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신문보도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있었다. 그것은 행정안전부가 이번에 발표한 '2009년도 중앙우수제안 심사' 결과에서 금상을받게 되었다는 '도서이용카드의 단일화' 제안이다. 이것은 국민제안으로 제기된 것인데, 이번에 금상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수상자께 축하드린다. 무엇보다도 도서관에 대한 제안이금상으로 채택된 것은기분 좋은 일이다.이렇듯 도서관에 대해서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구체적인 사항들을 적극 제안하고, 그것이 행정부에서도 좋은 제안으로 인정된 것은 도서관 사람으로 즐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보도자료를 보니까 이 제안은 이미 정부 관계부처(문화체육관광부)에서 수용해 관련 연구와 향후 통합시스템을 구축해서 2011년부터 운영한다는 설명도 함께 있다. 물론 이런 사항에 대해서는 나도 아는 바이고, 지금 연구가 진행 중이기에 그 결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바이기도 하다.
이번 결과를 접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몇 곳, 국민들이 여러 가지 제안을 하는 웹사이트를 가 보았다. 도서관에 대해서 꽤 많은 제안들이 올려져 있다. 이번에 금상을 받은 제안도 그런 제안들 중 하나이다. 내용도 제법 다양하고, 제안을 검토, 결정하고 수용해야 하는 관련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부처도 다양하다. 문제는 그런 제안들에 대해서 도서관계나 도서관 현장은 얼마나 알고 있고, 또 그런 국민들의 요구와 제안을 어떤 방식으로 검토하고 수용여부를 결정하며, 답변하고 대응하는지... 나 자신부터 그렇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는 것을 반성할 수밖에 없다. 도서관은 이용자들의 요구에 적극 대응(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수용할 수 없는 것은 왜 그런지, 대안은 무엇인지 등등을 적극 알리고 설득하는 것까지를 포함)해야 한다고 말을 해 왔으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제안 사항에 대해서 그리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뭔가 제도적으로 이 문제에 대응할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봤다. 얼핏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도서관 정책을 총괄하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와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문화체육관광부)에 이 문제를 정기적으로(적어도 월 1회 정도) 다루는, 즉 제안된 내용들을 종합하고 검토하고, 수용할 것과 불가한 것을 구분하고, 수용방법을 찾아보고, 안되는 것은 안되는 이유를 적극 알리고 설득하는 일을 담당할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 조직에는 민간의 관련 단체나 전문가들도 참여하면 더 좋을 것이다. 정부부처에서 안된다면 도서관 단체들이 나서서 그런 조직을 두고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국민들과 소통하고, 먼저 이용자를 배려하고 이용자들의 요구에 앞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두 번째 생각해 본 것은 제안들의 내용 가운데 중복되는 것이 여럿 있다는 것. 이번에 금상으로 선정된 주제도 사실 꽤 여러 해 전부터 여러 사람들에 의해 제안된 것인 것 같다. 문제는 왜 그렇게 계속 같은 내용이 여러 사람에 의해 제안되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대출카드를 통합하는 것에 대한 유사한 제안도 여럿 있었지만, 야간 개관 요구라든가 자기 지역에 도서관을 건립해 달라는 것, 대학이나 학교도서관을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등의 요구도 여러 번 볼 수 있었다. 이미 도서관 현장이나 정책에서도 검토된 바이고 또 대부분 도서관발전 종합계획에 포함되어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미 부분적으로 실천되고 있기도 한 것도 적지 않은데, 국민들은 제안을 하는데, 그에 대한 현실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이 안 되는 것 같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깊이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그래서 좀 더 도서관 활동을 널리 알리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다.
한 편으로 도서관 서비스는 자기 가까운 도서관을 통해서 알게되고 이해되기 마련이다. 여러 도서관을 동시에, 자주 이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거의 모든 제안은 사실 자기가 주로 이용하는 도서관에 제기하고 그 도서관에서 우선 해결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혹시 그것이 개별 도서관을 넘어 좀 더 여러 도서관이나 지역과 관련된 문제이거나 개별 도서관이 어쩔 수 없는 정책적 또는 제도적, 법적 문제가 있는 것이라면 제안을 받은 그 도서관이나 유사한 고민을 하는 도서관들이 적극 나서서 문제 해결을 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단체 등을 통해서,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이나 위원회를 통해서 문제가 검토되고 해결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안도 더 효율적으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실 도서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대책은 바로 지역주민들 가까이에 도서관을 많이 설치하고, 그 개별 도서관들이 자기 서비스 범위 안에서 최대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필요한 지원을 아까지 않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국민들이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느끼는 불만족이나 개선 의견 등은 지금처럼 어딘가 소통을 하기에는 너무 범위가 큰 공간에서만 머물게 되지 않을까 한다.
끝으로 전국적으로 하나의 도서대출 카드를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서 간단하게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물론 필요성은 충분히 인식할 수 있다. 문제는 필요성에 걸맞는 실효성이나 효율성이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미 밝힌 바대로, 아마도 그것이 이번 제안이 금상으로 선정된 이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이 문제에 대해 정책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제 얼마 후에는 그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다. 아직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정말 그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걸맞게 효용성도 크다는 결론이 나올까? 개인적으로 매우 궁금하다. 이미 우리나라는 전국 공공도서관과 올해부터는 대학도서관까지 연결한 상호대차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도서관 회원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전국 어디에 있는 책이든 빌려볼 수가 있다. 물론 직접 가서 빌리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에 접속해서 신청을 하면 택배로 배달된다. 그런 서비스와 이번에 검토되고 있는 전국단위 도서대출카드 통합이라는 것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어느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 보이면 패널들이 질문도 하고 채택여부를 결정하는 그런 프로그램이 있던데, 국민제안을 선정하는 과정에서는 혹시 그런 시간은 있었을까? 과연 도서관에서 왜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실제 제안자나 심사자에게 혹시 제기될 수 있는 문제들을 알리고 그에 대한 대책은? 예를들면 다른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주는 것은 쉽겠지만, 반납은? 만일 책을 반납하지 않는다면? 혹시 책을 분실한 경우라면? 지방자치단체에서 그런 전국적 시스템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면? 이미 대학도서관 등에서 자주 제기되는 문제인데, 다른 지역 주민이 먼저 책을 빌려간 후에 정작 자기 지역 주민(그 지자체에 세금을 내는)이 그 책을 찾았을 경우, 그 주민이 문제를 제기한다면 도서관 직원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등등. 물론 그 모든 내용이 현재 진행 중인 연구에서 충분히 검토될 것이고, 좋은 대안이 마련될 것이라는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그 연구결과가 기다려진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것은 현재 전국 모든 공공도서관에 회원으로 등록된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그리고 그 중에서 이렇게 다른 도서관까지 가서 책을 빌려보고자 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보니 도서관 도서대출 회원 등록자가 얼마나 되는지 구체적인 통계수치를 알지 못한다.1년에 한 번이라도 도서관에 가 보고, 또 책을 빌려보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또 참고로 우수제안은 국민제안과 함께 공무원제안도 별도 심사, 시상하는데, 장려장 중에 "부산광역시립 공공도서관 통합서비스시스템 구축/운영"이라는 내용으로 부산시교육청 사서사무관 최순남 외 1명이 제안한 것이 선정되었다. 그 내용은 국민제안 내용과 유사한데 다만 지역과 대상기관 범위가 부산시 공공도서관이라는 점이 다른 것 같다. 사실 이런 식으로 아무리 커도 광역자치단체 정도에서 대출카드를 통합으로 운영하는 것은 적극 검토할 만 하다. 또 이미자치단체 차원에서 도서관을 통합으로 운영하기 위한 시도들이 진행된 곳도 여럿 있다. 어쩌면 각 지자체별로, 광역자치단체별로 먼저 도서관들이 자발적으로 서로 협의하고 통합하는 절차들이 있은 연후에 전국적으로 그것들을 묶는 순차적 추진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에 국민제안에서 금상을 받은 것이 도서관과 관련한 것이라는 것은 도서관 사람으로 고마운 일이고, 또 이번 기회에 국민들이 어떤 것을 도서관에 요구하는지를 대략적으로도 살펴볼 수 있어 다행이었다. 제안하신 분과 이미 이런 제안을 수용, 연구도 진행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중인 관계자들께도 좋은 결과를 내 주시리라 믿는다는 말씀을 드린다. 다만, 이번 기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서관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를 발굴하고 검토하고 수용하는 방식에서 좀 더 발전적인 개선이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
* 국민·공무원 제안건수가 해마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앙우수제안 접수건수도 전년대비 약 100%(’08년 89건 → ’09년 176건) 증가하는 등 제안제도는 명실상부 건전한 정책대안을 제시하는 소통창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행정안전부 공지사항 내용 중. 아래 그림은 공지사항 내용 중 일부를 갈무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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