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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전국사서협회에 대한 글 (1998.2.13. 작성)

내가도서관메일링리스트에 1998년 2월 13일에 올렸던 전국사서협회에 대한 글이다.

요즘 다시금 사서들의 조직에 대해 논의가 일어나고 있고

실제 조직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서들이 있어

앞으로 사서들의 조직 구성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한다.

예전 전국사서협회에 대한 짧은 단상을 되짚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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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1998년 02월 13일(08:51:07)
작성자 이용훈 (전국사서협회)
E-mail
blackmt@hitel.net

제 목 전국사서협회....


아래 2/6일자 글을 보니 우경호 님이 전국사서협회에 대해 궁금하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아직도 사서협회 기억하는 분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대로 이야기를 풀어볼까 합니다. (정말 사족: 전 지금 이 글을 전국사서협회 회원 자격으로 쓰는 것입니다)
사실 말씀하신 대로 1990년 출범할 당시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참여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좀 험악한 분위기였지요. 그래도 여러 사서들이 참여해서 초기 에너지를 더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사서협회 회원들 중 특히 서울지역에서는 공공도서관 사서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전교조도 합법화된다고 하고 공무원들도 어느 정도 노동운동을 할 수 있게 된다니 기대를 해 보아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몇 년 전 공공도서관 사서들이 사서협회를 다같이 떠났고 사서협회도 사실 대부분의 투쟁목표가 공공도서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객들만 남아 전투를 치르는 현상을 빚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가 지금은 다들 조용히 있지요. 그리고 대학도서관 사서들도 전산화인가 디지털도서관인가 하는 풍랑에 휩쓸려 다른 부분에 대해 전혀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어 결국 협회의 중심세력들이 대부분 자기 도서관에 매여버린 결과를 가져오게 된 것입니다. 물론 새로운 활동인자들도 거의 수혈되지 않고 있어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아직도 수십명의 사서들이 건재하고 있으며, 여전히 우리 도서관계의 현실과 미래를 걱정하며 애타하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자신을 헌신하고 있으니 전국사서협회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며 아마도 가장 오랜 시간 한국땅에서 살아남을, 그러면서도 초기부터 끝까지 같은 걸음걸이로 가고 있는 조직이 될 것입니다. 사실 전국사서협회의 현실은 우리 도서관계, 아니면 사서들의 현실입니다. 왜 우리 사서들은 자신들이 전문직이라고 하면서, 아니면 전문직인가 아닌가를 스스로 회의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결집하고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궁금합니다. 먹고 사는 문제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인가요?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전국사서협회의 지도력에 큰 문제점과 이유가 있다고 믿으면서도 가끔은 1년 내내 아무말 안하고(여기에는 지지도, 비판도, 대결도, 의견제시도, 심지어는 내부투쟁 등을 모두 포함해서) 있는 착한 사서들에 대해 회의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기 메일링리스트에 와서 보면서 역시 봄은 어느 구석에서도 제대로 싹트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국사서협회는 넓은 대지 위에 심어진 한 그루 작은 나무일 뿐입니다. 그것은 제 흥대로 자랄 것이며, 누구든 자기 에너지를 모아 새 나무를 키워낼 수 있지요.
꼭 나무이어야 하겠습니까. 1년 살다 가는 잡초라도 좋고 능력이 된다면 한 계절 예쁜 꽃으로 피었다가 사리지면 또 어떻겠습니까.
그런 다양함과 끈질김이 온 들판에 널려 있을 때 그것이 제대로 된 대지며 삶의 현장이 아니겠습니까. 우리 도서관계라는 들녘에도 이제 그런 생동감있는 싹들의 움틈을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전국사서협회는 잘 살아있으니 걱정 마세요. 아직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우린 꼭 큰 나무이고자 하지도 않았으며 현실이 춥고 힘들어도 넉넉한 동지애와 긴 호흡법으로 우리들의 영역은 지켜낼 것입니다.

사설이 길었습니다. 가끔은 메마른 일 이야기를 떠나 넋두리같은 이야기도 괜찮지 않을까 해서 써 봅니다.

1998. 2. 13. 금요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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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사서협회가 1991년 발간한 <도서관자료집(1) : 공공도서관> 중 조직 건설 과정을 정리한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