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어쩌면 자료들과 시간싸움을 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자료들이 도서관에 들어올 때에는 싱싱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낡아지고 힘이 빠진다. 내용 뿐 아니라 물리적인 상태도 점차 나빠진다. 그냥 버려도 되는 것도 있겠지만, 사실 자료는 그 자체로는 다 보존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지고 있을 것과 버릴 것을 선별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도서관들끼리 좀 더 이런 문제에 대해서 깊은 협의가 필요하다. 아니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이 모든 자료를 다 수집해서 무조건 보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다른 도서관들은 어떤 것을 보존할 것인가를 고민할 때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를 살펴보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아직은 다 설립된 것은 아니지만 '도서관법'에 따라서 16개 시/도에 설치될 지역대표도서관도 보존 업무를 하도록 하고 있으니, 지역대표도서관이 설립된 지역에서는 이 도서관과 먼저 협력하면 될 것이다. 다른 나라 좋은 도서관이 부러울 때에는 수 백 년 수 천년도 더 된 자료들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용한 학자 등이 책을 쓴 후에 그런 자료를 볼 수 있도록 해 준 도서관과 사서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일이 더 많아지고, 아니 일상이 되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도서관은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겨내야 한다. 자료가 긴긴 세월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관리도 잘 하고, 활용도 더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 시간싸움에서 이겨낸 후에 도서관은 진정 좋은 도서관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도서관들은 자료의 물리적 보존을 위한 기술이나 수단을 거의 갖출 수가 없다. 그럼에도 보존을 해야 할 자료들이 있을 때에는 이를 도와줄 사회적 수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기록관리 같은 부문에서는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도서관 부문에서도 국립중앙도서관과 앞으로 설립/운영될(이미 되고 있는 곳을 포함해서) 지역대표도서관들이 다른 도서관을 위한 지원 기관으로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할 것이다. 잘 된 일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세계도서관협회연맹(IFLA, 한국도서관협회에서는 '한국도서관협회연맹'이라고 하고, 국립중앙도서관은 '서계도서관연맹'이라고 한다. 용어는 사실 어떻게 인식하는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할 때, 무슨 차이일까?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는 것일까? 생각해 보지만, 뭐 어떤 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 없으니 같이 쓰는 것도 어쩔 수 없겠지.)의 한 분과인 보존·복원분과(PAC) 한국센터로 지정받아서 국내에 있는 귀중자료를 보존하고 복원하는 지원사업을 하게 된 것이다. 이미 관련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니, 앞으로 이런 활동을 통해서 우리나라 도서관들이 시간싸움에서 이겨내고 오랜 세월을 탄탄하게 살아 갈 수 있는데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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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보도자료 내용을 가져온 것임)
세계도서관연맹 보존·복원분과(IFLA PAC) 한국센터로 지정받아
국내 귀중자료의 보존 및 복원사업 지원활동 시작
국립중앙도서관(관장 모철민)은 2008년 11월 25일 국제도서관연맹(IFLA) 국제본부와 보존·복원분과(Preservation and Conservation) 한국센터를 설치하는 동의서를 체결하였다. IFLA PAC 한국센터의 주요임무는 “국가를 초월한 자료보존원칙 아래 국내·외 다양한 자료보존 협력사업 및 기술지원 활동”이다.
또한, 국가 대표 보존도서관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각급 도서관, 정부기관 및 개인들이 소장한 귀중자료들의 보존 및 복원처리 지원활동을 시작하고 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태권도진흥재단에서 의뢰한 재단 초기 공문서 55매에 대한 과학적 보존처리를 실시하였다.
태권도진흥재단에서 의뢰한 자료들은 “空手道彰武館全國中央道場 定款(공수도창무관 전국중앙도장 정관)”, 단기 4294(1961년) 발행한 공문서 등 필사 인쇄본들로 태권도진흥재단의 탄생 및 활동에 대한 귀중한 기록들이 담겨져 있었다.
관련 자료들은 황변화, 산성화, 바스러짐, 세균오염 등의 손상을 입은 상태로 7월 10일부터 8월 30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보존실에서 보존처리전문가들에 의해 자료 훼손상태조사(평량, 색상, 산성도, 및 훼손유형·원인조사 등)를 거쳐 과학적 보존처리(소독, 탈산, 멸실부분 수선·복원 등)를 완료했으며, 최종적으로 보존성이 우수한 중성보존용 상자에 넣어 보존처리작업을 완료했다.
* 이 그림은 국립중앙도서관 보도자료에 포함된 것을 갈무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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