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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 하워드 진

요즘 제대로 책 한 권 읽지 못하고 있다. 연말이라 일도 정리할 것들이 많고.. 그런 중에 이 책 한 권은 읽었고, 소개하고자 한다.

하워드 진, <세상을 어떻게 통찰할 것인가>, 데이비드 바사미언이 인터뷰하고 강주헌이 옮기다. 랜덤하우스.

* daum에서의 이 책에 대한 소개 내용 바로가기

제목부터 도전적이다. 요즘같이 일상 속에서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치일지 모르는, 어쩌면 생각하지 않고 그저 세상 큰 줄기 흘러가는 것을 따라가야만 잘 살 것 같은 세상과 사람들에게, 이 책은 세상을 한 번 통찰해 보라고, 세상 돌아가는 힘이 과연 제대로 된 것인지, 가는 방향은 또 올바른지.. 한 번은 생각해 보라고, 하워드 진과 데이비드 바사미언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 책은 나름대로 주목을 받은 책이라서 이런저런 소개들이 많이 있다.

미국에서도 실천하는 지식인으로 알려진하워드 진이 유명한 인터뷰 전문가인 데이비드 바사미언과 진행한8번의 인터뷰 내용과2005년 스펠먼 대학에서 행한 연설문을 수록한 이 책에서진과 바사미언은 "전쟁을 도발하며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어가는 미국 정부, 시민불복종 운동,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예술가의 역할 등에 대한 다양한 사유가 정리되어 있다.

이 책 목차를 보는 것으로 두 사람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잘 드러나 있다.

자본주의의 위기는 구조적인 위기다
지배계급의 논리에 저항해야 한다
문화 지도자들은 대중을 이끌 수 있다
나는 전쟁에 반대한다
예술가들은 사회적 변화를 위한 역할이 있다
비판적 사고와 의심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역사는 기억되어야 한다
국경 없는 세계를 위하여

요즘 우리는 영원히 인류를 행복의 나라로 데려가 줄 것 같았던 신자유주의가 무너져 내리는 속에서 이유도 없이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사실 어느 정도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다수가 방관했기 때문에, 때로는 자본과 욕망의 달콤함에 빠져 같이 동참했었기 때문에, 이제라도 스스로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과 방향에 대해 성찰해 보고, 이제라도 제대로의 방향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지금까지 우리가 현혹되었던 세상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럴 때 이 책은 세계적인 시각, 적어도 미국 내에서 성찰의 근거와 내용을 설명해 주고 있다. 차근차근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아니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롯된 힘의 본질을 발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이용남 교수님 말씀 때문이었다. 얼마 전 일이 있어 교수님과저녁을 하게 되었는데, 말씀 끝에 요즘 이 책을 읽고 계시는데,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고 하셨다. 그래서 구해 읽었는데, 몇 곳에서 도서관을 통해 세상을 읽어내고 있었다.두 사람은한 인터뷰를 하던날이었던 2005년 2월 7일 '뉴욕타임즈' 16면에 캘리포니아 누 설리너스에서 기록적인 적자로 시 당국이 공공도서관 세 곳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두고 이야기를 풀어갔다. 하워드 진은 이 기사가 16면에 실릴 것이 아니라 1면에 실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현재 미국이 전쟁에는 많은 돈을 쓰면서도 도서관에 지원할 돈이 없다고? 학교에 투자하고 학생을 위한 예술 프로그램에 지원할 돈이 없다고 하는 정부에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도서관 폐쇄는 미국에 곧 더 큰 재앙이 닥칠 거라는 징조"(226쪽)라고 강조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도서관을 폐쇄한다는 기사를 보면서 국민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거듭 지적한다.하워드 진은 이 기사를 두고 전쟁에 돈을 쓸 것인가, 도서관에 돈을 쓸 것인가를 국민들에게 물어보면 국민들은 누구나 도서관에 투자해야 한다고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래서 이같이 중요한 기사를 16면에 게재한 것은 자칫하면 국민의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감추려고 했다고 말하고 있다. 미국은 그 이후에도 지금도 여러 도서관들이 재정적인 이유로 폐쇄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아마도 하워드 진의 지적에 대해 아직도 미국 국민들도 자신들의 문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데이비드 바사미언은 개인적 경험을 말한다.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나본데, 그 시절 자신이 다녔던 웹스터 공공도서관은 일종의 피난처였다고 고백한다. 집에는 책이 없었기에 도서관은 집에 득실대던 바퀴벌레에서 도망쳐 책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결국 도서관 폐쇄는 서민들의 삶을 더 힘겹게 하는 정책이 아닐까 질문한다. 이에 대해 하워드 진도 자신도 어릴 적 집에 책이 없었기에 동네 공공도서관을 즐겨 다녔다고 한다. 역시 자신에게도 도서관은 피난처였다고 한다. 자신의 눈을 밝혀주고 마음의 문을 열어준 곳이라고 회상한다. 하워드 진은 갤브레이스가 <풍요로운 사회>에서 지적한 것처럼 '한 나라가 군국화되면 공공 분야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기 마련'이고 그래서 '교육과 도서관, 건강과 주택 등에 대한 지원은 크게 줄어들고, 기업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기는 부문에 돈이 흘러 들어'간다고 말한다.(228쪽) 어째 지금 우리 사회가 진통을 겪고 있는 사회적 갈등의의미를 바로 이 짧은 언사를 통해 살펴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는 이런 내용도 있다. (미국)국회도서관 밖에는 제임스 매디슨의 말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민중에 대한 정보가 없고 그 정보를 얻는 수단을 갖지 못한 민중의 정부는 소극(笑劇)의 서장이거나 비극의 서정 또는 그것 둘 모두이다. 지식은 언제나 무지를 지배하기 마련이다. 스스로를 지배하고자 하는 국민은 지식이 주는 힘으로 스스로를 무장해야 한다." 하워드 진은 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매디슨은 아주 중요한 진리 하나를 말하고 있습니다. 즉 국민이 정확한 정보를 갖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무의미하다는 것입니다. 정부의 비밀주의로 인해 정보가 국민에게 차단된다면, 게다가 언론마저 정부의 거짓말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국민은 정부의 거짓말에 속을 수밖에 없습니다. 언론이 정부의 행위를 조사하지 않는다면, 언론이 정부의 행위를 면밀히 감시하지 않는다면, 그 나라는 민주국가가 아닙니다. 위싱턴 사람들의 눈에 띄도록 그런 글귀가 국회도서관 밖에 새겨져 있다니 다행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 글을 읽는지 의심스럽군요."라고.(155쪽)

도서관 사람들은 왜 공공도서관이 근대 시민혁명 역사 형성 과정에서 그 개념이 만들어졌고, 지금까지 민주주의와 국민들의 권리 신장 역사와 함께 해 왔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이 책을 통해서 도서관이 왜 민주주의 시대, 핵심적인 공공기관으로 인정되었는지, 그 의미와 가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도서관 사람들은 도서관 전문가 이전에 한 사람의 국민이고, 한 사람의 국제인이다. 따라서 세계적 또는 국가적 관점에서도 바른 시각을 세우고, 도서관 사람 이전에 인류 또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공동 선과 정치적 또는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이 세상 살이에 대한 성찰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