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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서울의 낙산을 오르다

서울의 낙산을 올랐다. 사실 누군가 살고 있는 삶의 공간을 별 이유도 없이 들어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오늘은 우연히 대학로에서 30-40분 정도 여유시간이 생겨서 평소 자주 대학로에 갔어도 제대로 가 오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 낙산을 올랐다. 조심스럽게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러나 그 대부분을 여기에 올리기가 그렇다. 그냥 낙산을 올랐다는 것을 기억하기 위해 몇 장의 사진을 남긴다.

(아래)쇳대박물관 전면 벽면. 쇠에서 나무가 자라고 꽃이 핀다. 세월에 녹이 붙을 수록 꽃은 더 선명하게 존재한다.


(아래) 어느 일반주택에 자리잡은 연극연습실 문. 무대가 아닌 연습공간, 그것도 닫혀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과 소통하고자 한 것이 새롭게 다가온다. '사이'... 뭔가의 사이에 우리는 무엇을 채워두고 있는가... 적당한 사이는 중요하다. 그리고 그 공간은 여유와 공백으로 채워야 한다. 그리고 때론 침묵. 그냥 지켜보기.. 그런 것들이 있어야 사이를 둔 양 쪽 모두 숨을 쉬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아래) 지붕 위에도 소박한 일상을 키우고 있다. 지붕 너머는 그대로 하늘이다. 하늘과 사람의 일상은 그렇게 맞닿아 있다.



(아래) 낙산 마을은 가파른 계단으로 서로를 연결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선들.. 그것들은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 주는 메신저일 수도 있다. 골목은 흥미롭다. 저 끝은 막혀 있을까? 아니면 다른 골목으로 연결되어 있을까? 몇 번을 올랐다가 막혀 있어 돌아 내려오기도 했다.






(아래) 좁고 가파른 골목 안에서도 사람들은 작은 여유를 키우고 있다. 날카롭지만 지조있는 난들이 골목을 카랑카랑하게 만든다.


(아래) 맨 꼭대기 집 앞에서 이제 나무는 빈 가지로 하늘에 소망을 전하고 있다. 빈 가지에도 새들이 깃들고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니 다들 날아가 버렸다. 다시 돌아올 놈들이, 좀 가만히 있어주어도 좋았을텐데..



(아래) 얼마나 정겨운가. 가파른 계단을 올랐을 누군가에게 살갑게 인사를 전하는 이 마음이 낙산 마을을 사람사는 동네로 만든 것이 아닐까...

(아래) 큰 길가로 나오니까 동네 어르신 두 분이 뭔가를 보고 질책을 하고 계셨다. 뭔가 보니까 이 안내문이었다.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것이다. 그래 문제가 생기거나 하면 도대체 어디로 연락하라는거냐고.. 그러고 보니 전화번호 같은 것은 없고, 그저 자기가 할 말만 적어둔 것이다. 어르신들은 한참을 뭐라 하시더니 자리를 뜨셨다.


(아래) 몇 년 전인가 낙산 공공미술 프로젝트라는 것이 있었다. 문화부의 지원을 받아 시행한 것으로 낙산과 그 안에 담겨 있는 마을을 새롭게 발견한 계기가 되었다. 맨 위 쇳대박물관 벽면도 그 일환으로 제작된 것일 것이다. 70명인가 예술가들이 참가한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이 벽면 그림도 그 때 그려진 것이다. 낙산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많은 글들이 있으니 검색해 보면 더 많은 사진과 동영상도 볼 수 있다. 나는 이 정도로... 오늘은 한 쪽만 가 봤기 때문에 몇 작품 밖에 보지 못했다.



(아래) 낙산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제2광장인가가 나온다. 거기서 서울시내를 내려다 봤다. 아득하게 멀다.



(아래) 낙산에는 서울 성곽이 남아 있다. 얼마 전에 복원이 된 것이라고 한다. 성벽 사이로 한성대 쪽이 아련하게 보인다.



(아래) 성곽 구멍으로 한성대 쪽을 내려다 봤다. 덩쿨만 보인다..



(아래) 낙산을 잠깐 돌아 혜화동으로 다시 내려오니까 공사가 한창이다. 또 어떤 건물이 설까.. 낮음을 견디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일까? 높아만 가는 건물 속에서 사람들은 왜소해 지는 것은 아닐런지.



(아래) 사람들이 몸을 담고 사는 집들은 알뜰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것들이 실제 일상의 만남과 소통으로도 이어지기를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