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 저녁 서울문화재단의 북콘서트를 보기 위해 시청광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내가 앉아 있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들어선다. 책을 한 권 들고 있다. 그 책은 오늘 행사에 참가한 모두에게 나누어 준 동화책이다. '흑인 인권 대통령 만델라'. 무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슬며시 책을 잔디 위에 올려놓고는 돌아서 광장을 빠져 나갔다. 이 책은 한국삐아제에서 '서울광장 북콘서트'를 기념해서 참가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누어 준 책이다. 잔디 위에 있던 책은 내가 가져왔다. 성인들에게는 어떤 방법으로 책을 읽도록, 적어도 책을 슬그머니 내려놓고 가지는 않도록 할 수 있을까? '희망의 인문학'이 떠올랐다. 책은 우리에게 정말 희망을 줄 수 있는 것일까?
이 책은 모두 70권으로 된 '지구별 영웅들'이라는 전집의 하나이다. (이 전집에 대한 교보문고 소개내용) '사이좋은 세상을 만들고 싶을 때'에 포함된 이 책은 이영경이 글을 쓰고 장대현이 그림을 그렸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과 스테파너스 J. 스쿠만 대사가 감수를 한 것으로 되어 있다.
만델라 대통령은 오랜 투옥 끝에 1990년 풀려났고, 그 이후 백인 대통령과 함께 흑인 차별 법을 없애고, 그 공로로 백인인 드 클러크 대통령과 함께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1994년 흑인들이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하게 되고 그 결과 대통령이 되어 흑인과 백인이 함께 살아가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만드는데 헌신했다. 만델라 대통령의 취임사 중 한마디는 이렇다고 책에 쓰여 있다. "움츠러들어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용기를 갖고 일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나와 이웃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긴 시간 억압 속에서 살았음에도 결코 움츠러들지 않았던 만델라 대통령의 진솔한 뚝심이 담긴 말이라 그런지 마음을 흔든다. 결코 움츠러들지 말자!
그러나 나는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만델라 대통령은 스스로 대통령 자리를 물러났다는 것이다. "화해의 시대에 들어섰으니 제가 할 일은 끝났습니다. 이제 이 나라는 젊은 사람이 이끌어야 합니다." 그러나 저자도 쓰고 있듯이 만델라 대통령은 쉬고 싶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도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넘어 세계의 평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권력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기 위해 자신의 안위와 권력을 흔쾌히 넘어설 수 있는 위대함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동화는 꿈을 담고 있는 이야기다. 그 꿈은 어릴 때 뿐 아니라 나이를 먹고, 죽기에 이르기까지 언제나 새롭게 꾸어야 할 희망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북콘서트에 갔다가 다시금 꿈을 꾸어야 할 이유를 얻고 왔다. 좋다.
* 참고로 이 책을 만든 (주)한국퍼키스는 (주)한국삐아제의 임프린트 출판 브랜드라는 언급이 책 뒤 표지에 작게 쓰여져 있다. 임프린트 출판은 현재 우리나라 출판의 주요한 흐름이 되고 있다. 다만 도서관 일을 하는 나로서는 그 출판사 브랜드 간 관계를 잘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브랜드는 출판사의 정체성을 말해주는데, 요즘 한 출판사에서도 여러 브랜드가 있고, 또 이렇게 임프린트 출판이 활성화되면서 그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해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누군가가 잘 정리해 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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