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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철거되는 아현고가도로를 걷다


철거되는 아현고가도로를 걷다


1968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고가도록,

아현고가도로가 철거된다.

철거하기 전 마지막날, 시민들이 그 길을 걷도록 했다.

차량 전용도로이라서 사람은 걸어갈 수 없는 길..

그곳이 단 하루, 몇 시간 열린 것이다.

물론 1990년대 초반, 사람들 이야기로는, 세상을 향해 목소리 높여 외치다가

쫓겨 갈 때 이 길을 걸은 적이 있다고 하지만...

아무튼 사람은 걸을 수 없던 길을 사람들이 걷게 되었다.

아쉬움 때문일까? 아니면 색다름 때문일까...

날씨가 궂은 가운데서도 많은 시민들이 아현고가를 걸었다.

물론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고가도록 위는 잠시 축제와 놀이 마당이 되었다.

사람들은 고가 위에 페이트로 기억을 남기고..

물론 나도 두 가지 글을 남겼다. ㅎㅎ (사진 맨 마지막 부분에 있다)

눈도 내리고 쌀쌀했지만, 이제 내일이면 더 우리 일상에서 사라질 도로를 걷는 기분은 색다르다.

충정로역에서 시작해서 아현역 위쪽까지, 아현고가도로 시작에서 끝부분까지 걸었다가 다시 돌아왔다.

그런 중에 나는 한 곳에서 사진 한 장을 남겼다.

멀리 내가 다닌 고등학교가 보인다.

3년, 나는 이 고가도로 아래 굴레방다리를 부지런히 다녔다.

그 3년 세월... 돌아보면 재미있었다고만 하기는 그렇지만,

그래도 문학반 활동도 하고, 3년 잘 보내고, 나름 대학도 가고..

그 시절 이 고가도로 아래를 매일 다녔는데,

이제 단 한 번, 이 도로 위에서 옛 추억을 바라다 본다.

사실 졸업하고 한 번도 다시 학교를 가 본 적이 없다..

왜 그랬을까 특벼한 이유도 딱히 없다.

그냥 앞으로만 갔기 때문이었을게다..

이번에도 그냥 매일 오가면서 보기만 했던 아현고가도로 위에서

멀리 쳐다보기만 하고 왔다.

지난 시간은 계속해서 그냥 내 기억 속에만 남겨두어야겠다.. 

이런 개인적인 이유 말고도

도시 안에서 뭔가 만들어졌다가 또 사라지는 것들을 기억할 필요는 있겠다 싶다.

많은 시민이 고가도로를 걷고 사진으로 기억에 남겨 두었다..

그 기억들이 언젠가는 한 곳에 모여, 또 '아현고가도로'의 마지막 날을 이야기하는데 좋은 자원이 될 것이다.

고가도로를 걷다보니, 좀 추웠다..

토요일임에도 막히는 도로, 그 위에 그득한 차를 보면서..

도시는 가능한 한 시민들 자기 발로 걸으며 다닐 수  있도록 재편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안녕, 아현고가도로!


* 한겨레신문 보도사진 

* YTN 보도



* 예전 다니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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