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어린이도서관 '모두'에 어제 갔었다. 개관한 지 1년이 지났는데, 어제사 처음 가 보았다.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그 동안 몇 번 근처에 갔었는데도 가 보지 못했다. 도서관 일을 하는 사람으로 왜 그랬을까? 스스로 생각해 본다.
어제는 '모두' 도서관이 개관 1주년을 맞아 개최한 '제1회 세계동화구연대회'가 열렸다. 한국도서관협회 부회장님을 모시고 참석했다. 이문동에 자리한 모두 도서관은 크기는작지만 그 뜻과 감동은 큰 도서관이다. 어제 가 보니, 정말 다문화 가정이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라는 것을, 얼마나 소중하고, 또 즐겁고 활동적인 공간인지를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다양한 언어를 넘어 그냥 서로 친구이고 이웃이고 가족같이 지내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인 다문화 상황을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도서관을 만들고 꾸려가는 '모두지기'와 이용하시는 지역주민들을 보면서, 도서관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된다. 이건 규모의 문제가 아닌 것은 확실하다. 함께 하겠다는, 열린, 스스로 즐거운 마음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래야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의 벽을 넘어, 한 가족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동화구연대회는 작은 공간이 사람들로 넘쳐소란한 속에서도 너무도 즐겁게 진행되었다. 다들 우리 말도 참 잘 하시고.. 끝까지 있지를 못해 모든 참가자들의 동화 구연을 보지는 못했고대회 결과도 알지 못하지만, 아마도 그냥 그 자체로 다들 행복했으리라 믿는다.
이 '모두' 도서관은 STX가 개관과 운영에 큰 도움을 주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좋은 모범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도서관 사업을 기업이 하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도서관에 대한 지원은 한 번에 끝나면 안되고 지속적으로 꾸준히 관심과 지원을 해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이 쉽게 도서관을 지원할 수 없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와 여러 기업들이 나름대로 도서관을 사회공헌의 통로로 이해하고 직접 지원하고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STX는 서울에 '모두' 도서관을 개관한 이래로 올해 8월인가 9월인가 창원시에 두 번째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를, 또 세 번째 도서관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 마음과 실천에 감사하고, 또 정말 오래오래 STX의 기업문화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이제 도서관계도 이런 사회적 기여를 어떻게 확보하고, 또 기업 문화를 잘 이해해서 그들과 함께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서관을 확충하거나 지역주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해 깊은 고민과 실천 연구가 필요하다. (마침 도서관을 나와 길을 걷는데, 한 방송사에서 도서관에 대한 시민들의 기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 여러 가지 점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고민이 더 깊어졌다...)
* 사진기를 따로 가져가지 않아 핸드폰으로 찍었더니 사진이 영 그렇다..
* 동화구연대회 1부를 마치고 중간에 참가자들과 여러 분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다..
* 길가를 향한 '모두'의 얼굴..
* 막 도착했을 때, 이용자 한 분이 사인을 하고 있었다. 나중에 보니까 다들 도서관에 대해 너무 예쁜 마음들을 적어주셨다. 나는 개관 1주년을 축하한다고 적었다.
* 서로의 피부색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를 뿐'이라고 적어 두었다. 우리는 평소에도 '틀린 것'과 '다른 것'을 어찌나 혼동하고 사는지.. 우리의 의식 속에 다른 것은 틀린 것이라는 것이 너무 자리잡고 있는 것은 아닐까?
* 모두를 만들 때 도와주신 분들을 적어 두었다.. 아래에도 더 길게 이름들이 어어져 있다.. 그 모든 분들에게 길게 길게 감사를!
* 건물 2층에 있는 도서관, 입구에도 여러 말로 도서관이라는 것을 적어두고 있다. 읽을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는 행복하게 볼 수 있으리라..
* 여러 나라 분들로 구성된 '모두지기'일 것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는 명찰.. 세계는 이 도서관 안에서 평화로울 것이다...
* 세계동화구연대회가 시작되는 순간...
* 대회 개회를 선언하고 있는 문종석 관장. 명함에는 '대표 모두지기'로 직함이 적혀 있다.
* 신발은 넘치고 넘쳐 바깥 계단까지 이어졌다.. 이들 한 사람 한 사람 마음이 모여 작은 도서관을 '크게 크게' 만들어 가고 있다고 믿는다.
* 모든 사람들이 동화구연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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