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도서관 도서관연구소가 발행하는 웹진 최근호(Vol. 25 (2008.11.17))에서 '도서관, 경기 침체기에 더욱 빛나야 하는 공공재'라는 제목으로 동향분석을 시도한 글이 게재되었다. 제목만 봐도 주장하는 바가 명확하다. 그리고 그 이야기의 근거는 대부분 역시 미국 이야기다. 특히 새 대통령으로 선출된 오바마 당선자가 2005년 미국도서관협회 연례대회에 참석해서 "도서관은 보다 큰 세계로 연결해주는 창으로,미국이 더 욱 발전하도록 돕는 중요한 아이디어를 창안하고, 심오한 개념을 찾아 내는 장소이다”라고 연설했다는 미국 쪽 보도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점도 언급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미국도서관협회가 2008년 10월, 경제위기 시대에 공공도서관이 일하는 가정에 대한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해 1억 달러에 달하는 공공도서관 지원금을 미국의회에 요청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어떤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또는 발생하면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한다. 우리나라 도서관계가 여태까지 거의 그러지 못한 점은 반성할 만하다. 그 기사에 의하면 "미국도서관협회는 이렇게 어려운 시기일수록,공공도서관의 역할,즉 웹을 통한 직업 및 직업훈련 검색과 같은 구직활동지원, 주말 및 저녁시간대의 도서관 운영 정상화를 통한 서비스 시간 증가, 경제에 대한 정보 및 지식 활성화,중소기업지원,인터넷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서 사람들이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부각시켰다"고 한다. 언뜻 보면 뭔가 우리랑 비슷한 것 같지만, 글쎄 가장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식이 전혀 다르다. 우리도 물론 경제위기 시대에 사람들이 도서관을 많이 찾는 것 현상은 미국과 비슷하다. 그러나 도서관에 와서의 행태는 뭔가 다르다. 앞서서도 미국도서관협회가 재정지원을 요청한 서비스 항목을 보면, "웹을 통한 직업 및 직업훈련 검색과 같은 구직활동지원"이나 "경제에 대한 정보 및 지식 활성화"라든가 "중소기업지원" 같은 항목들을 보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으로서는 거의 하지 않거나 할 수도 없는 서비스들이다. 그건 우리나라 경제활동 방식과도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경제정보를 필요로 하기는 하는 건가?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공공도서관에 필요한 정보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기는 한가? 있으면 또 제대로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는 걸까? 그렇게 하기 위해서 평소 공공도서관이 준비를 제대로 해 오기는 한 것일까? 글쎄 나는 이 지점에서 선뜻 긍정적인 답을 하기가 어렵다. 몇 달 전 기업정보를 다루는 한 사단법인과 함께 그 기관이 수집한 상장회사들에 관한 정보를 수록한 데이터베이스(이용하는 가격이 연 수 천 만원에 이른다고 한다)를 공공도서관이 몇 달 간 무상으로 사용해 보고 요청이 있을 경우에는 공공도서관들이 기업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공동으로 구입하는 방식 등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그러나 공공도서관들에서 거의 호응이 없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물론 여태까지도, 그리고 현재나 장차에도 사람들이 공공도서관에서 경제정보를 요청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 짐작을 할 뿐이다. 최근 우수 운영 사례 공모에서 선정된 한 도서관은 취업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한 활동을 한 것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앞으로 이와 같은 사례들이 더 많이 생겨날 것이기 때문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들도 경제위기 시대에 사람들이 위기를 극복하는데 적극 기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믿을 수는 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 까지는 평소부터 꾸준히 관련 자료(그런데 문제는 이런 자료들은 생각 밖으로 입수하거나 사용하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도 축적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전문직원도 있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사전에 준비되지 않고서야 시민들이 원하는 정보나 자료, 또는 지원서비스를 적시에 적절하게 제공한다는 것은 그저 꿈일 뿐이다.
웹진 동향분석 자료는 계속해서 "최근의 펜실베니아 지역의 한 연구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에 1달러를 투자하면,지역사회는5.50달러의 이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플로리다 지역의 유사한 연구에서는1달러 투자당6.54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지역사회의 공공도서관에 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지역 경제에 막대한 영향력을 주고 결국 지역사회는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한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에서도 차츰 도서관의 경제적 이익 창출 효과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분석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전에 한 도서관에서 분석한 결과 아마도 2-3배 정도의 투자 효과는 나타나는 것으로 들었다. 그러나 아직 정확하게 공식적인 경제효과 분석 결과는 많지 않다. 또 분석결과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도 않다. 아무튼 도서관은 투자에 비해 일정한 경제적 효과는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결과인 것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공공도서관에 투자를 하면 몇 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것인데.. 역시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공공도서관 서비스가 100% 소장한 자원이나 인적 서비스가 아니라 일부는 그저 시설을 이용하는 지극히 사적 이용에 그치고 있고, 이러한 서비스는 새로운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민간의 경제활동을 오히려 대체하거나 공공서비스가 민간서비스와 경쟁하는 양상을 보이기까지 해서 과연 제대로 된 경제적 효과 창출로 이어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웹진 분석은 또한 "도서관은 경제 침체시기에 어떠한 문화적 자원에도 접근하기가 어려운 일반대중을 위해 지역사회의 핵심 문화센터, 평생학습의 기반시설,시민들의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가장 어두운 시기에 도서관이 지역사회가 문화적 자원을 공유할 수 있도록 힘을 쏟 는다면, 결국 이것이 다음 세대를 위한 성장 엔진의 역할을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침체기에 도서관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가 절실하며 도서관에 대한 이러한 집중적인 투자는 최종적으로 지역사회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 점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들도 조금은 자신있게 우리도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도 도서관이 문화나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적극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실제 최근 문화향수 조사결과를 보면 도서관을 통한 문화 활동 참여는 2년 전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것은 아마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문화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위안을 받거나 앞으로의 문제 해결 노력의 일환으로 활용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긴 당장의 어려움을 앞에 두고 과연 문화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앞날을 개척해 나가야 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물론 미국에서는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로서는 시민들의 문화나 교육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도 관건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예산과 인적 요소를 지속적으로 확보해서 투자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도서관계가 합심해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해서, 또는 민간부문에 대해서 이같이 어려운 경제위기 시대, 왜 도서관에 대해 투자해야 하는지, 하면 얼마나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설명하고 설득해서 도서관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고, 실제 좋은 활동을 제공함으로써 국민들이 도서관을 통해 경제위기의 시대, 위로를 받고, 또 위기를 이겨낼 자신감과 실력을 갖추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데 말을 하고 보니, 이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논쟁에 끌려드는 것 같다. 투자가 먼저냐, 투자 이전에도 먼제 실효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먼저냐.. 투자를 요청하면 투자해야 할 이유부터 대라고 하면, 과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계속 미국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제대로 준비해 오지 못했다면 지금 어떻게 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지금 공공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축소할 것이라는전망 속에서 세계적인 경제위기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아 두렵다. 그러나 더 두려운 것은 이런 때에도 우리가 이 상황을 헤쳐나갈 수단을 제대로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 또 지금에도 여전히 뭔가 힘을 결집하고 함께 헤쳐나가려는 구체적 논의나 행동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아닐까? 위기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은, 그것을 기회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축적된 역량이 있어야 가능하다. 말로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도서관 사람들이 먼저 "이 위기의 시대를 헤쳐나가는데 있어 도서관이아말로 가장 확실한 공공재"라는 점에 대해서 스스로 먼저 확신하면서 자신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더 많은 투자를 획득하고, 그것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그래서 정말 몇 배의 효과를, 경제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구체적 실천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가만히 있고서야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힘들어도 고도를 향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웹진 기사를 읽으면서 오히려 마음이 답답해 졌다. 나 자신도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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