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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노동자는 책을 읽어야 한다! 도서관이 필요하다.

쿵.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요즘과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도서관이라고 하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정부는 물론 사회적 관심이 줄어들거나 공공성을 포기하고 도서관마저 시장논리로 마구 시장에 내다 파는, 사실은 경제적 관점에서 파는 것이 아니라 아예 떠넘기기라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이 시장은 정리가 안 되어 있고 허망하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던 차에, 이 기사는 나를 화들짝 놀라게 한다.

노동자는 책을 읽어야 한다!

얼마나 명쾌한가. 이처럼 명확한 문제해결 방식이 어디 또 있을까? 우리가 지나 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도서관, 특히 공공도서관은 바로 이 지점, 즉 시민혁명을 통해 권력을 확보한 시민세력들이 스스로 제대로 세상을 만들어 가기 위해 배워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만든 사회적인 공공제도가 공교육이고 또 공공도서관이다. 공교육은 주로 청소년 시기에 집중적으로 최소한의 학습을 하기 위한 제도라면, 공공도서관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누구나 필요한 배움을 스스로 해 갈 수 있도록 무료로 제공되는 사회적 배움터이다. 그런 공공도서관의 가치를 아무리 이야기해도 귀담아 듣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기업주들이 술 마시며 음담패설 할 동안, 노동자는 책을 읽자’는 북유럽 사회의 주장은 너무도 생생하다. 다시금 오래된 미래에서처럼 왜 이 땅에 공공도서관이 필요한지를 명확하게 말해 준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 근대 공공도서관 이념과 역사는 너무도 천박하다. 일본제국주의 시대를 거치면서 공공도서관의 참 의미는 공부방을 통한 ‘착한 백성’ 만들기에 필요한 기관인 것처럼 포장되고 왜곡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참다운 공공도서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최근에 들어서야 여러 도서관 부문 운동을 통해 공공도서관이 우리 사회에서 왜 필요하고 또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혁을 위해서 정말 필요한 기구라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데, 마침 이 짧은 한마디 주장은 복잡한 이야기를 모두 쓸어내고, 책 읽는 노동자를 위해 복무해야 할 사회적 제도로서의 도서관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한다.

문제는 정부정책 당국자들 뿐 아니라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가, 그리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들 자신이 도서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를 제대로 알고, 그 역할을 인정하고,제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앞으로 도서관을 중심에 두고 모두가 도서관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활발한 토론과 논쟁, 그리고 실천을 위한 노력을 만들어 내야 한다. 국회에서도 도서관 문제가 우리 사회의 근간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라도 공공도서관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어 주기를 바란다.

프레시안에서 연재하고 있는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기사는 ‘사람사는 세상’에 올려진 한 네티즌의 글을 보고 알았다. 현재 ‘협동’과 ‘코뮌’에 대해서 연재를 했다. 우리에게는 어쩌면 너무 낯설고 때로는 두려운 키워드들이다. 노동자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내용은 10월 15일 게시된 “ "'착한 정부'는 '코뮌'에서 나온다" (中)”라는 기사 중간 쯤에 나온다. 그 부분만 여기에 옮겼다. 그러나 전체 기사를 다 보아야 한다. 그러나 도서관 관점에서 보면 바로 이러한 것들이 도서관 운영의 근간을 이루는 원칙이고 이념이다. 나 자신도 너무 이런 것들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부끄럽다. 아래에 연재기사를 링크해 두었다. 모두 다 읽어보면 좋겠다. 늘 새롭게 배운다. 오늘도 그런 점에서는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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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창간 7주년 : "키워드로 읽는 북유럽"

연재를 시작하며 :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 첫 번째 키워드 :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上)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中)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下)

- 두 번째 키워드 : 코뮌

"가족 없이 늙어도, 당당하다" (上)

"'착한 정부'는 '코뮌'에서 나온다" (中)

"'인민의 집', 그들만의 천국?" (下)

"기업주들이 술 마시며 음담패설 할 동안, 노동자는 책을 읽자"


기초지방자치단체를 가리키는 행정용어 코뮌이 아닌, 작은 공동체를 뜻하는 코뮌 역시 스웨덴 사민당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스웨덴 사민주의는 노동조합과 사민당의 협력을 통해 유지된다. 이런 협력의 폭과 수준에 따라 사민주의 정치의 질이 결정된다. 노동자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지, 노동자들이 얼마나 성숙한 정치의식을 갖고 있는지가 핵심 변수라는 뜻이다.

스웨덴 사민당 정치인들은 일찍부터 이런 사실을 간파했다. 사민당 창당을 이끈 주역 가운데 한 명인 얄마르 브란팅은 스웨덴 노동자들을 정치적으로 양육해야 한다는 표현을 자주 썼다. 노동자가 자본가에게 착취당하기만 하는 상태에서 벗어나, 사회를 이끌어갈 수 있으려면 파업을 통해 공장을 멈추는 것 못지않게 정치, 문화적 실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기업주들과 유착한 보수정치인들이 막대한 자금력과 끈끈한 인간관계를 통해 권력을 유지한다면, 노동자들은 지적, 문화적, 도덕적 우위를 통해 새로운 권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기업주들이 정치인들과 술을 마시며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시간에 노동자들은 책을 읽어야 한다.

사민당 초기 활동가들이 얼핏 청교도적인 느낌을 주는 '금주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다.

"노동자가 책을 읽는 게 복지사회다"

이런 맥락에서 노동자가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 노동운동 진영과 사민당의 전략적인 목표가 됐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도서관을 늘리는 정책, 대학 입학의 문턱을 낮추고 무상 교육을 실시하며 평생교육을 강화하는 정책 등이 이런 목표와 맞물려 있다. 실제로 스웨덴에서는 노동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게 쉽다. '직장 경험'이 대학 입시 점수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대학 신입생의 연령대가 다양하다.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입학한 학생,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찾느라 한동안 방황하다 입학한 학생, 직장에서 일하다 들어온 학생 등이 뒤섞여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노동자가 정치, 문화적 실력을 키우려면 제도교육을 확충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활 속에서 늘 정치 토론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역할을 맡은 게 '노동자 코뮌'과 '인민의 집(Foljhemme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