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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코스타리카에서 살아가는 방식을 배운다..

코스타리카를 여행하고 온 친구가 이런 말을 들려준다. 어느 작은 동네에 갔더니 그 곳 주민들의 주소가, 교회당 옆을 돌아 큰 미루나무에서 서 번째 빨간 지붕이 있는 집, 개울 건너 첫 번째로 흰 울타리가 있는 집 등으로 적혀 있는 것을 보며 미소가 저절로 나오더라고 한다. 자기 생각엔 여행객들 터는 좀도둑도 많고 여행하기에 불편한데도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보러 몰려드는 것을 보면서, 사람들은 변하지 않은 옛날 모습을 그리워한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한다. 자기도 그 곳에서 가방 두 개를 잃어버려 속이 상했지만 참 인상 깊은 곳이었다고 몇 번을 얘기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옛것에 대한 그리움은 더한 모양이다.

이경은 수필가가 쓴 『내 안의 길 : 이경은 수필집』(선우미디어, 2002)에 나오는 구절이다. 코스타리카... “우리에겐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나라, 코스타리카는 북미 대륙과 남미 대륙을 연결하는 교통의 중심지에 위치한 나라로 북서쪽으로 니카과라, 남동쪽으로 파나마와 접해 있다. '풍요로운 해변'이란 뜻을 가진 코스타리카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이래 중남미 국가 중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 중 하나로 군대가 없는 영세중립국이다. 우리나라 약 1/4 크기의 작은 나라지만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자연환경을 보유한 코스타리카는 새의 종류만 850종, 나비의 종류만 2천종이 넘는 자연환경의 보고로 전 세계 동식물 종의 4%가 서식하고 있다. 때문에 국토의 25%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으며, 나라 전체를 가로지르는 10여개의 화산과 희귀한 동식물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는 생태계 공원은 코스타리카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순수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2008년 10월 18일 토요일 찾아간 곳이 ’코스타리카‘였다. 방송은 코스타리카를 위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그 때 방송을 보다가 코스타리카에는 특별히 주소가 없다는 내용을 보고는, 아, 그런 나라가 있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냥 큰 건물이나 랜드마크에서 시작해서 왼쪽으로 몇 번째 건물이라든가, 오른쪽 몇 미터 가서 골목길로 가서 앞에서부터 세 번째 집이라든가. 뭐 이런 식으로 찾아서 우편물을 전달한다고 한다. 그런 방식이 21세기 지금도 통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 그러나 한 편 생각해 보니 아니 멀지 않은 때에 우리도 그랬다. 사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환경이라는 것이, 이 사회제도라는 것이 그리 오래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전세계 사람들이 7명인가, 우리나라 안에서는 4명인만 거치면 모두 연결된다는 이론도 있는데, 굳이 뭔가 갑갑하게 체계화된 주소를 가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소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아니 아마도 이미 다 개편했어야 하는가 본데.. 사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새로운 주소를 모르는 것 같다. 나도 그렇다. 뭘 하나 오랫동안 쓴 상태에서 새로운 것을 기억해야 하고 써야 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람은 여전히 습관에 매여있고, 또 그것으로도 그리 불편하지 않게 살 수 있다. 요즘은 대부분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살다보니 우리의 공간과 지각 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한다. 코스타리카처럼 옛것을 묵묵하게 지키며 사는 것이 어쩌면 21세기 새로운 미래 삶의 방식일 수도 있겠다 싶다. 우리는 그저 이 세상에 잠시 왔다가 가는 존재라고 한다면 새로운 것을 만드느라 세상을 즐기지 못하고 사는 것보다는 그저 이미 있는 것, 있는 방식에 즐기며 살아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나는 그럴 수 있을까?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 코스타리카 방송분 다시 보기

* KBS 회원으로 가입해야 볼 수 있다. 예고편은 그냥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