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읽고 있는 책이 <야생 속으로: 젊은 생태학자의 7년 아프리카 오지 생활>이다. 마크 & 델리아 오웬스라는 생태학자가 쓴 책이다. 두 사람은 결혼한 이듬해에 배낭 하나와 6천 달러를 들고 아프리카 오지 칼라하리로 가서 사자와 하이에나 등을 관찰하고 연구한 것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7년... 사실 글자로 만나는 그 야생을거의 아무 것도 느끼지 못하지만, 그래도 그런 학자들의 노력으로 지구가 이나마라도 사람 이외의 생명들과 함께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저자들이 아프리카를 찾은 때는 1974년이다.이 책은 지난 5월 말 혜화동에서 열렸던 <2009서울 헌책축제>장에서 구한 것이다. 책읽는사회문화재단이 펼친 마당에서 최재천 교수가 내 놓은 책을 내가 구한 것. 최 교수가 감수도 한 이 책에 "알면 사랑한다"라는 글귀와 사인도 남겼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반쯤 읽은 지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참 대단한 사람들이다 라는 것과 함께 알지도 못하면서 이런 연구에 돈을 대 주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에, 부럽기도 하고.. 좀 이해도 안된다..
그런데 오늘 나는 이 책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산 <2009 서울 헌책 축제>를 다시 생각해 보고자 한 것이다. 물론 나는 그런 자리라도 자주 만들어야 한다.책이라고 하면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고, 헌책방이든 새책방이든 별로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 사실 가장 중요한 점은 일상의 공간 안에 크든 작든 언제든 들어가 보고 책도 한 권 살 수 있는 책방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책방의 존재를 인식하지 않아도 책과 책방이 나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게 될 때까지, 의식적으로라도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기를 계속해야 한다. 큰 책방들이야 이미 크게 자리를 잡고 있고, 요즘 인터넷 책방까지 해서 일부 몇 몇 책방에 집중하는 현상 속에서 다양한 책방들도 자기 존재를 알리는데 힘써야 한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서로 힘을 보태면서 함께 조금씩 영역을 확장해 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나는 헌책 축제를 그래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물론 가까운 분들이 참여하기도 했기에, 마음이 그리고 간 것도 일부 사실이겠지.. 그리고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부산 보수동 헌책방 거리를 방송하는 것을 보고.. 언제 부산에 가면 아주 오랜만에 한 번 가 봐야지 하고 있었던 차에.. 헌책과 헌책방에 대해서 가장 중요한 분이라고 할 수 있는 최종규 씨가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보게 되었다. 그 제목만 봐도, 아, 뭘 생각해 봐야 할 지 명확하다.
최종규 씨는 3일 중 이틀을 가 봤다고 하는데, 공교롭게도 나와는 겹치지 않았다. 그래서 혹시 조금은 본 것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나보다는 더 전문적이고, 더 마음으로 본 축제 마당이기에 그 글에 담긴 목소리가 더 뚜렷하고, 더 의미있다고 하겠다. 몇 번 다시 읽고, 또 다시 생각해 본다.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다만 나라면, 처음 하는 일은 분명 잘 해야 하겠지만, 그 시작하는 마음을 조금은 소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내년에도 계속할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제1회'라고 하지 않고 '2009'라는 연도를 쓴 것을 보면, 제2회를 확실하게 예정하지 않았는지는 모르겠다. (나도 행사를 처음 할 때면 가급적 회수를 표기하기보다는 그냥 연도를 쓰는 것을 요즘 선호한다. 다음을 굳이 예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큰 홀가분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년에는 더 나은 축제, 더 나은 헌책 마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믿고, 최종규 씨의 지적을 깊이 새겨, 스스로 마음에서부터 이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었는지, 실제 현장은 제대로 된 것이었는지, 결과는 무엇이었는지.. 그런 질문에 좋은 대답을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나도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책과 도서관 마당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그러한 지적과 비판, 질문들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고 답을 해 보아야 한다... 답을 모색해 보아야지..
그냥 추가로 한 다미.......
최종규 씨는 오마이뉴스에 글을 올리면서 아래와 같은 글을 맨 아래 더해 두었다.
인천문화재단에서 펴내는 잡지 <플랫폼>에 함께 싣는 글입니다. 그러나, <플랫폼>에서는 제 글을 거의 다 뭇칼질을 했기 때문에, 뭇칼질되지 않은 글 모양새대로 <헌책축제 2009>가 어떻게 이루어졌고 어떤 대목에서 비판받고 고쳐 나가야 하는지를 밝히고자 합니다.
그래서 일단 <플랫폼>에 가서 회원등록하고 글을 찾아보았는데.. 인터넷으로는 글을 볼 수가 없네.. 한 번 실제 찾아서 오마이유스 글과 어떤 점이 다른 가를 한 번 확인해 보고 싶어졌다... 거의 다 뭇칼질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 글 하나 써서 매체에 올리기까지, 특히 인쇄매체에 올리려면 여러 번의 고치는 과정이 있다. 읽는 사람들은 그 과정을 알 수 없으니.. 최종적으로 활자화된, 또는 방송된 내용만을 알 수밖에 없으니.. 글 쓴 사람의 생각이 어떻게 변형되고 있는지...
* 아래 사진은 최종규 씨의 오마이뉴스 글에서 가져온 것이다. 위에서 이야기한 책은 바로 이 '명사들의 헌책방'에서 구한 것이다....
![]() | ||||||
|
'책과 책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근묵>을 마음에 담아두다... (0) | 2009.07.03 |
---|---|
중국 현대 북디자인의 흐름 / 공개특강 (7/10) (0) | 2009.07.01 |
<기획회의>, 공공도서관 관련 좌담 : 공공도서관의 책 구입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0) | 2009.06.14 |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상반기 독서관련 기관/단체 포럼 개최 (6/24) (0) | 2009.06.12 |
첫번째 헌책 축제에 다녀오다 (0) | 2009.05.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