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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즐기자

간송미술관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대전을 다녀왔다

<출처 : http://www.women.or.kr/herstory/WomenArt/chosun/image/shinyb1.gif>

<미인도>의 인기는 대단하다. 평일임에도 간송미술관보화각(葆華閣)에는 사람들이 밀려들었다. 물론 그 많은 인파 속에 나도 있었다.간송미술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일제 시대 간송 (澗松) 전형필 (全鎣弼.1906~62)이 사재를 털어 문화재의 해외반출을 막았고, 그 때 수집한 미술품들을 보관하기 위해 1938년보화각이 그 전신이다. 이번에 간송미술관이보화각을 세운지 70주년을 맞아마련한 매우 특별한 전시를 마련한 것이다.간송미술관은 봄과 가을에 각각 한 번씩 1년에 딱 두번 문을 열고 소장품의 일부분을 보여준다. 나도 몇 년 전부터는 간송미술관이 전시회를 열 때마다 가 보았는데, 이번처럼 사람이 많은 적이 있었나 싶다.이번에는 관람객이 정말 많다.신윤복의 <미인도>는 2006년 봄, 간송 탄생 100주년 기념전시 때에도 공개된 적이 있었는데,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그 때에도 이번처럼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이번에는 최근 많은 인기를 끈 <바람의 화원>이라는 책과 한 방송국에서의 드라마 방송, 그리고 곧 개봉하는 영화까지, 신윤복이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전시회가 열려 아마도 열기가 더한 것은 아닌가 모르겠다. 방송 보도를 보니 지난 주말엔가에는 하루동안 무려 몇 만명이나 찾았다고 한다. 10월12일 전시가 시작되었는데, 벌써 십만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하는데, 전시를 끝내는 26일까지는 20만명 정도가 찾을 것이라고 예상한다고.. 미술관 개관 이래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찾은 것이 아닐까 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말에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해서 나도 이번에는 평일 오후 휴가를 내고 찾아갔는데도 2-30분은 기다려서 겨우 보화각에 들어갈 수 있었다. 들어가서도 제대로 작품을 보기가 어려웠다. 휴.. 내가 조심스러웠는데, 미술관 연구자들이나 직원들은 밀려드는 관람객에 고생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이번에는 우리나라 중요 문화재를 꽤 많이 소장하고 있는 간송미술관의 좁은 건물과 낡은 시설에 대한 우려도 많이 제기되는 것 같다. 이제 간송미술관은 개인 미술관이 아니라 우리나라 공공재로서의 역할이 더 요구되는 것 같다. 물론 개인의 노력에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이고, 잘 논의해서 좀 더 좋은 시설과 설비를 갖춘 더 나은 보존 또는 전시공간을 확보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회에는조선 초∼조선 후기의 명품 서화 100여 점을 한꺼번에 내 보였다. 겸재 정선, 단원 김홍도, 추사 김정희, 현재 심사정, 표암 강세황, 백곡 김득신 등 조선을 대표하는 서화가들의 대표 작품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기회도 그리 흔치 않을 것이다. 신윤복의 <미인도> 못지 않은 작품들이 다수 전시되었는데, 어쩌다 <미인도>에 사람이 더 많이 몰린 것 같다. 미인에 눈길이 더 가는 것이야 어쩔 수 있겠는가. 나도 2006년 전시 때 본 것 같은데, 다시 보아도 여전히 '미인/이다. 아무튼 어느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시를 보는 것으로조선 미술사 500년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자세히 볼 수 있었다면 정말 조선시대 미술을 제대로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제 며칠 있으면 전시된 작품들은 다시 보화각 안에서 쉴 수 있을 것이다. 잠깐만 볼 수 있어 아쉬운 것은 도록(澗松文華)으로 달래기 위해 전시를 보고 나오는 길에 한 권 샀다.(2만원) 전시에 나왔던 작품 사진과 자세한 설명이 있어 나중에라도 차분하게 전시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도록으로 위안을 삼기로 했다.

10월 20일(화) 오후 간송미술관을 가기 위해 대학로에서 택시를 탔는데, 택시기사분이 간송미술관을 잘 모른다고 하신다. 그래서 길을 알려드리고 가면서 전시회에 대해 알려드렸다. 주로 택시를 몰고 있어 라디오를 많이 듣는데, 라디오로는 그림을 접하기 어려워서 그림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고, 그래서 미술관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그래서 종종 이런 분들을 위해 미술관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도서관들도 사정이 비슷하다면, 역시 도서관에서도 종종 특별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도서관을 찾을 수 없이 바쁜 분들에게도서관을 이해하고 또이용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아래) 간송미술관 앞 큰 도로 가에 핀 나팔꽃. 요즘 제대로 보기 어렵다. 반가워서 찍어 두었다.


(아래) 보화각에 들어가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보화각 뒤편 대나무를 찍었다. 얼마나 저곳에 서 있었을까? 여전히 푸른 잎들을 가득 매달고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래) 보화각 마당에 서 있는 나무. 복잡하게 얽히 가지들도 제 나름 자라가는 방향이 있을 것이다. 그 얽힘에 내 마음과 눈길도 얽혀 버렸다.



(아래) 입장을 기다리는데, 벌은 아랑곳 없이 꽃을 찾아 분주하다.

(아래) 역시 보화각 마당 어느 나무의 무상한 표정.

(아래) 보화각 벽면에서 시들어 버린 넝쿨. 70년을 이어왔을까? 그렇게 말라버린 잎새에 바람도 조용하게 지나간다.

(아래) 보화각 1층 전시장을 바깥에서 들여다 봤다. 사람들은 그림 앞에서 떠날 줄 모른다. 정체.. 관람하는 것도 정체되고 있었다.

(아래) 2층 창을 올려다 보았다. 파초 잎 위 전등빛이 부드럽다.

(아래) 미술관 들어서는 마당에 있는 간송 전형필의 동상.. 이렇게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래) 굳이 이름을 알지 않아도 예쁘다. 보화각 앞에 핀 꽃.

(아래) 간송 흉상 옆 쪽에 서 있는 돌탑에 새겨진 문양이다. 무슨 문양이지? 난 개구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아래) 위 돌탑 옆에 있는 불상 좌대 한 쪽 벽면에 새겨진 모양. 세월도 씩씩함을 지우지는 못한 것 같다.

(아래) 출입금지 표지 때문에 더 가까이 가지 못했다. 돌사자상인가? 너무 예쁜 표정이다.

(아래) 거의 5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도 사람들은 미술관 입구까지 길게 줄을 섰다. 아마도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보화각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내용이 좋으니 기다려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