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토요일)과 17일(일요일), 이틀에 걸쳐 '2009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았다. 사실 일종의 의무감도 있다. 도서관은 출판 문화 또는 산업과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이면서도, 일정한 긴장 관계가 있다. 도서관은 출판된 책의 중요한 공공 소비자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것에 따른 일종의 부담감도 있다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공동으로 도서관이나 출판, 독서 영역을 넓혀가야 지만, 한 편으로는 서로 자기 영역에만 머물러 서로 잘 섞이지도 못하고 협력하지도 못한다. 그런 점에서 도서전과 같은 행사는 일종의 기회이자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상 도서전이 대규모 대중 전시회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참여 속에서 출판이나 도서관계, 독서계가 어울릴 공간을 찾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올해는 개막일인 5월 13일에는 관계자들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그 날 도서전에 와 보지를 못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그 날 출판계와 도서관, 독서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시간이 있었던 것은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예년에 비해 진일보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주빈국 제도를 마련해서, 작년 중국에 이어 올해는 일본이 주빈국이었다. 부스는 화려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랜 출판 대국으로서의 면모는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일본 작가들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많아서 그런지 일본 작가들과의 만남 시간에는 사람들이 꽤 많이 모였다고 한다. 나도 그런 장면을 몇 번 보았다. 우리나라 작가들과의 만남 시간에도 사람들이 제법 많이 모였다. 사실 도서전이라고 하면 한 해 동안 우리나라 출판 상황을 다양하게 짚어보면서 출판의 변화와 발전, 그리고 미래를 만들어 낼 힘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자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전시회를 진행하기에 필요한 재원이라든가 각종 자원을 동원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경제적 고려를 하지 않을 수 없을테니, 그래서 다소 무리한 부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계속해서 지적받고 있는 현장에서 책을 판매하도록 하는 것은 계속해서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임은 이해하지만 때론 수단이 목적을 넘어서서 결국 목적한 바를 잃어버리게도 하니, 더 길게, 더 크게 출판과 독서, 도서관 시장을 열어가기 위해 도서전은 일종의 투자이자 스스로 축제의 장을 마련한다는 생각으로 손익을 따지기 전에 참여하고 즐겁고 재미있는 시간으로 만들어 가야 하지 않을까?
나중에 들은 소식으로 올해는 도서전 준비가 그리 만만하지가 않았나 보다. 그럼에도 내가 찾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전시장을 찾은 사람이 꽤 많은 것 같다. 어느 수입 도서를 판매하는 부스 담당자는 생각 밖으로 잘 팔려서 좋다고도 했다. 싸게 책을 파는 곳, 인터넷 서점 등에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 있었다. 물론 나도 한 켠을 차지하고 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도서전의 가치이자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주제별 책 전시 공간은 좀 한산했다. 물론 볼로냐 그림책 관련 전시장이나 책과 미술을 결합한 전시장은 나름대로 사람들로 붐볐다. (미술 전시장에서는 '사진 찍지 마세요' '만지지 마세요'라는 말을 1분 간격으로는 하는 것 같았다.... 좀 안타까웠다...) 이런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마도 도서전의 목적이 아닐까? 그러나 목적 이전에 도서전에서는 그냥 현상이 되고 있으니.. 올해 도서전은 이런저런 변화를 추구했다. 유료화를 시도한 것이나, 토요일에는 밤 10시까지, 폐막하는 날인 일요일에도 밤 8시까지 전시회를 연 것, 개막일을 관계자에게만 공개한 것 등... 변화가 성공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고, 기대한 바대로 되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번의 시도로 성공하지 못해다 하더라도 계속해서 깊이 생각하고 변화를 추구해 나가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전시회 내내 판매를 하지 말고 마지막 날만 집중적으로 판매를 허용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특히 외국에서 참여한 출판사들이 마지막 날에 서둘러 철수하는 모습은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는다. 그들이 좀 더 우리나라 독자들을 만나고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국립중앙도서관이 부스를 꾸려 나온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주한미국대사관 공보관도 부스를 차렸다. 국방과학연구원도 나와서 연구원이 발행한 책들을 선 보였다. 이런 것들은 좀 더 긍정적으로 확대가 검토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국립중앙도서관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서관으로서 자관을 홍보하는 것을 넘어 우리나라 도서관, 특히 공공도서관들이 국민들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런 대범한 전시활동을 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북아트는 점점 더 확대되는 것 같다. 특히 대학 관련 학과들의 참여는 책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을 하게 하는 싱싱한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외국 북아티스트들이 참가하는 것도 좋은 기회인데, 부스에서의 통역이 점 더 편리하게 해 주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이고,아티스트들과 관람객들간 대화 시간을 더 활발하게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뭐 생각만 많다. 어찌되었든 5일간 부스에서 수많은 관람객을 맞아야 했을 출판사 및 출판계 관계자들의 노고에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 한다. 그런 수고들로 그래도 다시 금 책을 생각해 보고, 좋은 책을 만나는 기쁨도 누리게 되는 것이다. 덕분에 나도 어제와 오늘, 꽤 많은 책을 샀다. 도서전 기간 중에 책을 판매하는 것은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이래도 되는가 모르겠다. ....
* 토요일 아침, 전시장 앞에 학생들이 많았다. 이 학생들이 전시회를 보고 나서 책을 좋아하게 되면 좋겠다.. 정말 얼마나 좋겠는가...
* 도서전 입구.. 꽃들이 가득하다. 내년부터는 이 꽃들 대신에 누군가와 책을 나누는, 그런 나눔과 기부 활동이 꽃피면 좋겠다. 축하화한 대신에 다른 사람에게 책을 선물하는 그런, 도서전에 맞는 축하 방식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 그림책은 언제나 인기다. 더욱이 볼로냐 도서전에 갔다온 책이라고 하니.. 얼마나 더 좋은가..
* (위와 아래) 책과 그림이 만났다. 작품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해서 그저 입구나 외부 벽면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 인문사회과학 책을 소개하고 있는 한 부스에서 어느 어르신이 책을 보면서 뭔가를 적고 계셨다. 이런 것은 도서관에서 하시는 일일텐데.. 뭘 찾고 계시는 것이었을까?
* 북아트 코너 한 전시 부스에서.. 장서표를 모아 만든 책이라고 해서 찍었다.
*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이 마련한 1970년대 이전 고서전.. 이것저것 마음과 손이 갔지만, 결국 1960년에 외무부가 발행한<외교편람>을 한 권 샀다. 소장자 때문이었다.
*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에서 내 놓은 오래된 책들..
* 기획전시, 책으로부터의 변화... 책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정말 변화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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