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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도서관 역사 찾기의 의미

빛바란 사진을 살펴본다. 이번 <도서관문화>에 실릴 원고에 담긴 해방 이후 우리나라 도서관계를 이끌었던 우리협회 초대 회장이자 국립중앙도서관 부관장 박봉석 선생이 다녔던 중앙불교전문학교 도서실과 열람실 풍경, 그리고 선생의 사진이다. 그동안 사진의 존재를 무심코 지나쳤다가 이번에 한 개 인이 찾아낸 것이다. 이 사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우리 도서관과 사서들에게 과연 역사는 있는가? 시민과 사회와 함께 공유할 역사는 있는가? 우리는 늘 박봉석 선생을 추앙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는 박봉석 선생을 기리는 일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 것일까? 어찌 박봉석 선생뿐이랴, 많은 선배 사서들이 무수한 어려움 속에서 힘써 구축해 온 도서관 역사를 우리는 지금까지 이리도 제대로 알거나 갈무리하지 못했을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에서 ‘민족’을 ‘도서관’이라고 바꾸어 보자. 우리가 근대 도서관의 역사, 특히 우리 자신의 지난 세월을 제대로 정리하고 알지 못한다면 과연 우리는 지금까지 왜, 어떻게 존립해 왔고, 현재와 미래에는 왜, 어떻게 존립할 것인지를 사회에 제대로 말할 수 있을까? 다행히 요즘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 등이 구체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협회가 최근 출간한 『한국 도서관사』(송승섭 저)는 올해 대한민국학술원 우수학 술도서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도서관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국도서관사연구회’가 활동을 시작하면서 도서관 역사 정리와 논의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공공도서관으로 알려져 있는 부산광역시교육청 시민도서관은 자관 내에 역사관을 두어 도서관 역사를 잘 정리해 이용자에게도 공개하고 있다. 모든 도서관과 단체 등도 자신의 역사를 잘 정리해 사회와 공유하면서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힘으로 활용하면 좋겠다. 그 출발은 도서관과 사서들이 자신들의 활동과 이야기를 잘 기록하고 정리해 두는 것이다. 개별 도서관과 사서들의 활동 갈무리는 전체 역사의 일부분이다. 따라서 누군가는 개별의 자료나 이야기를 모아 도서관 전체의 역사로 만들어야 한다.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제4차 인쇄문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17~2021년)’ 에서는 ‘인쇄박물관 건립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쇄문화 종주국으로서의 역사성과 위상, 인쇄문화산업의 산업적 가치를 세계에 알리겠다는 것이다. 도서관 부문에서도 유사한 목적으로 역사 갈무리를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할 도서관박물관(가칭)을 설립해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기 위한 체계를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 도서관과 사서의 역사를 찾고 정리하고 보존하면서 잘 활용하는 것은 어느 한 도서관이나 사서 개인의 관심과 노력 으로 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우리 도서관계 모두가, 각 자의 자리에서 자기 역사 갈무리를 잘 하는 것과 함께 우리 협회를 비롯해 정부나 역량이 있는 도서관과 학계, 사서나 연구자 등이 방안을 논의하고 만들고 실천해 나가는 노력을 함 께 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의미있는 활동을 만들어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도서관과 사서 역사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은, 역사 연구나 관리는 참으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이 다. 이미 우리 곁에서 사라진 자료나 물품 등을 찾고 확보하는 일은 불가능하거나 아주 어렵다. 그렇게 확보한 자료나 물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또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다. 끈기와 용기를 가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도 해야 하는, 더 미룰 수 없는 일이기에 지금부터라도 도서관계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힘을 모으면 좋겠다.

글 | 이용훈 한국도서관협회 사무총장, 도서관문화비평가 


[출처]  한국도서관협회, <도서관문화> 제61권 제4호 통권 521호[2020년 7·8월호]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