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9월 한 달이 법으로 정한 「독서의 달」이라는 것은 앞서도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래서 이 한 달 내내 전국의 도서관은 물론 다양한 부문에서 독서와 관련된 행사나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이 9월 한 달 책 읽기가 참으로 안 좋은 것 같다. 날씨도 참 좋아서 어디 놀러다니기도 좋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는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로 인해 한 해 살림 정리 감사나 내년 살림 챙기기 등으로 무척 바쁘다. 농산어촌에서도 추석을 전후로 해서 막바지 수확을 거두기 위해서 힘써야 할 때이다. 초등학생을 제외한 입시에 신경써야 하는 중∙고등학생들이야 일년 내내 책 읽는 시간 내기가 어려우니 달리 계절을 따질 수도 없다. 그럼에도 9월부터 시작해서 가을은 책 읽는 계절이라는 생각은 유지되고 있다. 과연 언제부터 그렇게 되었을까? 어제 세계일보를 보니 김준모 기자(jmkim@segye.com)가 “가을은 왜 ‘독서의 계절’일까?”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에 대한 기사를 썼다.
김 기자의 기사에 의하면 아마도 농경사회부터 “등화가친”이라고 해서 한 해 농사를 끝내고 난 후인 풍성한 가을은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공부하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었을 것이라고 한다. 거기에 기상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서 춥지도 덥지도 않은 기상이 독서를 촉진하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더하고 있다. 한 편으로는 일제 강점기 시대와 연결해서 분석한 2006년 9월 ‘오마이뉴스’ 기사 ‘왜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가’를 인용하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당시는 조선총독부 도서관이 문을 연 해로 일제가 무단통치를 끝내고 문화통치를 표방했던 시기에 총독부도서관의 설립은 일제 문화통치의 일환으로 평가되는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다”며 “출판되는 책들 거의가 다 일본어 서적인 상황에서 독서는 조선인을 일본말과 일본문화에 동화시키기 좋은 문화적 도구였던 셈이다”고 주장했다. 이때 당시의 총독부도서관와 경성부립도서관이 ‘도서관주간’을 정하고 무료공개를 하는 등 아마도 책읽기 진흥에 나섰다고 한다. 아마도 지금도 도서관이 독서진흥에 나서는 것은 이러한 경험에서부터 시작된 것일 수도 있겠다. 끝으로는 생리적으로도 가을은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행복 호르몬’으로 불리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도 함께 줄어들어 다른 계절보다 좀 더 사색적으로 된다는 전문가의 말도 인용하고 있다.
현재 책 판매가 가장 많이 되는 시기는 여름철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한 여름 책을 읽자는 캠페인을 하기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책을 언제 더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별로 생각해 볼 의미도 없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서도 행사를 하고 있는 4월 23일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과 한국도서관협회가 정해서 오랫동안 실시(2008년에 44회를 맞았다)하고 있는 ‘도서관주간’ 행사(4월 12일부터 18일까지)가 열리는 4월이 차라리 새 봄을 맞아 의욕적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의지를 다질 수 있도록 독서의 달로 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굳이 가을을 독서의 계절로 말하는 것 자체가 우리가 책을 참 읽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거나 아니면 무엇인가 다른 의도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이제는 어느 날이나 달, 계절이 딱히 책을 읽기에 적합하다는 말을 하기보다는 일년 내내 필요해서, 재미로, 교양을 위해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이제 시대가 많이 발전하고 변화해서 일년 내내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은 마련되었다. 좋은 서점들도 있고, 도서관들도 이제는 동네마다 거의 1개씩은 있으니 일년 내내 필요할 때 언제든지 책을 필요한 책을 구해 볼 수 있지 않은가. 또 좋은 책은 얼마나 많은가. 일년 내내 책만 읽어도 보고싶은, 봐야 할 책을 다 읽을 수 없는 시대다. 그러니 이제 가을 뿐 아니라 일년 내내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위해 첫 번째로 할 일은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 가서 도서관 책을 ‘내 책’ ‘우리 집 책’으로 만드는 것.
* 세계일보 기사 원문은 -> 여기
* 오마이뉴스 기사 원문은 ->여기
* 올해 공공도서관의 독서의 달 행사 전반에 대한 안내는문화체육관광부 보도자료에서검색해서 볼 수 있다. ->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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