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남양주시가 도서관을 363일, 24시까지 연장 개관하겠다고 발표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물론 시민들이 도서관을 필요로 하는 것이야 넘 좋다. 그러나 한 편으로 생각하면 그냥 좋다고만 할 수 없는 이유들도 있다. 그런 것들까지 다 꼼꼼하게 검토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도, 글쎄 도서관계 입장에서도 이렇게 도서관 연장개관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데, 적절한 대응논리와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다면 도서관계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지금정부까지 나서서 공공도서관 야간개관 서비스를 이끌고 있는 마당에, 도서관계가 앞으로 이런 문제가 계속 확산될 수 있기에, 적절한 대응을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그냥 간단히 내 상념을 적어보았다. 페이스북에 올리려고 했는데 너무 길다고 해서 다시 블로그로 가져왔다.
* 남양주시 도서관 개관시간 확대에 대한 기사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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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이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에 하루도 빼놓지 않고, 하루 내내 필요한 곳이라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기로 했다면 이후에는 정말 꼼꼼하게 날자별로 시간대별로, 그리고 누가(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밤 늦게까지, 휴일에도 도서관을 이용하는지를 챙겨봐야 합니다. 공공서비스가 정말 공공의 목적을 위해서 제공되고 있는지, 그러기 위해 시민의 세금을 쓰고 있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아야 할 것입니다.
모든 유기체는 생로병사가 있고, 적절한 휴식이 건강한 삶에 있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기계도 수명이 있고, 만일 24시간 돌려대면 빨리 그 수명을 다할 것입니다. 하물며 사람이 운영하는 공공조직은 더 그렇지 않을까요? 도서관은 성장하는 유기체라는 말이 있습니다(랑가나단 도서관학 5법칙의 다섯 번째 법칙). 도서관도 유기체이기 때문에 일할 때가 있다면 쉴 때도 있어야 합니다. 도서관 조직이 필요해지고, 장서가 피로를 느끼고, 시설까지도 피로가 커지면, 도서관은 제대로 성장하거나 오래오래 시민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한 번 시작해 놓으면, 나중에 잘못된 방향이었더라도 그냥 갈 확률도 높고, 나중에 포기했더라도, 또 다른 누군가가 해야 한다고 하면 다시 또 그렇게 하게 되는, 그런 부적절한 반복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정말 우리가 지자체로부터 제공받는 수많은 서비스 중에서 도서관 서비스 말고 363일 24시까지 제공되는 서비스가 또 뭐가 있을까요?
도서관이 1년 내내 24시까지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논리가 조금 더 비약되면 모든 공공서비스는 다 363일, 24시까지 제공되어야 합니다. 시민들 입장에서는 그런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세금을 더 내야 하겠죠. 그리고 무엇보다도 스스로 잠도 제대로 못 잘 것이고, 휴식도 못할 것입니다. 요즘 건강을 중요시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스트레스를 적게 받는 것이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하죠. 그러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 잘 자는 것 아닐까요? 그런데 공공서비스가 시민들에게 잠도 제대로 자지 말고, 제대로 쉬지도 말라고 한다면, 그게 정말 올바른 공공정책일까요?
시민들이 도서관을 아끼고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참으로 좋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어떻게 하는것이 제대로 된 공공서비스로서의 도서관 정책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363일 24시까지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받고자 한다면 그에 따른 적정한 투자가 있어야 합니다. 기사를 보니 시민들까지 도서관 운영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그럴 것이라면 왜 세금을 내고 왜 공무원을 채용하는가요? 왜 도서관만 그렇게 해야 하는건가요? 시청 업무도, 보건소 업무도, 뭐 아무튼 모든 공공 서비스 분야에서 다 자원봉사자로 행정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것일까요? 안될 이유도 없겠죠.
이번에 이렇게 결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대화와 꼼꼼한 점검이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하기로 한 것이니까 정말 친절하게 그리고 풍부하고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하리라 믿습니다. 혹시라도 1년 정도만 하고 끝내시지 말고 길게길게 도서관 서비스를 시민들에게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서비스 시간만 늘이지 말고, 좋은 도서관 서비스를 제공할 전문사서도 더 늘이시고, 도서관에 책도 많이 사서 시민 누구나 원하는 책을 도서관에서 보고 빌릴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 시설도 많이 보강해서 좋은 교육과 문화 프로그램을 더 많이, 더 자주 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도서관 363일, 24시까지 개관을 통해 시민들의 독서와 문화, 교육 수준이 한층 높아졌다는 보고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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