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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봉사의 땀방울 / 도정일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서평집 축사)

살아가면서 자신의 일과 관련해서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을 만나는 것은 아주 기쁘다. 특히 남들이 잘 몰라는 자신을 그래도 깊이 이해하고 잘 설명해 주는 글이라면 더욱 그렇다. 내 스스로 내 일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하던 차에, 최근에 도서관 사서에 대해 멋지게 말해주는 글을 만났다.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다양한 도서관과 독서진흥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대표인 도정일 교수님 글이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이 4주년 개관을 기념해서 펴낸 <서평이라하기엔 조금 부끄러우나, 읽을수록 맛있는, 유별난 도서관의 인간적인 책 이야기>라는 긴 제목의 서평집(2010.7.1. 발행)에 쓰신 축사다. 2003년 첫 번째 기적의 도서관이 순천에서 문을 연 날 쓰신 경향신문 칼럼 "오 쓸쓸함이여, 스승이여"를 나는 참으로 좋아하고 있는데, 이번에 쓰신 이 축사 또한 도서관 사람인 나에게는 참으로 고맙고 깊은 울림을 주는 글이다. 도 교수님이나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 사서들 모두 나에게는 남다른 분들이지만, 그런 개인적 친분 관계를 떠나서라도 2년 이상 꾸준히 서평을 써 온 도서관 사서들이나, 그 사서들에게 보내주신 도 교수님의 찬사 모두가 고마울 따름이고, 부럽기도 하다. 우리 도서관 사서들이 진정 이 사회 안에서 무엇으로 사람들에게 감동과 기쁨을 드릴 것인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시대의 조류가 아니라 사회 내면 깊이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자신의 역할을 찾아 묵묵히 실천하는 그런 사서, 그런 전문가가 되면 좋겠다. 청춘을 반납한 것이 아니라 청춘을 시대와 시민들에게 맡긴 그런 우직한 전문가, 부드럽고 친절한 사서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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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의 땀방울

도정일(경희대 명예교수, 책읽는사회문화재단 대표)

도서관 사서들은 일이 많다. 책을 비롯한 각종의 정보자료들을 수집, 분류, 비치, 보존하는 일은 사서의 기본 작업이다. 그러나 이건 '기본'이고 그 기본 너머에도 많은 일들이 사서의 손을 기다린다. 유익한 서비스 프로그램들을 끊임없이 기획해야 하고 그것들을 유효하게 실행해야 하며, 사용자들의 정보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정성어린 정보 안내 업무도 수행해야 한다. 이 많은 일들에 파묻혀 지내면서도 사서는 늘 친절해야 하고 상냥해야 하며 웃음을 잃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도서관 사서들의 얼굴에는 일찍부터 주름살이 패이고 아직 젊은 나이인데도 머리에는 초겨울 눈발 같은 것이 내려 앉는다.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은 사서의 나이를 함부로 짐작하지 말아야 한다. 마흔은 되어 보이는 사서도 실제 나이는 20대 후반이거나 30대 초반일 것이고 50줄에 든 것 같은 고참 사서도 실제 나이는 잘해야 40대 초반이다. 청춘을 일찌감치 반납한 사람들, 그들이 도서관 사서이다.

그 사서들에게는 또 '책에 관한 의무' 같은 것이 부과된다. 그들은 책을 잘 알아야 하고 노상 책을 읽어야 하며 책의 내용 수준을 판단해야 한다. 이런 능력이 없으면 책을 수서, 판단, 보존하는 일이 가능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안내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이것은 힘든 작업이다. 그러나 이 작업을 해낼 수 있는가 없는가에 따라 도서관 사서의 품질 등급이 결정된다. 책을 모으고 분류하고 배가하는 선에서만 자기 일을 끝내는 사서가 있는가 하면, 좋은 책을 선택하고 안내하기 위해 부단히 책을 읽고 판단하고 연구하는 사서도 있다. 이 두 번째 유형의 사서가 '좋은 사서'이고 이런 사서가 많은 도서관이 '좋은 도서관'이다. 그런 사서들이 근무하는 도서관을 가진 동네는 축북받은 동네이다.

동대구문구정보화도서관 사서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2년 넘게 틈틈이 쓰고 발표했던 서평들을 모아 개관 4주년 기념 서평집을 낸다고 한다. 나는 그 사서들의 정성에 깜짝 놀라고 그들의 노고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더러 미흡하고 성에 차지 않는 부분들이 있을지 몰라도 사서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한 자 한 자 써내려간 서평 칼럼들이라는 사실 자체가 감동적이다. 도서관 개관 4주년의 진정한 의미는 그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의 4주년'이라는 데 있다. 독자들은 이 서평집에서 동대문 사서들이 흘린 봉사의 땀방울들을 발견해주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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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정일 교수님 글을 그대로 전제하면서 따로 도 교수님이나 동대문구정보화도서관의 허락을 구하지 못했다. 감히 사전에 말씀을 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그리고 위 글을 옮겨 적는 과정에서 오탈자가 있을 수 있으니 인용시는 가급적 원본 서평집을 찾아 확인해 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