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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도서관문화비평가 또는 메타사서에 대해서

이 블로그에서 나는 나 자신을 '도서관문화비평가'이며 '메타사서'라고 소개했다. 사실 두 가지 용어는 그냥 내가 만든 것이다. 도서관문화비평가라고 하는 것은 내가 수 년 전 도서관 담을 넘어 시민사회 부문에서 잠깐 일을 할 때, 사람들에게 내 직업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사서'라고 하면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도서관'과 '사서'의 이미지를 덮어 이해하는 것 같았다. 도서관이나 사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거나 아니면 나름의 경험에 바탕한 생각을 가진 경우에는 내가 생각하는 도서관이나 사서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시키기 어려웠다. 그리고 함께 만나던 여러 사람들은 무슨 무슨 비평가라든가 평론가 등으로 자신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그냥 좀 더 쉽고, 좀 더 빠른 이해를 요청하기 위해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그 문제에 집중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도서관문화비평가'라고 쓰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사서'라는 이름보다는 좀 더 쉽게 가까울 수 있었다. 물론 비평가로서의 자격은 전혀 없다. 단순히 서로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과의 보다 원활한 관계 설정과 발전을 위해 내 자신을 부끄럽게도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사서'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아직까지는여전히 '사서'다. 그래서 또 궁리를 한 것이 사서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내 자신에게 내가 어떤 사서인지를 생각해 보게 할 용어를 찾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사서를 위한 사서'라는 의미에서 '메타사서'라고 나 자신을 포장했다. 지금 하는 일이 도서관에서 일반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서가 아니라 그런 사서들이 좋은 도서관 환경이나 문화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바르게 설정하고, 그런 기반에서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래서 자신이나 이용자,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기여를 하는 그런 사서들이 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사서라는 의미에서 그런 이름을 지은 것이다. 그리고 수 년 동안 두 가지 직업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다. 그런데 정말 나는 '도서관문화'에 대해 제대로 비평가의 역할을 해 왔는지, 사서를 위한 사서로서 좋은 도서관 만들기나 사서를 위한 일을 제대로 해 왔는지 돌아보면 역시 그저 이름 하나 만들어 놓고는 그저 시간만 보낸 것이라 생각된다. 부끄럽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서들이나 도서관이 좀 더 다양한 영역들과 만나서 자신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것을 넓히기 위해 더 노력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근거는 되는 것으로 스스로를 위안해 본다.

그런데 오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기획단 홈페이지를 갔다가, 자유게시판에서 '도서관문화비평가'와 '메타사서'를 언급한 글을 보았다. 제주특별자치도 우당도서관 문세흥 사서가 '제45회 도서관주간을 맞이하며'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다.

직업병일까. 도서관 관련 기사는 비교적 꼼꼼하게 모니터링 하게된다. 예를 들면 ‘자신을 떠나간 옛 애인을 찾고자 매일 도서관을 찾아 198쪽의 단서를 찾는 베일에 싸인 남자 준오, 도서관에서 198쪽만 찾는 남자를 발견하고 그 남자의 사연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여자 은수’를 줄거리로 하는 김정권 감독의 영화 「그 남자의 책 198쪽 」의 원작은 작가 윤성희의 『거기, 당신?』이며, 『바다와 나 (2003년 제27회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 』, 『세계의 문학 (2002년 가을호) 』등에도 ‘거기 당신?’이 실려 있다는 따위이다.
최근에 이러한 작업들은 ‘도서관에 대해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도서관의 사회적 성격을 규명하여, 바람직한 도서관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는’ 도서관문화 비평가, ‘사서는 이용자를 위해 존재하지만 또한 사서를 이용자로 하는 사서’라는 메타사서라는 다소 낯선 영역으로 분화하고 있다
.

글쎄 또 누군가 또 다른 '도서관문화비평가'가 있을 수 있고, '메타사서'가 있을 것이다. 나 이외에도 '도서관에 대해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도서관의 사회적 성격을 규명하며, 바람직한 도서관의 정체성을 찾고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사서는 이용자를 위해 존재하지만 또한 사서를 이용자로 하는 사서'가 있을 것이다. 아직은 낯선 또 하나의 사서 영역일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사서들도 더 적극적이고 다양한 영역으로 자신들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서 더 나은 '도서관문화비평가', 더 능력있는 '메타사서'가 등장하기를 바란다. 그 때에 이 용어가 얼마나 부실한 인식과 행동에 근거했는지 단단히 비판하고 그 위에서 새로운 영역을 세워나가기를 바란다.

*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기획단 홈페이지 바로가기

잠깐, 혹시 도서관주간이 언제인지 아시는가? 매년 4월 12일부터 18일까지이다. 올해가 45번째라고 하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는 되짚어 세어보면 되실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