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너무 오래 토우를 잊고 있었다. 오늘 솔직히 말하면 책을 본 것보다 토우를 다시 본 것이 더 좋았다. 책들아 미안.. 흙으로 만든 책에게서도 이런 느낌을 가질 수 있겠지? 그럴 수 있을까?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 긴 세월을 지나고서도 토우는 지금 나에게 사는 법을 말해주고 있다. 힘빼! 어깨에 힘 주지 말고...


전시하는 방식도 재미있다. 허리를 구부리고 조그많게 난 유리 너머를 주시하지 않고서는 토우를 볼 수 없다. 차라리 앉아 보게 했으면 더 좋았겠다.. 아니면 같이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게 하든가...









사랑하고 태어나고 그리고 삶을 살다가 죽음이다. 하나의 토우가 죽음을 말해주고 있다..


죽음... 결국 모든 것은 죽기 때문에 살아있다는 것이 고맙고 행복한 것이 될 것이다. 죽지 않고서야 삶은 너무 지루하지 않을까? 그리고 죽음이라는 단절을 통해 사람들은 서로를 더욱 더 생각하고 아끼게 되는 것이 아닐까? 죽음이라는 무거움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다시 시작된다는 것을 정말 몸으로 가슴으로 알 수 있다면, 그렇게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살아야 할 이유로 삼고 진솔하고 진지하고 그러면서도 홀가분하게, 물처럼 자연스럽게, 과욕부리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평화롭게 살아 갈 수 없을까... 작은토우 하나에 지구보다 더 큰 침묵과 이야기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