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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다시 <공공도서관의 지적자유>를 꺼내 읽다

며칠 전에지난 여름 국방부가 몇 권의 책을 불온서적으로 지정한 것이 헌법이 보장한 언론과 출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했고, 저자와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저자와 출판사가 정부를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군 법무관들도 이같은 국방부의조치가 '장병들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 소원을 제기하면서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 문제가 다시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거기에 자신의 책이 포함된 세계적인 석학 노엄 촘스키도 국방부의 조치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서 이 문제가 국제적으로 확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 특성상 군 부대 내에서의 행동이 완전하게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과연 이렇게 까지 해서야 군인들의 국가관이나 행동이 유지된다고 생각해야 할 정도로 우리나라가 허약한가 하는 생각을 하면 좀 의아하기도 하다. 군인들도 휴가를 나오거나 전역을 하면 언제나 그런 책을 쉽게 구해볼 수 있는 나라, 그리고 군 부대 내에서도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 그래야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켜야 할 자랑스러운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겨레신문은 주한미군공보관의 인터뷰를 통해 미군에서는 이런 일은 들어본 적도 없다고 보도하고 있다. 도한 미군은 개인의 책 반입은 물론 영내에 있는 도서관에도 좌익 혁명가 관련 책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미군에 배속된 한국군인도 특별한 제약없이 출입할 수 있다고도 전하고 있다. 여기서 나는 미군 내 도서관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지키고자 한다면 왜 그것을 지켜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 자기가 그 지켜야 할 것의 가치나 내용을 확실하게 알아야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던져 그 가치와 내용을 지켜낼 것이다. 그래서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모든 사람이 그 사회의 주인이라는 것을 전제로 스스로 알고,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냈다.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 헌법에 담겨 있는 각종 민주적 신념이고 내용이고 제도이다. 문제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을 부정하는 것까지도 허용할 것인가 하는 것인데.. 이제 시대는 우리가 다른 사람의 선전, 선동에 쉽게 넘어가서자신을 타인의 결정에 내 맡길 정도로 허약하지않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으로개방된논의의 장 안에서 토론과 설득을 통해 완전하게 자신의 신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사람을 믿고 서로 다른 생각들을 조정하고 합의해 나가야 한다.힘으로 무엇인가를 억제하는 것은 당장은효고가 있는 것 같아보여도그것은 풍선효과처럼 어디선가 또 다른 모습으로 남아있거나 드러난다. 다시 그것을 억제하기 시작하면또 다른 곳에서 다르게 나타난다.그렇게 한참을 하다보면 결국 사회는 신뢰를 잃고 외부적 힘에만 의존하게 되어 더욱 갈등하게 되고, 타인의 힘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비민주적 사회가 될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는 사상의 자유, 출판과 집회의 자유, 언론의 자유와 같은 것들을 중시하고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연합뉴스 기사보기 (10/27)한겨레신문 기사보기 (10/24)

도서관은 그런 사상과 지식, 정보의 자유가 살아 있는 공간이 되어야하만 한 사회 속에서 제대로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은 도서관이야말로 사상과 지식을 공유하는데 있어 가장 공공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전부터 세계적으로 도서관은 지적자유, 즉 사상의 자유를 중요한 가치로 삼고 있다. 그래서 도서관은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에서 같이 성숙하다. 도서관이 성장해야 민주주의가 성장한다. 도서관이 지키고자 하는 지적자유(intellectual freedom on libraries)는 "이용자가 모든 지식정보자원에 제한없이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그래서 미군은 부대 내 도서관에서도 이 원칙을 지키고 있는 것이리라. 군대 내 도서관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군대에서 군인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서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에서의 도서관은 아직 이러한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실천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나라 도서관도 변해야 하고, 또 도서관 이용자들도 변해야 한다. 그런 지점에서 도서관에서의 지적자유 이념은 "도서관 활동의 철학적 근거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정보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반원리로서 세계 여러 나라의 도서관이념으로 채택되어 선양"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우리나라 도서관들도 이같은 원리를 깊이 공부하고 체계화해서 도서관이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지탱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우리나라 도서관에서의 지적자유 문제를 다룬 글이나 책은 많지 않다. 물론 아주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고 세계적으로도 주요한 도서관계 관심사이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도 이 문제를 많이 다르고 있다. 나는 이 시점에 2002년 한국도서관협회에서 발행한 정현태 씨의 책 <공공도서관의 지적자유>란 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당시 인터넷 검열 문제 등이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었던 때이라서 시의적절한 출판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서관 지적자유'의 연원과 기본권적 기반을 확인하고, 실제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의 지적자유 문제가 어떻게 진전되어 왔는지를 실증적으로 살피고, 공공도서관에서의 인터넷 이용과 지적자유의 문제를 다루었다. 벌써 몇 년의 시간이 지나 다소 내용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도 있을 것이나, 오랜 역사를 통해 형성되어 온 도서관 활동의 철학적 기반으로서의 지적자유 이념과 실천 방안 등은 여전히 그 빛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은 늘 자신이 과연 이 시대 가장 중요한 공공시설로서 그 철학적 기반과 합리적이고 미래지향적 실천방안을 확보하고 있는지를 되짚어가면서 시대를 앞선 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제 지적자유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도서관 활동의 든든한 철학적 기반으로 수용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러기 위해 꼭 한 번 읽어보아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정현태. <공공도서관의 지적자유>. 한국도서관협회, 2002. 174쪽.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