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일이 있어 서울시청 을지로분관이라는 곳을 찾아갔었다. 예전 미국문화원 근처인 줄 알고 갔었는데, 가서 보니 바로 예전 미국문화원 바로 그 건물을 지금은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청이 사용하고 있었다. 그 건물이 가진 역사성... 내가 청년일 때 그 건물은 우리나라 사회 문제의 한 가운데 있기도 했다. 나도 개인적으로 그 건물에 추억이 있다. 대학교 4학년 2학기 11월 어느 날인가부터 2달 예정으로 미국문화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책이 들어오면 확인하고, 각 지방 미국문화원 도서관으로 나누는 일..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잠깐이라도 미국 도서관 문화를 접해 볼 수 있었다. 직원들은 모두 사서이면서도자기 맡은 주제분야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전문가에 준하는 정도의 수준 지식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철저하게 공적 태도.. 출근하면 거의 개인적인 일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2달 예정이었으나 사정이 있어 1달여 생활하고 그만두었지만 짧은 시간 좋은 경험이었다. 지금 기억하기로는 아르바이트 비용을 받는데, 한 달에 얼마라는 계산법이 아니라 내가 한 일, 예를 들면 들어온 책이나 잡지 한 권 체크하는데 얼마, 그걸 몇 곳 지방 기관으로 보내기 위해 구분하고 발송작업을 하고 하는데 얼마.. 그렇게 일마다 단가가 있었고, 내가 한 일의 양을 곱해서 비용을 계산해 주었다. 그래서 처음 이야기한 비용보다 조금 더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아마도 지금 책상 속 어딘가를 뒤지면 그 때 받았던 아르바이트비용 계산서가 있을 것도 같은데.. 참,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다. 지금은 미국문화원이 다른 곳으로 나가고 대신 서울시청 등이 사용하고 있는 이 건물에 시 문화예술과가 있었다. 잠깐 들려 볼 겸 해서 2층에 있는 사무실에 올라가는 길에 벽에 시가 한 수 적혀 있었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시 "아침저녁으로읽기 위하여"
이 시를 누가 번역했을까? 김남주 시인이 번역한 것으로 되어 있다. 독일어로 쓰여진 시가 한국어로 번역되었을 때,그 시를 읽고 자신의 언어로 번역한 사람은 이 시 안에 어느 구절에 그 마음을 담았을까? 이 시가 쓰여진 책이 나에게도 있었을텐데.. 다시 찾아봐야겠다. 그나저나 시청 사무실 계단 벽에서 이 시를 발견(?)한 것은 의외였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다 말고 읽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당신이 필요하다"고 한 이후 빗방울에라도 맞아 죽을까 해서 정신차리고 길을 걷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정말 이런 마음으로 자신을 단련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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