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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대전 지하철의 시민문고가 승강장에서 퇴출되었다고 한다

지난 해 하반기 쯤에 대전시에 간 적이 있다. 유성에서 모임이 있어 대전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데, 지하철에 들어서니 승강장에 '시민문고'가 있었다. 제대로 운영되는 것 같은 느낌. 그러나 얼마 전 경향신문 보도를 보니까 도시철도공사가 2007년 4월 대전지하철 1호선 2단계 구간을 개통한 후 22개 모든 역에 시민문고를 설치하고 지금까지 10만권을 채워넣었는데, 현재는 1만권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무려 9만권 이상이 사라진 것이다. 남아 있는 책도 낡고 헤진 그림책이나 공공기관에서 발행한 잡지 등으로 읽기에도 부적하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공사는 도저히 "채워도 채워도 없어지는 책을 도저히 충당할 수 없어 지난 해 12월 19일자로 22개 모든 역사 승강장에 있는시민문고를 역무원들의 눈길이 닿는 대합실 쪽으로 옮겼다"고 하는 보도이다. 문고가 옮겨진 역무실 근처는 시민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이라서 이제 시민들은 책을 편하게 골라 읽을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는 사람이 문고 설치 초기 전동차 한 칸당 10여명에 이르던 것이, 요즘에는 1-2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하니 내가 대전에 갔을 때 마침 찍어둔 시민문고 사진이 있다는 것이 기억나 다시 찾아보았다. 나름대로 책도 어느 정도 있었고, 시민들의 이용과 협조를 부탁하는 내용도 잘 보이게 게시되어 있었다. 시민들이 그래도 나름 잘 협조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 이 시민문고도 거의 제 기능을 못할 정도로 부실해 졌다니 아쉬울 따름이다.

* [여기선…]대전지하철역 ‘양심불량’에 퇴출된 승강장 ‘시민문고’ (경향신문 2009.1.7.) 기사 바로가기

나름대로 책들도 제법 있었다.



사실 지하철 승강장에 문고를 설치해 두고 시민들이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부산시 지하철이 1985년인가 개통되면서부터 설치 운영한 것이 처음인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나 그 이후 부산시 지하철에 설치되었던 '지하철문고'도 결국은 책들이 사라져 텅 비면서 사실상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2000년 중반 부산시교육청과 부산일보 등이 책읽기에 적극 나서면서 다시 책이 채워지고 있지만 여전히 시민들에 손으로 갔던 책들은 거의 돌아오지 않는다는 소식이 있다. 물론 지금은 어떤지 직접 가 보지는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책들이 사라져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기사들이 종종 보도되곤 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책들은 다시 채워지고 있는 것 같은데.. 서울 지하철에 있는 문고들도 사실 좋은 책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로 사실상 제대로 된 책 읽기가 거의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된다. 언제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지하철에서 그런대로라도 운영되는 문고를 볼 수 있을까?

*[지하철 시민 양심] 지하철문고 1만4000권 없어져 반납 호소 (조선일보 1999.12.10.) 기사 바로가기

*[독자투고] 지하철 문고 제대로 활용을(국제신문 2003.11.24.)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