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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첫번째 헌책 축제에 다녀오다

다행스럽게 금요일 회사 일을 다 마무리할 수 있어 토요일(5/30) 오후 잠시 시간을내서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을 찾았다. 올해 처음하는 헌책축제를 보러 간 것이다. 공원 한 켠에 나름대로 이름이 알려진 헌책방들이 모여 장터를 열고 있었다. 날씨가 꽤 뜨거웠지만, 그래도 마로니에 공원은 사람들로 북적였고, 그 틈에서 책들이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열린 책방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들려 나와 있는 책들을 뒤적거린다. 책을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렇다. 사람들이 책을 잘 안 읽는 것은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것이 큰 이유겠으나, 어쩌면 책을 접하기 어려운 상황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서점이나 도서관이 많지 않은 현실에서, 그래서책을 직접 사거나 빌려 읽어본 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에어떤 상황에서든 책을 떠올리기 쉽지 않은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번 행사처럼 사람들이 많은 공간을 찾아 책을 건네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영혼과다양한 문화형식이 표출되는 공간에서 책도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아예 이런 공간에 상설로 책을 만나고 사 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봐도 좋겠다..예쁜 서점하나 만들어주제가 있거나 이야기가 있는 책들을잘 골라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판매도 하는 그런 서점이 공원 한 쪽에있다면 더 좋지 않을까? 이번헌책축제를 계기로 그런점이 긍정적으로 논의될 수 있으면 좋겠다. 축제를 기획하고 주관하는 단체나 서점들이 힘을 보태면 한 번 도전해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은 '명사들의 헌책방'인가 코너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었다. 나는 오후에 갔었는데, 어제와 오늘 오전까지 이미 상당한 책이 팔렸나보다.여러 명사들이 내 놓은 책들이 다 팔려서 명패만 덩그렇게 남아 있는공간이 많았다. 어떤 책들을 내 놓았는지더 궁금해 진다.. 나도아직 남아있는 책 가운데서 3권(사실2권은 한 간사가 추천해 준 것이다)을 샀다. 그리고 명사들의 사인회도 있었는데, 나는 따로 책 2권에연극인 박웅 님과 소설가 이경자 님 사인을받았다.몇 분 아는 분도 만나고, 그 분들을 통해 또다른 분들을 만나기도 하고.. 그렇게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사람들 속에서 숨어 있던 책도 만난다.

내일까지 3일간 축제는 계속된다. 어제 고 노무현 대통령 영결식 때문에 조촐하게 시작했을텐데..그래도 이제 책을 통해 즐거움도 누리고, 새로운 세상도 꿈꾸어 보고, 그 세상 만드는 실현 가능한 방법도 찾아보면서, 책과 함께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다져보는 것도 고인의 평소생각에도 맞지 않을까?

*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이 주관하고 있는 '명사들의 헌책방' . 박웅 님의 사인회가 진행 중이었는데 사람들이 제법 줄을 서서 기다라고 있다. 사인을 받으면 성금을 내면 되었는데, 그 성금은 모아서 어린이도서관 건립에 쓴다고 한다. 나도 조금 성금을 냈다.....


* 명사들이 내 놓은 책들이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런 방식은 일상적으로 운영되어도 좋을 것 같다.




* 어느 책방인가에서 본 <노무현 따라잡기> 다시금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을 생각해 보게 된다..



* 이번 헌책축제에 참여한 헌책방들은 이미 나름대로 꽤 알려진 곳들이라서 그 이름만 봐도 정겹다. 이렇게 공원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헌책방들은 어떤 기분일까?



* 역시 익숙한 책방들.. 직접 그 책방을 찾아가 보는 것은 더 흥미로울 것이다. 이곳에 나와 있는 책들보다 천 배, 만 배 더 많은 책들이 나름대로의 사연을 가지고 책꽂이에서 세월을 보내면서 다시 새 주인을 만나길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 이음책방은 바로 대학로에 위치한 책방이다. 새책과 함께 헌책도 같이 취급하는 곳이다 . 나도 이곳에 나오면 가끔 들리는 곳이다. 다른 책방들과 달리 이번 헌책축제에 별도로 간이 책방을 만들어 나왔다. 그 모습에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가지고, 책방에 들어와 책을 보곤 한다. 과거는 현재 속에서 더 정겹고 빛을 발한다. 책방 모습이 마치 예저 동네 구멍가게 같아서 그런가? 한 번은 담배는 없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책들 속에서 <담배와 문명>이라는 번역서를 발견했고, 마침 요즘 담배를 자꾸 생각하는 중이라서 얼른 그 책을 샀다. 그리고 박웅 선생께 그 책에 사인을 받았다...


* 이음책방 안쪽에 붙어 있는 오래된 포스터.. 그냥 찍어두고 싶었다...



* 행사장 가운데 서 있는 책의 나무? 정말 책이 주렁주렁 열리는 그런 나무가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