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 기사를 검색해 보다가 임시개관 중인 한 도서관에 대한 블로그의 글 하나를 보게 되었다.
사진과 함께 새 도서관에 대해서 나름대로 잘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끝부분에 학습공간, 소위 공부방이 부족한 것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앞으로 이용자들이 가장 큰 불만을 나타낼 것 같다는 것이다.
블로거 자신도 요즘 도서관이 예전의 공부방 위주에서 책보러 가는 곳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계시는 것 같은데..
사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도서관 문제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여전히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이다.
물론 도서관이 개인적인 학습공간을 제공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문제는 시험이나 입사 등을 위한 개인적 학습은 기본적으로 기존 체제 속에서 한정된 것을 향한
무한한 상호 경쟁의 일이지만
도서관이 제공하는 지식과 정보, 교양과 문화, 여유와 여백, 즉 책과 정보자원을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현재의 것이 아닌 새로운 것, 모든 사람에게 더욱 필요하고 이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상생과 창조의 작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더 기본적이고 필수적 역할이라고 한다면..
많은 공공재원을 들여 만든 도서관은 가급적, 아니 최대한 전체를 위한 창조의 공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이제 우리나라 도서관들도 21세기 지식과 창조, 상상력의 시대에
서로 분리된 개개인의 경쟁 공간이 아니라
서로 소통하고 서로를 격려하면서 모두를 위해 재미있고 이로운 것들을 만들어 내는 상상력으로 거듭내야 하지 않을까?
15년째 세계 제일의 부자인 빌 게이츠가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은 동네의 도서관이었다고 했다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도전하는 상상력으로 오늘날의 부와 세계적 변화를 만들어 낸 것은 어릴 적 도서관에서
수많은 새로운 책과 이야기 속에서 살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농경 시절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려워도 내년 봄에 심을 씨앗은 결코 먹지 않았던 것처럼
이제 지식과 정보, 문화의 시대에는 아무리 어려워도 새로운 것을 상상할 수 있기 위해 투자해야 할 때이다.
그것의 기반은 바로 개개인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거대한 지식 창고이자 무한한 상상력의 공간인 도서관이다.
그래서 도서관을 시민의 서재라고도 하는 것이다.
도서관은 독서실이 아니다. 만일 개인적인 학습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면
굳이 많은 책과 프로그램을 우선하는 도서관이 아니라 학습만을 위한 시설을 마련하면 될 것이다.
서울의 여러 지역에는 청소년독서실 등과 같은 공공의 독서실이 있다.
도서관과 독서실은 그 본질적인 의미가 다르다.. 이제 본질적인 목적을 고려해서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도서관은 책을 읽고 빌리거나 다양한 정보를 구하기 위해 필요한 공공시설이다.
그런 일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직원을 두고 이용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집안 화분을 가꾸기 위해 큰 삽을 들고 나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도서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많이 개선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이제는 도서관을 볼 때 좌석이 얼마나 있느냐 보다는 책이 얼마나 있는지,
자신의 궁금한 것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적이고 친절한 직원이 얼마나 배치되어 있는지가
좋은 도서관인지를 결정하는 우선 조건이 되어야 한다.
몇 년 전에 이 문제에 대해서 짧게 써 둔 글이 있어 여기다 이어 붙인다. 의미가 조금이라도 살아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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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도서관은 독서실과 어떻게 다른가
우리나라에서 도서관의 대부분은 독서실 기능을 주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서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는 곳은 독서실, 소위 일반열람실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을 공부방으로 인식하고 있다. 아침부터 자기가 그날 공부할 책을 들고 와서 칸막이 쳐진 일반열람실에서 자리를 하나 차지하고 앉아 하루종일 그 책을 본다. 책을 보기는 하지만 그 책은 거의 대부분 영어책이나 수험서, 참고서일 뿐이다. 그 안에는 시험을 보기 위한 ‘정답’만이 들어있을 뿐 세상 사는 일에는 별로 관여하지 않는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면 잊어버려도 좋을 정도의 정보나 지식을 담고 있을 뿐이다. 물론 그러한 것이라도 도서관에서 빌려 읽거나 도서관 책을 참고할 수 있겠지만 한시도 손에서 놓을 수 없고, 보아야 할 책도 몇 권 안되니까 아예 자기 돈으로 사서 가지고 다닌다. 조금 무겁다 싶으면 책을 분해해서 필요한 부분만을 가지고 다니기도 한다. 도서관에 와서 필요한 곳은 칸막이가 쳐진 조용한 책상 하나 뿐이다. 의자가 좀 편한 것이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리고 바쁜 공부 중에 멀리 식사하러 갈 수가 없으니 도서관 지하에 식당 하나 있어 값싸고도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으면 더욱 좋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도서관은 많은 책과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좀 더 깊은 지식과 지혜를 구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칸막이가 있는) 책상 1개, 의자 1개, 식당, 휴게실, 그리고 밝은 전등. 참, 조용해야 한다. 그래서 일반열람실은 대부분 성인용과 청소년용이 나뉘어져 있고 심지어 남자와 여자가 각기 다른 방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면 도서관이 과연 그런 곳일까? 그런 정도의 시설만이 필요하다면 굳이 비싼 비용을 들여 책을 사들이고, 이를 정리하고 관리하며 이용하는 사람들의 질문에 답할 전문직원들을 고용할 필요가 무엇인가. 우리가 종종 부러워하는 다른 나라에서 도서관은 우리의 도서관과는 아주 다르다. 대부분의 도서관에는 열람석이 많지 않다.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읽을 책과 자료를 제공해 주는 것이다. 필요한 책이 있으면 대부분 집으로 빌려갈 수 있다. 도서관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다면 그것은 도서관의 많은 책을 이용해서 뭔가를 조사하거나 연구하기 위해서이다. 외국에서도 도서관은 분명 공부하는 것을 돕는다. 그런데 그 공부란 것이 우리의 공부하는 방식과는 많이 다르다.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을 중시하고 있다. 즉,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 그러기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고 이를 풀어갈 방법을 찾고, 실험하는 방식을 중시한다. 그렇기에 다양한 책도 읽고 자료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도서관과 같은 지식과 정보의 창고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도서관의 전형적인 모습은 외국의 여러 영화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로렌조 오일’이라는 영화에서 보면 아들이 희귀한 병에 걸린 한 아버지가 도서관에서 여러 가지 의학전문 서적 등을 보면서 아들이 걸린 병의 치료법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 많은 책과 아름다운 책상, 아늑한 개인 조명등, 자료를 찾아 이용자에게 전달하면서 함께 문제를 풀어보려고 애쓰는 전문직원... 이런 것들이 바로 미국에서 도서관이 존재하는 방식이고 모습이다. 독서실이라고 하는, 단지 책상만을 빌려 자기 책만을 보는 것을 돕는 방식은 결코 도서관의 존재목적이나 가치, 방식이 아니다.
도서관은 독서실, 소위 공부방(일반열람실)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우선 도서관은 자료와 시설, 전문직원의 서비스가 핵심적인 요소이다. 도서관은 장서와 전문직원, 시설이 모두 중요하다. 도서관은 풍부하고 질 좋은 장서를 갖추고 있으면서 이용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요구를 전문직원들이 적극적으로 함께 해결해 가는 것이 기본적인 기능이다. 물론 시설도 중요하다. 그것은 이용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소한의 조건일 뿐이다. 그러나 독서실의 경우에는 장서와 전문직원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자신의 책을 읽을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할 뿐이다. 거기에 다른 사람의 방해를 받지 않을 수 있도록 칸막이가 있는 책상이 필요하다. 도서관이 독서실이 아니라는 주장에 대해 아직도 우리나라 사정으로는 그러한 공부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도서관이 그러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수 년 전 오랫동안 독서실 기능을 수행하던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그 기능을 없애려고 하자 적지 않은 이용자들이 그것이 부당한 조치라고 하면서 반대를 했다. 이러한 상황은 21세기에 접어든 요즘에도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물론 독서실 기능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과연 도서관이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굳이 자기 공부를 위한 시설만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그러한 것만을 제공하는 공공의 독서실을 만드는 것이 더욱 효율적이다. 지금처럼 많은 장서와 전문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공공비용을 사용하고 있는 도서관을 독서실로만 이용한다는 것은 결국 공공비용을 낭비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이제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도서관에서 공부방 기능을 배제하고, 공부방 기능은 이를 위한 전문적인 시설을 독립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학교에서도 자기주도적 학습과정을 채택하여 시행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단순한 지식보다는 창의적 능력을 더욱 중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서관을 단순한 지식암기와 수험준비만을 위한 시설로만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꼭 공부방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서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도서관에서 일반열람실을 분리하는 것이다. 즉 도서관과 공부방 기능을 완전히 분리해서 서로 자신들의 목적에 적합한 방식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도서관의 입구를 다르게 만들어 도서관을 이용하는 사람과 공부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다른 문을 사용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독서실은 현재에도 많이 운영되고 있는 민간 독서실을 더욱 편리하고 이용하기 쉽게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공공기관에서 지역주민들 가까운 곳에 공간을 확보해 독서실을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선진국들에서 도서관에 공부방 기능이 거의 없는 것은 학습의 방법이 다른 것도 이유이지만 또 한 편으로는 도서관이 실제적으로 생활에 큰 이익을 주기 때문이다. 선진국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책이나 잡지, 비디오 등을 빌려보기 때문에 적지 않은 경제적 이익도 얻고 있다. 예를 들어 한 어린이가 동네 도서관에서 100권의 책을 빌려 읽었다고 치면 얼마나 이익이 있을까. 평균적인 책값을 5천원이라고 해도 50만원어치나 사서 읽은 것과 같다. 4명이 한 가족이라면 그 이용가치는 200만원에 이른다. 이렇듯 도서관은 장서를 공동으로 활용함으로써 큰 경제적 이익을 개개인에게 주고 있다. 물론 공공도서관의 경우 누구나 이용하는데 따른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돈이 없는 경우에도 책을 읽거나 지식과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사회의 갈등 해소 큰 역할을 한다. 이러한 도서관을 그냥 자기 책을 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그 책만 가지고 공부하는 곳으로만 사용한다면 그건 또 다른 낭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기에 주로 종이로 만들어지고 있는 책을 함께 사용함으로써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렇듯 여러 가지 이익을 가져오고 있는 도서관이 단순한 공부시설로만 사용하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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