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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헌책방] 숨어있는 책

[헌책방] 숨어있는 책



홍대 쪽에서 오후 시간을 보냈다.

간단히 주변을 둘러보고 집에 가야지 하다가..

골목길에서 '숨어있는 책'을 만났다.

요렇게 숨어 있으면 못 찾을 줄 알고?^^

또 갈등.. 들어갈까 말까.. 

(갈등하면 뭐하나, 참새 방앗간인데.. ㅎㅎ

하긴 일단 시간이 좀 있어서...)


들어서는 계단에는 잡지들이 가득하다.

싼 값에 나온 책들도 있고..

그리고 그 중에는 독서실태조사와 독서진흥연차보고서도 있고..

나도 그 보고서 제작에 참여했었으니 감회가 남다른 것도 괜찮겠지요...





이곳은 주변에 대학이 여럿 있어서인가,

대학도서관 등에서 폐기된 책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전문적인 책들도 많고.. 지하 공간도 나름 꽤 큰 편.

특별한 책들을 찾는 전문가들도 많이 오시는 곳.

하긴 이미 유명한 헌책방이다.

내가 있는 동안에도 꽤 여러 사람이 책방을 찾았다.

주인과 나누는 대화에서 짐작하건데.. 역시 헌책방은 더욱 더 

이야기가 풍부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

내 분야인 도서관과 독서, 출판 쪽 책들도 꽤 있다.

내가 떠나 온 한국도서관협회 60년사도 있고.. ㅎㅎ

또 내가 추천사를 썼거나 한꼭지 참여한 책도 보인다.

친구들 책들도 보이고.. 사지는 않았지만 헌책방에서 그 책들을 만나는 건 반갑기도 하고

또는 아쉽기도 하고.. 그래도 누군가 곧 사 가서 새 주인이 되기를 기대해 보고.







결국 여기서도 숨어있는 책 8권을 만났다.

집에 갈 시간에 쫒기기도 하고.. 이미 앞선 헌책방 3곳 순례에서 여러 권을 산 탓에

더 사면 집에 가는 길이 힘들어질 것이라서.. ㅎㅎ


우선 논문집을 한 권 샀다.

제목은 <공공도서관 공간체계의 변화와 특성에 관한 연구; 프랑스 미디어테크를 중심으로>

임호균 선생의 2007년 홍익대학교 대학원 박사학위 논문이다.

<남궁억전>은 1971년 5월 초판, 12월 5판을 찍은 것으로

한국자유교육협회에서 발행한 책이다.

당시 학생이었던 사람들에게는 이 전집은 추억의 책이리라..

개인적인 관계도 고려해서 여러 책 중에서 이 책은 내가 샀다.^^

연변인민출판사에서 발행한 <력사의 종소리>는 룡정3.13기념사업회와 연변력사학회에서 펴낸 것으로

2006년에 펴낸 서진서숙개숙 100주년 기념문집이다.

문학과 론문, 대사기편으로 나뉘어 여러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100주년이라고 하는 것에 주목해서 구입했다..

참고로 책에서 보니 서진서숙은 일제 회유를 물리치고 1년도 못되는 짧은 역사로 끝난

연번지역 최번째 조선족 신식학교로서 조선족근대교육은 물론 항일운동사에 있어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학교라고 하네요.. 

네 번째 책은 책을 싼 표지 때문에 일단 구입했다.. 예전에는 서점에서 이렇게 책 겉을 싸 주었다.. ㅎㅎ

논장서적... 세종문화회관 뒤에 있던...  책을 펴 보니 1979년 평민사가 펴낸 <민중과 조직>이다.

당시 이 책이 꽤 읽헜던 것으로 생각된다.

책 표지 안쪽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왜 조직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은 자유를 향한 모든 운동의 핵심문제이다" (1980년 6월에)

이 문장을 쓴 분 이름도 있지만 그건 생략^^



<Creating Handmade Books>는 1998년에 출간된 다양한 책 만드는 기법을 다룬 책. 

무조건 구입, 언젠가는 나도 이거 보고 한 번 만들어 봐야지^^

일본 아사히신문사에서 낸 책 <서점의 대활용술...>은 여러 서점을 볼 수 있다.

요즘 읽고 있는 번역서 <서점은 죽지 않는다>와 연결해서 보면 좋겠다 싶어서 구입..

<책 어린이 어른>은 1980년 새문사에서 펴낸 책으로 이 분야에서는 나름 알려진 책이다.

"아동문학을 무시해도 상관없다. 다만, 민족의 넋이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어 왔는가를,

무시해도 좋다면 말이다..... <본문에서>"라고 표제지 뒷 장에 찍혀 있다.

정말 그렇다, 깊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끝으로 산 책은 <Plants of Allergic Importance>인데, 이건 링 파일로 된 책이다.

모두 40장의 벌과 각종 식물에 대한 세밀화(인쇄본)와 소개 내용이 파일로 정리되어 있다.

일부 빛이 좀 바랬지만, 그래도 상태가 괜찮은 편이다. 



헌책방 서가 사이는 꽤 깊어 보인다.

아마도 그 책들 사이 시간들이 깊게 흐르고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 소란하기 때문이 아닐까?

책을 펴 보면 각자 다 사연이 있고,

때로는 떠나온 곳에 대한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새 책으로 출발한 책의 인생 여정을 살펴 볼 수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참, 그리고 이 전화기로 전화를 하면

어디 한 20년이나 30년 전 쯤 

어느 책 주인이었던 사람과 연결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