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된 자료를 하나 발견(?)했다. 최근에도 여가정책에 대한 심포지엄이 있었는데, 2002년에도 한국문화관광연구원(당시에는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었다)이 "여가시간 증대에 따른 문화관광정책의 방향"이라는 주제로 문화정책토론회를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한 바가 있었다. 기억하기로는 큰 회의장 단상에 많은 발표자/토론자가 올라가 앉아 있었고, 그 중에서 나도 문화정책부문 토론자로 함께 했었다. 당시로서는 주40시간 제도 도입 문제 등으로 사회적으로 여가라는 것이 주요한 논점이 되던 시기라서 보도도 많이 되었다. 그 이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본격적으로 여가를 정부의 문화정책으로 인식하고 정책개발과 시행 등에 노력을 한 것으로 안다. 문제는 실제로 국민들이 주어진 여가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인데.. 과연 문화나 관광, 체육이라는 일상의 활동 속에서 어떻게 하면 좋은 여가생활을 조직하고 실천해 내는가.. 그러기 위해 문화/관광/체육부문 시설이나 종사자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개발하고 실현해 내는가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02년 당시를 돌아보는 것으로 질문과 고민을 대신해 본다.
토론회 최종보고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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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는 당시 내가 토론을 위해 작성해서 보낸 내용이다.
문화정책토론회 여가시간 증대에 따른 문화관광정책의 방향 토론자료
한국문화정책개발원, 2002.5.16.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
문화생활화 교육과 생활권 안에 문화부문 핵심역량 강화 필요
이용훈(한국도서관협회 기획부장)
◦ 문화생활을 잘 영위할 수 있는 문화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여가시간이 늘어나도 이를 잘 활용할 줄 모른다면 그 여유는 그대로 낭비되거나 왜곡되게 사용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실제로 여가시간이 생기면 이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제대로 모르고 그래서 여가시간이 늘어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따라서 문화생활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이를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기본적으로는 학교교육을 통해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문화관광부는 여가를 통한 문화생활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위해 관련 부처와 적극 협의하여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서만이 국민들이 일생동안 주도적인 문화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발표자께서도 여러 가지 좋은 방안을 제시하셨는데 무엇보다도 소외계층들의 문화활동에 따른 비용을 어떻게 사회가 직접적으로 부담할 것인가 하는 점에 대한 논의가 구체적으로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공공문화시설은 당연한 것입니다만, 사립문화시설까지도 필요한 경우에는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문화복지’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합의와 재원확충이 필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또한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기업의 문화적 비용을 손비로 인정해 주는 조치도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즉, 기업이 근로자들의 문화활동을 직접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기업이 직접 문화활동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을 격려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메세나 활동과의 긴밀한 연계도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 지역과 문화단체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을 주요한 과제로 제시하셨는데 매우 중요한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크게 부족한 문화시설들을 확충하거나 문화활동의 확대와 변화에 따른 인적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고, 이를 해소하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특히 재정자립도가 크게 낮은 지역은 문화활동에 투자가 부실할 것이고 이는 결국 문화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만을 낳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간부문을 지원하며 연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문제는 이러한 민간자원들의 현황을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기 전에 지역단위로 종합적인 문화자원 조사 사업 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문화관광부에서도 문화기반시설평가 등을 통해 어느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전국의 문화자원 조사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만 새로운 투자도 정확하게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며, 문화자원들은 건전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 서울 강서구에서 도서관을 하나 신규건립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개별적인 문화시설이나 활동단위로 이러한 조사 등이 진행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왕 우리 사회가 큰 변화의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 전국의 모든 기초자치단체별로 표준화된 조사가 실시되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이것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별로 <문화생활지도> 같은 것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제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 생활권 단위에서는 문화부문에서도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정부차원의 정책에서도 반영되어야 할 것입니다. 어디에 살든지 다양한 문화활동이 가능하도록 해 주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활권 단위별로 핵심부문을 집중 강화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합니다. 모든 생활권에 공연장, 미술관과 박물관, 도서관 등을 고루 갖출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생활권 단위에는 하나의 시설에 문화역량을 집중화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예를 들면 제주도의 성산일출도서관과 문화의 집과 같은 모델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공공도서관은 자기주도적이고 창조적 지식활동이 가능한 시설입니다. 문화의 집은 생활권 문화생활화를 위한 능동적 시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두 시설이 집중적으로 주민들의 생활권 단위에서 문화생활화를 돕도록 하고, 이러한 생활권을 몇 개씩 엮어 그 중심지역에 여타의 문화시설들을 두는 방식으로 역량을 집중화하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현실적으로 공공도서관의 수가 가장 많고 현재 정부에서도 2011년까지 인구 6만명당 1개관 수준으로 확충할 계획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거의 모든 생활권에 공공도서관이 자리잡을 것입니다. 여기에다가 학교와 대학도서관 등도 연계될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가장 접근하기 좋은 문화시설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와 같은 도서관을 기반으로 문화의 집과 같은 시설을 유기적으로 연계한다면 국민들의 문화생활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 이것은 관광분야와도 관련이 있을텐데, 관광을 직접적인 문화와 연계할 수 있도록 일정 규모 이상의 관광단지나 숙박단지에는 복합적인 문화시설(공연장,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등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한 후, 이를 지역의 문화단체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여 지역주민과 관광객간의 문화적인 접촉기회를 확대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 위해 정책적 배려와 지원이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모델개발과 같은 사전 준비작업도 필요합니다.
◦ 문화시설들의 개방시간 연장 문제가 대두되는데, 비용 문제와 함께 문화시설 근무자들의 근로조건 악화라는 문제점은 차지하고서라도, 솔직히 정부가 나서서 밤늦게까지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적으로는 개방시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정책방향에서는 주5일근무제 도입과 같이 국민들의 여유시간을 더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과도한 학습시간을 줄일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도서관에는 24시간 개방요구도 자주 있습니다. (물론 자료를 찾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독서실 공간을 요구하는 것이기에 문제가 없지 않습니다) 그래서 24시간 개방하는 도서관도 있지만 과연 밤새도록 도서관에서 공부하도록 공공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국가나 공공부문이 해야할 일인가 하는 점에는 회의가 듭니다. 실제 이용자도 거의 없습니다. 낮시간을 활용해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더욱 고민을 많이 해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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