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1일(화) 오후 6시 조금 넘어 서울광장을 찾았다. 서울시청 신축과 기존 청사 리모델링 관계로 시청광장은 공사판이다.그런 가운데 광장 한 편에 만들어진서울 하이 페스티벌 정보센터는 광장을 번쩍이게 하고 있었다. 호텔 쪽에 무대가 하나 설치되어 있다. 마치 스타게이트처럼 그곳을 지나면 전혀 새로운 세계로 들어갈 것 같은 그런 무대가 서 있었고, 거기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시간이 일러서인지 성인들보다는 청소년들이 더 많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책 때문이었을까? 공연 때문이었을까? 글쎄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다소 쌀쌀한 가을 저녁, 불편함을 무릎쓰고 광장에 앉아 '북콘서트'를 채우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아래) 행사가 시작되기 전 무대. 나는 뒤편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서울문화재단 관계자들을 만나 오랜만에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벌써 5년이 되었다. 한국도서관협회가 서울문화재단과 함께 '한 도서관 한 책 읽기 운동'을 '책 읽는 서울' 행사의 가장 핵심적 활동으로시작한 지가 말이다. 그동안 조금씩 행사 진행 역량이 커지고 해서, 이제 한국도서관협회는 직접 행사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올해의 경우에는 서울시에 있는 63개 공공도서관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한 도서관 한 책 읽기'를 진행하고 있다. 오늘 이 북콘서트도 '책 읽는 서울'의 일환으로 준비된 것인데, 이왕이면 도서관들도 좀 더 조직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이 도서관을 통한시민독서운동이라는 기본 틀을 이해하고 5년 동안 꾸준히 지원하고 함께 하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아래) 사회를 맡을 영화배우 오지혜 씨가 무대에 오르고 있다. 촛불집회가 있었던 서울광장에서 이제는 책 읽기를 주제로 다시 이같은 자리를 만든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매끄럽게 잘 진행한다. 집에서 아이에게 읽어준다는 맥스 루카도의 '너는 특별하단다'(교보문고 소개내용) 라는 책의 일부분을 읽어주었다. 잘 들었냐고 물으니 어둠 속에서 앉아 있는 아이들이 "예"라고 대답한다. 씩씩하다. 읽어본 사람을 물으니 제법 손을 들기도 했다. 정말 우리는 우리 스스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그래서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다움만을 기대어 살아가고 있는지.. 되짚어 생각해 보게 된다.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은 것을 모두가 알고 있기에, 더 특별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거다.
(아래) 행사를 주관하는 서울문화재단의 안호상 대표께서 인사말씀을 하셨다. 행사를 도운 여러 개인과 단체, 기업에 대한 고마움을 표하셨다. 모든 것을 혼자서는 할 수가 없다. 늘 누군가와 함께 해야 한다. 그 누군가가 늘 문제이기도 하고, 또 그렇게 자기 이외의 개인이나 단체와 일할 때의 태도가 일을 제대로 풀어내거나 아니면 아예 엉터리가 되게 한다. 마음을 열고, 그리고 열과 성의를 가지고 성실하게 만나고 대화하고, 힘을 모아 세상을 위해 즐거운 일을 만들어 내야 한다. 오늘은 그런 날이라고 생각한다.
(아래) 이번 북콘서트에서는 '책 읽는 서울 독서캠페인 UCC 공모전 수상작'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118편의 응모작 중 11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고 한다. 대상(1명)에는 상장과 2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 공모전이었다. (수상자 발표내용은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참조). 최우수상 2편과 대상 1편은 현장에서 UCC가 상영되었는데, 모두 잘 만들어졌다. 특히 대상작은 아주 수준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 솜씨라고 해도 무색할 정도이다. 많이 활용되기를 바란다.
(아래) 시상식 이후 서울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계신 박범신 작가께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셨다. 당신의 소설 '촐라체' (교보문고 소개내용)의 일부분을 직접 읽어주시기도 했다. 작가에게 소설은 '촐라체'이다. 모두가 하나의 봉우리라고 하신다. 우리도 모두 자기가 올라야 할 '촐라체'를 가지고 있으리라. 차근차근 한번에 하나씩 자신의 '촐라체'를 올라야 한다고. 그리고 책의 가치를 3가지로 요약해서 말씀하셨다. (따로 메모를 하지 않아 기억이 의존하니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첫번째로 책은 타임머신이다. 책을 통해 과거로도 현재의 다른 공간으로도, 미래로도 갈 수 있다. (무대가 다른 세계로 갈 수 있는 스타게이트처럼 만들어 진 것도 이런 의미일까? 타임머신을 타고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가 보다는 이동한 후 거기서 사람들을 만나고 그 시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내 나름 해석했다.). 둘째로 책은 엔터테인먼트이다. 쌀이라고 강조하셨다. 쌀이 있어야 밥도 하고, 때로는 떡도 하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책이 없다면 다른 것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 세번째로 책을 읽으면 지식이 쌓이고 머리가 좋아진다. 그러면서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교보문고 소개내용)의 첫구절을 예로 들었다. 아마도 그 구절은 '버스가 산모퉁이를 돌았다'(책이 어딘가에 있을텐데, 이 밤중에는 확인하지 못했다, 대략 이런 문장이라고 생각된다)라는 것이다. 해석은 이렇다. 이 문장을 영화로 찍었다면 모두에게 유사하게 아름다운 한 장면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장을 책으로 만나면 읽는 사람의 머리가 복잡해 진다. 버스는 어떤 버스일까? 노란버스? 파란버스? 낡은 시외버스? ... 또 산등성이는 또 어떤가? 어떤 산인가? 거기에 시간의 의미까지 더해지면 더 복잡해 진다. 이렇듯 책에서의 문장 하나는 읽는 사람에 따라 수없이 변용된다. 그러니 어찌 책을 읽으면서 머리를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책을 읽다보면 머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범신 작가의 이 말을 제대로 이해한 사람이 있으리라.
(아래) 관객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청소년들은 손호영이 나오자 여느 공연장처럼 환호했다.노래를 한 곡 끝내고 사회자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그런 즈음에 자리를 떠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모르겠으나,그래도 손호영도 책을 좋아하고 읽는다고 했겠지,손호영을 좋아하는 우리도그처럼책도 좋아하고 열심히읽어야 하지않을까?
(아래) 무대 뒤편으로 해서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돌아보니 무대는 연기로 뿌옇다. 책과 책 읽기의 미래가 그렇지는 않겠지. 아마도 안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고보니 박범신 작가가 인용한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은 안개와 관련이 있다. 교보문고 독자이야기에 관련된 문장이 올려져 있기에 가져왔다. 요즘 실제로도 서울은 안개에 자주 갇히곤 했다. 안개 속에서 우리가 방향을 잃지는 않겠지.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 오는 여귀가 뿜어내 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 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 놓았다. (「무진기행」, 159-160쪽)
아마도 오늘 이 북콘서트 행사로 대략 큰 책 관련 행사는 끝나는 것 같다. 행사는 끝나도 책 읽기는 계속되어야 하겠지, 그 공간은 이제 지역에 있는 공공도서관이거나 학교에 있는 도서관, 직장에 있는 도서관 등이어야 할 것이다. 도서관 사람들은 한껏 고무된 이 열기를 받아들여 겨울에도 도서관을후끈하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 행사에 끝날 때까지 있지 않아 조금 미안하기는 하다. 그리고 한가지, 앞서도 말했듯이, '책 읽는 서울' 프로그램을 하나로 묶어 적어도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함께 하는축제로 만들었어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내일은 가을비가 오시고 날이 추워진다고 한다. 비가 오시기 전에 이 행사를 할 수 있어서 좋다. 적어도 축축한 잔디 위에 앉아서 책과 공연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즐거운 시간이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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