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활발한 활동을 하면서 사회적으로 주목받고, 또 우리사회의 독서와 도서관 문화 발전에 참여하고 있는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은 2001년초 준비를 시작해서6월에공식 출범했다. 당시에는 다소 긴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지식 사회 만들기 국민 운동'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했는데, 중간에 이름을 바꾼 것이다.
2001년 2월 처음 공식적으로 조직을 만들기로 하고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지식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을 시작하면서"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었다. 오랜만에 그 성명서를 찾아보니 새삼스럽다... 그렇게 시작한 운동이 현재는 참여단체도 늘어났고, 2003년 '기적의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북스타트 운동, 희망의 학교도서관과 작은도서관 사업 등을 수행하면서 이제 우리나라 중심적인 독서와 도서관 운동 단체가 되었다. 그 동안 도정일 상임대표를 비롯해서 초기 사무국장과 사무국을 맡았던 분들, 그리고 뜻을 같이해 물심양면으로 수고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이 있어 오늘에 이르렀을 것이다. 물론 앞으로도 그 분들 모두가 힘을 모아 계속 우리사회가 '책 읽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같이 참여하고 기대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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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지식사회만들기 국민운동을 시작하면서
오늘 우리는 (가칭)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지식 사회 만들기 국민 운동'을 결성하고자 한다. '지식 사회 만들기 국민 운동'은 우리 사회가 제대로 발전하려면 지식의 생산성만이 아니라 공공성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 도서관의 정상화, 특히 도서 자료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도서관 콘텐츠 확충을 운동의 주요 목표로 삼고자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는 지식 생산성 확보가 사회 발전의 핵심 조건이라고 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가 '지식 기반 사회 구축'을 국정 지표의 하나로 삼아 '신지식인 운동'과 '두뇌 한국(BK) 21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 예이다. 우리는 지식 생산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정부의 취지에 일부 공감하지만 그렇다고 '신지식인 운동'이나 'BK21 사업'이 지식 사회를 제대로 구축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들 사업은 지식을 기술과 부의 축적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할 뿐이고, 지식 생산에 과도한 경쟁 논리를 도입함으로써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 경향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지식 사회를 제대로 세우려면 경쟁 논리 이전에 '공공성'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지식은 경쟁과 독점을 위한 상품이 아니라 사회가 진흥시켜 나눠 가질 공동의 자산이다. 우리 사회가 바람직한 지식 사회로 전환하려면 단순히 소수 전문가들이 지식을 창조하고 지식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 이외에 지식의 사회적 공공성을 높여 사회 성원 모두가 적극적으로 지식을 활용하고 창조적 태도와 능력을 갖도록 하는 일이 시급하다.
도서관이 이 맥락에서 중대한 사회적 의미를 가진다. 도서관만큼 공공성을 지키며 지식 생산성과 사회적 창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는 제도는 찾기 힘들다. 오늘날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능력과 자격을 갖춘 공중을 필요로 한다. 민주적 사회 질서를 유지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생태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지혜로운 공중이 필수 조건이다. 세계 모든 나라가 대중 교육을 실시함과 동시에 교육의 질을 높여 창조적 대중을 확보하고자 애쓰는 것도 그 때문이다. 도서관은 대중 교육 제도와 함께 생산적이고 지혜로운 공중의 성장을 도와 사회적 창조성을 높이는 중요한 제도이다. 어떤 사회도 훌륭한 도서관 제도를 구축하지 않고 창의적이고 민주적인 문명을 이룩한 경우는 없다. 도서관 시설의 확충, 도서관 운영의 정상화, 도서관의 사회적 기능 강화가 시급하게 요청된다.
우리 사회의 도서관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한국에는 공공 도서관 400여 개, 대학 도서관 400여 개, 학교 도서관 8,000여 개가 있다. 이들 도서관은 인구에 비해 숫자도 부족하려니와 건물 등 시설은 더 열악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도서관 내부에 있다. 도서관 정책이 그 동안 하드웨어 구축에만 집착한 나머지 정작 도서관 설립의 주목적이라 할 콘텐츠 확충을 등한시한 결과 도서관 모두가 예외 없이 절대적 자료 부족 상태에 놓여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국립 도서관을 포함한 전국 공공 도서관 연간 도서 구입 예산이 200억 원 수준이라는 부끄러운 실정이 깔려 있다. 이제 도서관을 정상화해야 한다. 그 올바른 길은 도서관 콘텐츠를 확충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도서관이 풍부한 자료를 확보하여 시민이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하고, 나아가 사회적 창조성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도서관 정상화는 사회 경제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꼭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지금 열악한 도서관 실태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고 있다. 공공 도서관 제도가 확립된 다른 사회와 달리 한국에서는 필요한 책을 개인이 사야만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도서정가제 문제를 놓고 소비자 다수가 당장 도움이 된다 하여 궁극적으로는 출판 문화에 해가 될 수도 있는 할인 제도를 지지한 것도 이런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사실 소비자에게 실제 도움이 되는 길은 개인이 책을 사지 않아도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도서관 콘텐츠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여 도서관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도서관이 이처럼 지식의 공공 기반이 되지 못한 후유증은 개인이 과도한 도서 자료 구입 부담을 지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서관 정책의 실종과, 독서 문화의 사회적 공공성 미비는 지식의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중대한 사회 문제를 조장한다. 오늘 사회는 정보와 지식의 구비 여하에 따라 개인의 가치가 결정되는 사회이다. 그러나 지식 역량을 높이기 위해 개인이 책을 구입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각자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지식 획득 기회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이런 조건에서는 지식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막을 방도가 없다. 우리 사회는 그러잖아도 학력의 세습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식의 평등을 위해 지식 접근권을 기본권으로 설정하여 사회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곳곳에 공공 도서관을 설립하여 시민 모두가 마음껏 책과 자료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사회적 공공성 미비는 지식의 생산성에도 부작용을 일으킨다. 오늘 한국에서 지식 생산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도서관 문제'를 안고 있다. 국내 도서관 대부분이 교육과 연구의 산실 역할을 하기보다는 오히려 제약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 교사, 교수, 연구자 등이 도서관 콘텐츠 활용을 제대로 못한다는 것은 지식 생산성을 높일 방도를 차단 당한다는 것과 같다. 콘텐츠 확충을 통해 도서관 정상화를 이룩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의 지식 생산성은 결코 높아지지 않을 것이다.
'도서관 문제'는 학문 위기와 함께 출판 위기로 연결된다. 지금 인문 사회 과학은 누가 보더라도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 분야 학술 출판은 날로 쇠퇴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의 도서관 정책마저 이런 위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공 도서관이 기초 학문 분야 출판물의 한정 부수를 구매함으로써 안정적인 연구와 출판이 가능하게 하는 외국과는 달리 한국에는 그런 제도가 없다. 이제 도서관 정책을 획기적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국 400여 공공 도서관이 기초 학문 분야 도서를 5권씩 구매하도록 하는 만들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기초 학문의 연구와 생산을 안정 궤도에 올릴 수 있고, 지식 사회의 기반을 제대로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정부는 도서관 정보화 사업에 3000억 원을 지원할 계획으로 있다. 우리는 이런 계획이야말로 도서관 콘텐츠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21세기 '지식 기반 사회'를 구축한다며 사실은 20세기 식 하드웨어 중심 개발 관행에 젖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는 대통령 업무 보고를 통해 금년부터 콘텐츠 산업을 중점 육성 분야로 지정하고 나섰다. 그러나 여기에도 도서 출판이 모든 지식 콘텐츠의 중심이라는 사실에 대한 외면과 몰지각이 작용하고 있다. 도서관 정보화를 추진하고 콘텐츠 산업을 육성하자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정작 '도서 콘텐츠'는 외면한 채 도서관 정보화와 콘텐츠 산업 육성을 진행한다면 이는 기만이요 예산 낭비일 뿐이다.
이제 도서관 정책을 바로 세워 지식 사회를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도서관은 도서의 소장, 대여뿐만이 아니라 만남과 토론의 장소, 정보 교환의 중심으로서 지식 사회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풍부한 책과 자료를 갖춘 도서관이 곳곳에 있어야만 우리 사회의 창조력과 지식 생산력이 높아진다. 도서관이 이런 기능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사회적 투자가 필요하다. 이 투자는 무엇보다 도서관 콘텐츠를 확충하는 데 집중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도서관에 볼 만한 책과 자료가 축적될 것이고 사람들이 도서관을 찾아갈 이유가 생기고, 시민의 지적 생활이 풍족해질 것이다.
도서관 콘텐츠 확충을 통해 도서관이 명실상부한 공공 기반이 되도록 만들자. 도서관 제도의 확립을 통해 시민의 지식 접근권을 높이고, 지식의 공공성을 확대하여 지식 사회의 기반을 구축하자. '도서관 콘텐츠 확충과 지식 사회 만들기 국민 운동'에 시민 여러분의 열렬한 참여를 기대한다.
2001년 2월 26일
도서관 컨텐츠 확충과 지식사회만들기 국민운동
국민운동 소속단체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대표 도정일)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나춘호)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
한국도서관협회(회장 이두영)
학교도서관살리기국민연대(상임대표 한상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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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의 책읽는사회만들기국민운동 홈페이지 (http://www.bookreader.or.kr)
* 책사회 블로그 (http://bookcultur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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