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을 보다가 또 가슴이 콱 막혔다. 정기용 선생께서 쓴 글 때문이다. 기적의도서관 일로 가끔 만나뵌 정기용 선생은 봉하에 있는 노무현 전대통령님 사저를 설계한 분이다. 그 때에도 주변 사람들이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 것으로 기억되는데, 그래도 늘 그랬듯이 그 집에 살 사람에게 딱 맞는 그런 자유로운 건물을 지으셨다고 생각했다. 정말 나지막한 건물.. 그냥 주변 산과 땅에 어울리는 그런 집을 전직 대통령 사저라고 지은 것이다. 그런데 일부에서 그런 집을 두고 아방궁이라고 매도했으니.. 오히려 그런 주장 때문에 혹시라도 지지하거나 좋아하지 않으면서, 도대체 어떤 집이길래 그런가 하고 가 본 분들도 있으리라.. 나도 가서 봤지만.. 전직 대통령 사저치고는 좀 작아보이기도 하고, 물론 몇 집 없는 농촌마을에서는 좀 커보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아방궁은 너무 과했다. 집을 설계한 정 선생께서 기자회견이라도 하려고 했다는 것을 오늘 글에서 알게 되었다. 그런데 고인께서 막으셨다고.. 해봐야 소용없다고.. 참으라고.. 부자들이 수 백 평 너른 집을 혼자 차지하고 있는 것은 괜찮고 전직 대통령이 고향에 가서 그저 겨우 격에 맞는 정도의 집을 지은 것은 아방궁인가.. 거기서 이웃은 물론 당신과 함께 삶을 살아가는 보좌관들이나 경호원들까지도 식구로 함께 살고자 한 것이 그렇게도 보기 싫었을까? 정 선생께서 글 끄트머리에 대통령께서 이렇게 황급히 세상을 떠나신 것을 자책하시는 것을 보면서.. 아, 더 답답하고 슬프다. "그것은 내 탓이다. ‘산은 멀리 바라보고 가까운 산은 등져야한다’는 조상들의 말을 거역하고 집을 앉힌 내 탓이다. 봉화산 사자바위와 대통령이 그토록 사랑하던 부엉이 바위 가까이에 지붕 낮은 집을 설계한 내 탓이다." 그래, 차라리 더 높이, 더 화려하게 지었다면 이런 슬픔은 없었을까? 이제 한 쪽 주인이 떠난 그 집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럴 수록 더 사람이 북적거리고,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도 꿈꾸셨던 '사람사는 세상' 만드는 일에 모여 북적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기용 선생 글을 보다보니, 그리고 이미 조금은 들어 아는 것처럼, 사저 한 켠에 도서관을 만들고자 하셨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니, 도서관 사람으로 마음이 더 애뜻하다. "특히 장터 지하 쪽에 작은 기념도서관 건립도 꿈꾸고 계셨다. 민주화운동시절 당신이 가까이했을 수밖에 없었던 민주주의에 관한 책들, 당시의 젊은이들의 양식이 되었던 모든 책들을 모아 작지만 전문적인 민주주의 전문도서관을 구상하고 계셨다. 농사도 짓고, 자연과 생태를 살리고, 나아가서는 작은 동물농장을 봉화산자락 부엉이 바위 밑에 만들어 청소년들과 함께 하려는 생각들이 바로 인간 노무현대통령이 꿈꾸던 소박한 꿈들이었다. 그리고 틈틈이 폭넓은 독서에 빠져 통치시절을 정리하며 집필 작업에 임하셨다. 독서와 토론은 노무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서 즐기던 값진 삶의 한 부분이었다." 사실 정말 책을 좋아하시고, 책과 도서관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으셨는 줄 안다. 권양숙 여사께서는 정말 도서관을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기꺼에 국민들에게 좋은 도서관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써 주셨다. 특히 2006년 8월 전세계 도서관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찾은 '2006 세계도서관정보대회'를 위해서는 명예조직위원장을 맡아 물심양면 성공적 개최를 도와주셨다. 그 결과 70차가 넘은 대회 중 가장 성공적이고, 가장 많은도서관 사람들이 참석했고(무려 5000명이 넘었다),가장 화려하면서도 감동적인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대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런 분들이기에 고향에 가셔서는 분명 도서관을 하나 만드실 줄 알았다. 그런데 계획은 가지고 계셨지만 당신 살아계신 동안에는 결국 그 바라던 도서관을 보지 못하시게 된 것은 너무도 안타깝다.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퇴임하면 도서관 하나씩 짓는 것은 이제 하나의 관행이 되었다. 재임기간 축적된 수많은 자료와 경험을 국가를 위해 잘 정리하고 공개함으로써 국가발전과 국민 행복에 쓰이도록 하는 사회적 관행..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전통을 만들어 내고 싶었지만, 김대중 전대통령을 제외하고는 도서관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 국가에 마지막 봉사를 하는 대통령이 없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재임기간 중 가장 많은 기록물을 남긴 업적 만으로도 우리나라 정치 역사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분이다. 그런 분이기에 분명 좋은 도서관 하나 만들어 인터넷에서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못지 않게 오프라인 영역에서도 좋은 소통과 미래 창조의 계기를 만들어 주실 것이라 기대했는데.. 오늘 정기용 선생 글에서 다시 그런 사실을 확인하니 정말 안타깝고 아쉽고 슬프다. 그러나 대통령님은 떠나셨더라도 그 분의 생각과 의지, 바람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계속 살아 번지고 있으니, 결코 포기하지 말고 계속 도서관 건립과 운영을 추진하면 좋겠다. 꼭 그러기를 바란다. 도서관계가 먼저 나서 주면 좋겠다... 내가 할 일을 찾아야겠다.
* 한겨레신문에 실린'정기용 선생의 글' 바로가기
* 2008년 11월 봉하 갔다가 사자바위에서 찍은 봉하마을 사진.
숨은 그림 찾기를 해 보자. 마을에 있는 여러 건물 중에서 대통령 사저를 찾아보자.
도대체 아방궁이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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