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한여름, 8월 8일... 태백시를 찾아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태백시는 예전 탄광마을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 모습이 그렇다고 해서 그 오랜 삶의 역사가 하루아침에 씻겨지는 것은 아니리라. 또 그래서도 안 될 것이다. 자기 삶의 역사는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의 DNA에 새겨져 오래오래 오늘과 내일의 힘으로 되새겨 내야 할 것이다. 그러기에 지난 역사를 잊기보다는 다시 되새기고 돼짚어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오늘에는 결코 반복하지 않아야 하고, 혹시 모자란 것이 있었다면 오늘에는 반드시 채워야 하고, 혹시 좋았던 것이 있었다면 오늘에는 더욱 확대시켜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과연 다른 사람 삶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각자 자기의 삶에 최선을 다해 살면서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뿐...
사북은 석탄산업이 한창이던 1980년 사북항쟁이 있던 곳이다. 그 이후 계속된 생존권 투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 탄광촌 주민들이 살아온 지난 시절 역사는 그 누가 제대로 알 수 있겠는가. 그 흔적이 남은 지금 이 사북에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카지노가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사북과 함께 고한과 남면 지역 주민들은 석탄산업 사양화로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닥친 지역 공동화 현상을 막아내기 위해 투쟁한 결과 1995년 3월 3일,내국인이 출입할 수 있는 카지노를 허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별법 제정이라는결과를 얻어냈다. 그 이후 13년이 지난지난 2008년 10월 초, 소위 3.3투쟁 13년을 기념해서 사북읍 옛 동원탄좌 복지관에 정선 탄광촌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는 '뿌리관'이라는 것을 만들어 개관했다고 한다.
그 뿌리관을 지난 여름, 어스름 저녁 초입에 방문했었다. 뿌리관을 둘러 본다고 내가 어찌 그 긴긴 세월 그곳 사람들이 살아온 삶을 짐작이나 하겠는가... 그래도 그렇게 자신의 지난 삶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다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사북 주민들에게서 진실한 힘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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