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슬프다. 슬프라고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슬프다. 2002년 출간된 이후 2008년까지 6년여 시간동안 무려 23쇄를 찍은 책이다. 그렇다면 혹시 나처럼 마음에 아픔을 담은 사람이 그렇게 많다는 것인가? 이 책에서의 거인은 우리의 자연 그 자체다. 그래서 종족을 수 만 년 이어 왔지만, 이제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다. 우리에게서 자연은 사라졌다. 알면서도 우리는 자연의 ‘목’을 잘라 자랑하기에 바빴다. 사실 그렇게 되기에는 누군가가 앞서 자연 속으로 깊이 들어왔었다. 길잡이 노릇을 한 것이다. 탐험이라고 했을까? 사실 우리 인류 역사 속에는 탐험은 새로운 시대를 열기도 했지만, 그만큼 잃은 것은 더 많고, 더 절망적이다. 이 책 속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그 노래는 자연과 인류 역사 그 자체였는데, 부를 줄 아는 거인이 하루아침에 인간의 탐욕에 사라져 버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 과정에서 허황된 명예욕에 들뜬 인간이 있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책에서 그 인간을 주목한다. 그 사람은 결국 마지막 거인이 사라진 이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세상을 등진다. 솔직히 그게 뭔가. 거인이 사라지기 전에 정말 거인의 바람대로, 침묵했어야 한다. 물론 사람이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는 것 그 자체도 어려운 일이니, 책이 말하고 있듯이,자신의 행보가 정말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인정하고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 완전히 세상을 등진 것도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이미 지난 일, 다시는 거인이 나타나지 않을 시대가 되어 어찌 살 것인가. 거인은 마지막으로 주인공에게 이렇게 말한다. “침묵을 지킬 수는 없었니?”라고. 물론 침묵해야 한다.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된 사람은 결코 그 비밀에서 벗어나면 안된다. 그런데 한 편으로 침묵을 지켰다면 과연 거인은 이 세상에서 인간과 같이 살아남았을까? 모든 것이 혼란스럽다. 다만 침묵의 중요성은 확실하게 알겠다. 적어도 현재를 되돌려 과거로 돌아가지는 못할 지언정, 세상에서 마지막 상황에 다다르는 것을 늦추거나 막을 수는 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아픈 마음으로 봐야 한다. 책의 외형도 좋다. 그림은 내용보다 더 아련하다. 글씨는 쉽게 읽혀지지 않는다. 그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환경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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