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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대통령이 도서관 부문에 기여해 주신 부분을 되새겨 본다..

노무현 전대통령의 참여정부에 대해서는 역사가 길게 길게 그 공과를 기억할 것이다. 아직 정리할 일도 많은데, 노 전대통령께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시면서, 이제 남은 사람들은 자신의 영역에서 그 5년과 이후 1년 동안의 역사를 꼼꼼하게 되짚어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도서관 부문에서도 이제 역대 정부의 도서관 정책에 대해서 분석하고 성과를 점검해 봐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작업이겠지.. 우선 급한대로 지난 참여정부 시절 정책은 그래도 기억이 나니 몇 가지 사실을 되짚어 볼 수 있다.

1945년 해방 이후 '도서관법'이 마련된 1963년까지 나라에서 도서관을 정책 대상으로 봤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랬다면 '도서관법'은 더 일찍 만들어졌어야 할테니까 말이다. 1963년 이후의 정부는 적어도 '도서관법'이 있었으니 뭐라도 했을 것 같다. 그러나 그리 눈에 띄는 것은 없다. 물론 공공도서관을 비롯한 도서관은 자체 동력으로 그런대로 그 수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화부가 생긴 1990년부터 도서관이 중앙정부에서 조금씩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화부가 생기면서 그동안 문교부(당시)가 담당하던 도서관정책이 문화부로 이관되면서 정책적 관심이 커졌고,그런만큼 이런저런 정책이 입안되고 추진되기 시작했다. 초대 이어령 문화부 장관께서는 특별히 책과 도서관 문제에 있어 애정이 많았을 것이다. 당시에는 전담 과도 있었다고 기억된다. 물론 그 이후 계속해서 전담과는 여러 과의 한 부분으로 축소되었지만, 그래도 문화정책의 하나로 도서관정책이 자리잡았다. 나도 그 때부터 전국사서협회에 참여하면서 도서관정책의 발전(?)을 좀 더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고, 1997년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일한 이후에는 직접 정책 개발이나 집행 과정에 더욱더 가까이서 지켜보거나 참여할 수 있었다. 조금씩 도서관 발전을 위한 정책이 마련되다가 2000년인가 당시 김대중 전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으로 전국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 디지털자료실을 설치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5년 기간의 '도서관 정보화 사업'이 추진되면서 도서관 정책이 크게 확대되었다. 우리나라 도서관들의 정보화 수준이 이 사업 이후 급격하게 향상되었다고 할 수 있다. 2002년에는 도서관발전종합계획도 마련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노무현 전대통령의 참여정부에 들어와서 가장 획기적인 일이 있었다. 그것은 2006년 2월 27일, 비록 공공도서관에 한정된 것이기는 하지만 당시 문화부장관과 국립중앙도서관장, 한국도서관협회장 등이 '공공도서관 정책현황과 향후계획'을 대통령께 직접 보고하는 회의가 있었다. 물론 김대중 전대통령께서도 당신이 애서가이실 정도로 책과 도서관에 대해 관심이 많으셨고, 도서관 정보화 사업과 관련해서 여러 차례 보고를 받으시고 지시하셨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아무래도 도서관에 대해서 이렇게 관심을 갖고 대통령에게 직접 정책 현황과 과제를 보고하도록 한 것은 노무현 전대통령 시절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그 날 보고회의 때 대통령께서 지시하신 내용이 2006년 3월 22일 관보(제16217호) 첫머리에 게시되어 있다.

관보에 따르면 이날 대통령께서 지시한 사항은 다음과 같다.

□지방교부세 배정기준의 재조정 방안 검토

《지시사항》

○행자부의 지방교부세 배정기준에서 사회·문화·복지지표가 결정적으로 작용하도록 재조정 하기 바람.

-즉, 사회·문화·복지 등을 지방에 대한 배정기준으로 삼아 지방자치행정의 방향을 전환토록 유도할 필요

(검토이행사항:행자부).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 설치 추진

《지시사항》

○위원회 일이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면 대통령 소관 위원회로 하는 방안을 추진해 보고,

위원회를 만들 때에는 사무처와 같은 정책지원조직을 탄탄하게 구성할 것

(검토이행사항:문화부, 행자부).

□도서관 관련 예산확충과 기능 및 역할의 개선

《지시사항》

○도서관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과 구체적인 정책 패키지를 올해 중장기 계획 전까지 정리할 것

(검토이행사항:문화부, 예산처).

이날의 지시로 인해 당시 '도서관법' 개정과정에 포함되어 있던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당초 계획된 국무총리 소속이 아니라 대통령 소속으로 그 지위가 격상되었고, 법이 개정되어 시행된 2007년 6월 19일 드디어 도서관계의 오랜 숙원이던 의미있는 정책자문기구로서 '대통령 소속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출범했다. 물론 실무적인 지원을 위한 정책지원조직으로 문화체육부 소속의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도 함께 조직되었다. 2007년 출범 이후 위원회와 기획단은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서도 우리나라 도서관정책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위원회는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위원회 전면 정비계획에 따라 2008년 초 폐지 위기에 처했으나, 도서관계 등의 노력으로 존속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위원회는 2008년 8월 드디어 법에 따라 정부의 공식적인 5년짜리 계획인 '도서관발전 종합계획: 2009-2013'을 입안해서 발표함으로써 예전과는 다른 강력한 도서관 발전정책을 마련하게 되었다. 지금도 그 계획에 따라 중앙정부부처는 물론 시/도 등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서관 발전을 위한 정책과 행정을 수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전 참여정부가 도서관 발전에 기여한 바는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참여정부 때에는 영부인 권영숙 여사께서 도서관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특히 작은도서관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실제 도서관에도 여러 번 방문하시어 도서관 관계자들을 격려하셨다. 그 결과라고 할 수 있을까, 지금 많은 국민들은 작은도서관을 통해 도서관을 좀 더 가깝게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어제 노무현 전대통령께서 서거하셔서 너무도 가슴아프다. 무엇보다도 내 생각에는 노 전대통령께서 서거하시기 전에 권 여사께 도서관계가 감사하는 마음을 전해드렸으면 좋았을텐데... 너무 아쉽다.. 그리고 죄송하다. 늦었지만, 이후로라도 도서관 발전에, 그것을 통해 국민들에게 작은 행복을 전해 주신 것에 대해서 제대로 평가하고, 적절한 감사를 표명해야 할 것이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 2006년 3월 22일 관보 중 '공공도서관 정책현황 및 향후계획' 보고회의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 부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