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중대형 오프라인 서점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는 온라인서점인 북새통이 발행하는 월간 신간정보인 <Booksetong>이 10월에 창간 6년을 맞았다고 한다. 최근 <출판저널>이 휴간을 한 안타까운 상황에서 그래도 이 잡지가 계속 발행된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계속 독자들을 위한 잡지로 남아줄 것을 기대한다.
창간 6주년 기념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데, 설정한 주제는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되지만 막상 설문에 응해 보려고 하니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 그건 바로 ‘금서’와 ‘악서’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묻는 것인데, 무엇보다도 ‘금서’는 무엇이고 ‘악서’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명확한 정의가 되어 있지 않아 질문에 답하기 쉽지 않다. 설문을 위해 좀 더 기획의도를 확실하게 설명했어야 하지 않을까? 많은 독자들이 도대체 설문을 통해 듣고자 하는 ‘금서’나 ‘악서’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고서야 좋은 결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설문지 첫 번째 문항이 읽어본 금서 3권을 적는 것인데.. 여기서부터 답하기가 어려웠다. 내가 ‘금서’라고 알고 있는 책을 검색해 보니 검색되지 않았다. 그래서 <Booksetong>이 말하는 ‘금서’란 도대체 무슨 책인지 궁금해 졌는데... 딱히 확인해 볼 방법도 없으니 좀 아리송했다. 금서는 관청에 의해 출판이나 반포가 금지된 책, 다시 말해 기존의 정치·안보·규범·사상·신앙·풍속 등의 저해를 이유로, 법률이나 명령에 의해 간행·발매·소유·열람을 금지한 책자를 말한다. 이 정의에 의하면 일단 금서를 규정하는 주체는 관청, 즉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될 것이다. 최근 국방부가 금서를 지정한 일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는데, 문제는 이처럼 알려진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판매를 금지하거나 읽는 것을 금지당한 책의 목록이 과연 우리 사회에서 제대로 정리되어 있는지조차 궁금하다. 금서는 기본적으로 검열과 맞닿아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검열 문제가 매우 민감하고 중요한 문제인 것처럼 금서 자체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조차 금서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으니, 사실 그 어느 사회이든 읽고자 하는 사람과 읽어서는 안된다고 막는 사람, 그 대상이 되는 책은 늘 있게 마련인가보다. 그건 책이 그만큼 사람들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금서가 존재하는 사회는 나쁜 사회인가? 아니면 금서는 어쩔 수 없는 사회 유지와 안정을 위한 조치의 산물인가? 우리 사회는 금서에 대한 사회적 토론이나 합의가 없는 상황에서 한 권의 책을 두고 힘겨루기가 벌어지는 늘 불안한 사회라는 생각도 든다.
도서관에서는 지적자유(intellectual freedom)라는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기억을 모아 두고 이를 필요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그것을 통해 사회와 개인의 발전을 지원하는 사회적 공공기관이다. 그 과정에서 일부 관청이나 권력기관, 권력자 등에 의해 소장한 책들에 대한 통제 욕구에 노출되어 왔고, 그래서 여러 나라 도서관은 도서관의 자료 선택과 소장, 이용 등 모든 단계에서 외부의 부당한 압력에 대해 대항해야 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도 도서관계에서 이 문제는 매우 중요한 이슈로 생각하고, 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있는 과정에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도서관들이 이 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국방부 불온도서 문제가 불거졌을 때 다음 아고라에서 한 네티즌은 목록에 포함된 23권을 공공도서관에서 소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본 글을 게시한 적이 있다. (글을 보려면 -> 여기)이제 우리사회도 성숙해 졌다면 도서관들도 공공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 악서에 대해서는 나로서도 굳이 더 할 말은 없다. 다만 금서보다도 더 개개인의 생각과 입장에 좌우되는 표현이 아닐까 한다. 또 어떤 이는 이 세상에 악서는 없다고도 한다. 왜냐하면 읽는 사람이 주체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책이 설사 나쁜 내용을 담고 있더라도 그에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고, 아무리 좋은 책이라고 하는 책도 읽고 나쁜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불온도서'라는 말도 있는 것이 아닐까? 악서는 결코 객관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용어가 아닐까 한다.
* 금서에 대해서 생각해 보면서 인터넷 검색을 하다보니 2005년 KBS에서 “금서 - 시대를 말하다”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본 기억이 없어서.. 2005년 11월 16일 (수) 밤 12시, KBS 1TV ‘수요기획’에서 한 것이다. (내용보기는 -> 여기). 그 외에도 금서를 다룬 책도 여러 권 있다.
* 국립중앙도서관 목록에서 '금서'를 주제어로 검색을 해 보니 단행본이 700여책, 학위논문이 9책 있는 것으로 나왔다. 물론 일부는 금서와는 전혀 관계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라도 적지 않은 양이라고 생각된다.
* 도서관에서의 지적자유에 관해서는 2002년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발행된 정현태 박사의 '공공도서관의 지적자유'가 종합적으로 정리해 놓은 것이라 할 것이다. (책 내용 : 도서관의 지적 자유(Intellectual Freedom in Libraries)는 이용자가 모든 지식정보 자원에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 혹은 이용자에게 최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도서관 활동에 있어서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에 대한 자율성을 말하기도 한다.지적자유의 이념은 도서관활동의 철학적 근거를 제공하여 준다는 점에서 정보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반원리로서 세계 여러 나라의 도서관 이념으로 채택되어 선양되고 있다.이 책에서는 도서관 지적자유의 원리를 시민사회의 기본권 개념의 연장으로 검토해 보고 국내 도서관 현장에서의 사례분석을 통해 그 적용가능성을 모색하였으며 도서관에서의 인터넷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 설치 논란을 통해 인터넷상의 지적자유 수호이유도 살펴보았다.)
* 설문조사로 직접가기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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