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실무] 도서분실 문제에 대하여

아래 글은 전국사서협회 소식지에 실렸던 것입니다. 혹시 도
움이 될까 해서 좀 지난 글이지만 여기에 올립니다.

도서분실문제에 대하여

사서가 사서가 아닌 책지기가 되어야 할 형편이다.

도서분실의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래서 장서
점검 때마다 그 분실결과를 놓고 각 도서관 마다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도서관 살림을 맡고 있는 쪽에서는 당연히 사서
들의 책임이라 말하고, 사서들은 열심히 일하고 왜 돈까지
물어 넣어야 하느냐고 반박한다. 급기야는 이 밀고 당김이
감정적인 것으로까지 번져 저쪽에서는 돈을 받아내는 것을
곧 사서들의 책임의식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간주하여 끝까
지 변상할 것을 주장하고, 사서들은 돈을 내는 것은 곧 도
서분실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므로 낼 수 없다고 주장한
다. 그러나 도서분실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사서가 돈을
내지 않는 적은 거의 없다. 그 돈의 액수가 많든 적든 간
에.
사실 도서분실은 사서의 능력 밖의 일이다. 자물쇠를 채워
두고 책을 지켰던 폐가제 때에도 도서분실은 있었고, 도서
분실방지 시스템인 마그네틱 장치를 해둔 곳에도 도서분실
은 있다. 문제는 도서분실을 도서관 운영에서 오는 업무상
의 일로서 인정하고, 그 처리방안을 모색해야 하는데도 불
구하고 마치 도서분실을 사서의 업무태만과 능력부족에서
기인한 것처럼 본다는 것이다. 도서분실의 많고 적음에 따
라 사서의 업무능력이 평가되고, 도서분실의 책임을 추궁당
하고 변상하게 될 때, 사서의 눈에 비치는 이용자는 책도둑
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어버린다. 오죽하면 이용
자가 많아지는 것이 겁이 난다고 할까. 이런 현상은 사서의
자질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도서관체제 가 사서의 자
질과 사기를 떨어뜨린 결과에 다름아닌 것이다.
도서 분실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
고, 그리고 그 처리과정에서 사서가 받게 되는 정신적 스트
레스가 이만 저만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에 대한 처리
방안이 공식화, 명문화 되어 있지 못한데 대해 우리는 다
같이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 따라서 도서관계와 문화부에
이 문제를 여론화 시켜 사서로 하여금 책지기가 아닌 사서
로서 근무에 임할 수 있는 처리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
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근다는 속담처럼, 도서분실이 무서
워 이 나라의 도서관 문을 닫을 수는 없는 노롯이므로 도서
분실 문제에 대한 처리방안이야 말로 하루 속히 마련해두어
야 할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부산경남지역분회 편집위원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