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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브에 남긴 발자욱

[강연] 전국사서협회의 의의와 과제/1

이글은 부산지역도서관학과연합회의 제3회 학술제(90.11.3.)
에서 발표한 저의 강연원고를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전국사서협회의 의의와 역할

전국사서협회는 왜 출범하게 되었는가? 이 대답은 1988년
전도련의 공공도서관 실태조사에서 확인한 우리나라 도서관
현실에 대한 충격과 분노에서 출발하였으며, 최근의 도서관
행정 소관부처 이관문제에 있어서의 도서관계가 보여준 무능
력함, 즉 문화부 신설에 따른 도서관업무의 문교부에서 문화
부에로의 이관 추진과정에서 도서관계는 주도적인 역할을 전
혀 수행해 내지 못함으로 도서관계의 입장이 배제된 행정적
결정에 끌려가게 됨으로써 과연 도서관계를 대변할 단체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한 것에서 출발하였다는 것입니
다.
그럼 도서관문제에 대한 전국사서협회의 인식은 무엇인가 하
는 질문이 제기됩니다. 우리나라 도서관계의 현실적인 문제
는 무엇인가 ? 이것에 대하여 우리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첫
째, 도서관에 대한 인식이 왜곡되어 있습니다. 즉, 도서관
은 사서들의 밥벌이 장소나 학생들의 공부방으로만 국한된
곳으로 인식되어 졌습니다. 또한 도서관과 사서직에 대한 철
학적인 바탕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여러 철학적 바탕을
다지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두번째는 도서관계의 주체가 누
구이어야 하는가 하는 점입니다. 도서관의 3대 요소 중 직원
(사서)은 75%의 중요성을 가진다고 한다면,도서관 문제의 중
심은 사서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서는 흔히 전문직
이라 하는데 과연 그렇습니까? 현재 도서관의 많은 부분은
비사서직 직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래도 도서관은
잘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여 오히려 사서가 필요하지 않는
듯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럼 문제의 근본은 무엇인가 ? 한마
디로 요약하면 도서관 본연의 책무에 대해 사회 전반적으로
전혀 관심이 없으며, 도서관을 책임지고 이끌어 갈 사서들을
도서관 현장에서 찾기가 드물며, 있다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도서관 운영의 핵심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나
아가 도서관문제에 대한 해결의 의지나 실질적 힘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 도서관문제를 누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것에 대하여 우리 전국사서협회는 다음의 입장
을 가집니다. 도서관은 누가 뭐라 하더라도 사서들이 일할
곳입니다. 따라서 도서관문제는 우리 사서들이 해결할 수밖
에 없습니다. 사서들이 도서관 운영에 주도적인 역할을 차
지해야 합니다. 도서관이 사회 속에서 제대로 그 역할을 수
행하기 위해서는 전문직에 의해 운영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
합니다. 문제의 해결방안은 문제해결의 중심이 되어야 할
사서들과 전도서관인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하여 '70년대 마을문고운동 등
운동의 경험을 되살려야 합니다. 또한 도서관 단체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학계의 개혁을 통한 도서관(학)에 철학
적 바탕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럼 전국사서협회는 어떻게 만들어 졌는가 ? 이는 앞에서
언급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입장정립이 필요
한 일이었습니다.우리는 도서관과 사서직이 당면한 문제해결
은 사서들이 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합니다. 문제는 우리
사서들이 그동안 도서관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도
서관의 본질적 활동에 대한 열정과 노력이 없었던 우리의 무
관심했던 과거를 반성하면서 새로운 도서관현실을 만들기 위
한 활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사서들의 생각이 모아졌던 것입
니다. 그리고 현재의 도서관계의 단체들은 도서관문제에
대하여 주도적으로 사서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의 활동을 촉진시켰습니다. 어느 전문직이든지
전문가들의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의 자질향상과 권익 신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21세기 정보화사회가 되면 도서관
이란 물질적 테두리는 무의미해지고, 오히려 전문적 정보관
리자로서의 사서들의 중요성이 높아질 것입니다. 이에 대비
하기 위한 도서관과 사서직의 획기적인 변혁의 노력이 필요
하며, 이를 조직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단체의 필요성이 증
대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협회결성 과정에서 몇
가지 오해와 반대의 입장이 있었습니다. 그 주요한 관점은
도서관계를 분열시키려는 소수 과격한 젊은 층의 활동이라
는 것과 운동권 출신의 사서들의 과격한 모임이라는 것입니
다. 이는 발기인대회 때 공무원인 사서들의 참여를 막기 위
한 구체적 행동으로 표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전국사
서협회는 결코 분열을 조장하거나 과격한 운동권 사서들의
모임이 아닙니다. 우리는 사서로서, 그리고 자연인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며 요구에 바탕한 행동이며, 그리고 누군가는
반드시 이 일을 해야 한다는 확신에 근거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도서관과 사서직의 발전을 위한 일을 중심으
로 한 사서들의 전문직적이고 자발적인 모임입니다. 결국 전
국사서협회는 1990년 2월 전국적인 사서모임의 필요성에 대
한 공감을 가진 사서들이 모여 구체적 준비를 하기 위한
활동을 시작한 이래 1990년 5월 2일 서울에서 발기인대회를
가진 후 창립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1990년 10월 9일 서울
에서 창립대회를 가지고 정식으로 결성되었던 것입니다.

(계속 이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