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가나단의 도서관학 5법칙 중 다섯 번째는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법칙이다. 도서관은 변 어떤 고정적인 건물과 같은 것이 아니라 유기체처럼 생명력을 가지고 있고, 늘 변화하고 성장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도서관이 성장한다고 하면 3요소인 장서와 시설은 물론 사람(직원과 이용자 모두를 포함해서)들도 끊임없이 확대되고 성장해야 한다. 여태까지 그런 기본적인 입장을 가지고 도서관 사람들은 도서관을 키워 왔다. 그러나 도서관을 둘러싼 현실은 도서관이 계속해서 성장하는데 있어 그리 녹녹한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은 늘 자신을 활력이 가득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3요소 전 부문에서 늘 새롭게 자신을 갱신해 나가야 한다.
그 중에서도 일상에서 늘 해야 할, 아니 할 수 있는 갱신작업은 장서 부문에서의 장서의 입수와 관리하고 불필요하거나 훼손된 자료를 폐기하거나 제적 등의 일련 활동이다. 그런데 그 작업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것이 어쩌면 장서 중 불필요한 것을 찾아 장서에서 빼 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특히 장서규모가 작은 우리나라 도서관들에서는 기존 장서에서 어떤 것들을 빼서 폐기하거나 제적하는 것이 무척 어렵다. 물론 법적으로는 도서관정보정책위원회가 제정한 일정한 기준에 따라서 전체 장서 중 7% 안에서 폐기하거나 제적, 또는 다른 도서관 등으로 이관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도 실제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여전히 장서가 신선한 상태, 즉 가장 합리적이고 이용가치가 높은 장서를 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가장 일차적 이유는 도서관들이 충분한 양의 장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서를 버리는 일이 심리적으로 쉽지 않은데 있지 않은가 한다. 거기에 더해서 장서의 내용을 일일이 확인하는데 있어 사서들이 시간을 내기 어려운 인력 부족 현상은 도서관들이 자기 장서가 이용자들의 요구나 도서관의 목적과 얼마나 잘 부합하고 있는지를 수시로 파악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새로운 책과 자료가 계속 들어오고 있지만, 한 편으로는 장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이제는 이용되지 않는 책과 자료의 비중이 계속 증가하고, 장서를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 문제도 점점 심각해 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도서관에 있어 장서는 도서관의 힘이다. 따라서 장서가 이용자들에게 더 자주, 더 많이, 더 활발히 이용되어야 도서관 힘이 커지는 것인데, 그러기 위해서는 장서가 늘 청춘처럼 싱싱한 상태로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낡은 것이나 불필요해 진 것들은 장서에서 솎아 내야 할 것이다. 어떻게든 보존할 것은 더 잘 보존하고 정말 불필요한 것들은 장서에서 빼내 폐기하거나 제적해야 한다. 장서의 규모(양)도 중요하지만 어떤 내용인가, 그 신선한 정도는 어떠한가가 정말 더 중요하다. 물론 일부 도서관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라 하더라도 소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곳은 반드시 보존 문제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도서관에서는 장서가 얼마나 이용자의 요구나 도서관 목적에 부합하느냐가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하고,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이 더 강조되어야 한다. 도서관 현장에서 폐기나 제적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이고 긍정적 인식과 실천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오늘 이런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는 트위터에서 미국에서 운영 중이라고 하는 폐기와 제적과 관련된 한 인터넷 누리집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중급 규모 공공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2명이 운영하는 곳인데, 공공도서관 장서 가운데서 제적되어야 할 책들을 찾아 소개하는 그런 누리집이다. 소개되고 있는 책 내용이야 우리와는 관련이 없는 책들이니 크게 관심 둘 일은 아니지만, 도서관 현장 사서들이 이런 문제들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찾고 실천하고, 그것을 통해서 도서관 현장과 동료 사서들의 참여와 변화를 촉구하고 있는 방식은 주목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보면 장서가 늘 신선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역시 사서들이 자기 도서관 장서를 더 깊이 이해하고 분석하고 하나하나에 대해서 평가할 수 있도록 시간과 책임을 주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도서관 3요소 가운데서도 사람, 특히 사서 중요성이 가장 큰 것은 결국 사서의 생각과 전문성, 책임성과 실천 역량이 도서관의 정체성을 확립/유지하고 갱신해 가면서 늘 살아있는 유기체가 되도록 하는 근본적 힘이 된다고 할 것이다. 그런 점이 사회에서 인정받기를 바라면서, 미국 도서관 사서의 작은 활동 하나에서 또 하나의 시사점을 구해본다.
* “Awful Library Books” 누리집 바로가기
(우리말로 번역을 어떻게 할까? “불필요한 도서관 책들”? 아니면 “끔찍한 도서관 책들”? - 이건 그 자체로 좀 끔찍하다. 딱히 마음에 드는 번역말은 좀 더 고민해 볼 일... )
* 이 그림은 awful library books 누리집 첫화면 일부를 갈무리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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