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2008.12.4.) 경향신문1면에 내가 쓴 책 소개 글이 실렸다. 경향신문이 1면 일부를 '책 읽는 경향'이라는 코너로 할애해서 책 소개를 매일 하고 있는 것이 벌써 1년이 넘었다. 2007년까지는 '책읽기 365'라는 코너를 운영하다가 책 읽기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2008년부터는 아예 1면으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중앙 일간지가 이같은 결정을 하고, 또 1년을 꾸준히 그 뜻을 이어온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또 정말 칭찬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아침, 다양한 필자들이 전해 주는 짧은 책 이야기를 통해 하루를 조금은 더 차분하고 여유롭게, 진지하게 시작할 수 있다. 제주도에서 시작해서 전국을 돌아 올해 마지막으로 서울 지역 필자들이 지면을 채우고 있고, 나도 하루의 지면에 책을 한 권 소개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참 즐거운 경험이고, 고마운 일이다.
며칠 전 담당기자로부터 원고를 써 달라는 요청을 받고, 선뜻 쓰겠다고는 했지만, 사실 무슨 책을 소개할까 고민이 되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이 바로 소개한 책(한국 공공도서관 운동사)과 함께 '랑가나탄 5법칙'(랑가나탄 저, 최석두 역, 한국도서관협회)이었다. 사실 도서관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전세계 도서관 사서들이 늘 언급하는 도서관 철학을 담고 있는 랑가나단의 책도 좋겠다 싶었다. 특히 한 도서평론가는랑가나단의 책을 읽고 놀랍다고 했다. 도서관 분야에도 이런 책이 있는가 하고. 물론 나도 그 책을 읽고, 지금도 녹슬지 않은 날카로운 인식과 구체적인 해결방안.. 도서관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명쾌하게 말해주는 그 책에서 나름 지나온 사서로서의 내 일상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얼마나 허술한 인식을 가지고 사서 노릇을 했는지..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래도 일반 시민들에게 그 책을 소개하기에는 책의 내용이 다소 복잡하고, 또 외국인이 쓴 오래된 책이라는 점에서 결국 다음 기회를 찾기로 했다. 그래서 이연옥 선생의 '한국 공공도서관 운동사'를 소개하기로 마음을 먹고, 원고를 써서 보낸 것이다. 이 책은 2002년에 나온 것이라 2000년 초까지를 다루고 있어, 그 이후의 역동적 역사는 다시 정리를 해야 한다. 그래서 개정판을 기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공공도서관 운동사는 근대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이 걸어온 길, 그것도 그냥 학문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의 현장에서 제대로 살아보려고 애쓴 공공도서관과 사서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차분히 정리되어 있다. 내가 이 시점에 이 책을 소개하고 싶었던 것은, 아무래도 최근 다양한 도서관 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적어도 그 운동이 공공도서관 본래의 철학과 이념, 가치와 합치한 것인지, 정말 그것이 도서관을 통해 우리가 확보하고자 하는 '혁명성'과 '대중성'의 문제를 제대로 접근하고 있는 것인지,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과 전쟁의 시기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도서관이 어떤 문제들에 직면해 어떻게 해결 또는 극복해 왔는지를 제대로 알고서 지금의 운동을 기획하고 조직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서다. 역사를 모르고서야 오늘과 내일을 제대로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기본적인 인식에서 도서관을 말하고자 한다면, 도서관을 대상으로 사회운동을 하고자 한다면, 적어도 도서관 역사를 한 번은 진지하게 짚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이 책을 선택했다. 한편으로는 도서관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일하고 있는 사서들도 적어도 자신의 일터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지금 자신의 현실과 주변에서 도서관에 대해 왜 이렇게 강력하게 변화해야 한다고 말하고, 실제로 도서관을 건립하여 운영하는운동을 전개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바탕에서 서로 대화하고 함께 진정한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가는데, 힘을 합해야 한다. 그런 대화의 시작을 위해서 이 책을 함께 읽고 한 번 대화를 확산해 갈 수 있다면 좋겠다. 읽어본 적이 좀 되었다. 곧 시간을 내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겠다.
책 읽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공공도서관(요즘에는 소규모 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관도 묶어 생각해야 한다)은 꼭 필요한 기관이다. 책 읽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공공도서관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어 도서관 쪽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반갑고 고맙다. 그런데 공공도서관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니, 도대체 지금까지 왜 우리 생활 속에서 도서관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것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종종 여러 사람들이 관계되면 이런저런 이해충돌이 생기기도 하고, 그래서 같은 분야에서 서로 다른 길을 가기도 한다. 그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아직도 우리에게 과연 공공도서관이 어떤 존재인지, 또 앞으로 어떤 존재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 누구든 자신의 역사를 모르고서 오늘을 제대로 살아갈 수 없고, 더욱이 미래를 잘 그려낼 수도 없다. <한국 공공도서관 운동사>(이연옥, 한국도서관협회)는 우리나라 근대 공공도서관이 걸어온 길을 풀어내고 있다.
도서관 사람들은 공공도서관의 참 모습과 가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에 대해 먼저 자신을 성찰하고 새롭게 이 일을 함께하는 사람들은 이 부문이 걸어온 길을 살펴본 후, 대화하고 현실을 고쳐가면서 즐겁게 미래를 만들어 가는 게 좋은 이야기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공도서관은 시민의 대학이자, 누구에게나 열린 지식과 문화, 학습과 쉼의 마당이다. 공공도서관이 성장해 온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오늘의 현실을 개선할 방법도 찾아보고, 새로운 도서관 역사를 써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용훈 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
* 참, 내 직책이 기획부장에서 사업진흥부장으로 2007년 11월부터 바뀌었다. 아직도 기획부장 직책이 더 익숙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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