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책을 읽고, 마음이 흔들렸다. 나이 때문인가? 이 책은 내용과 물리적 외형이 잘 어울린다. 그만큼 책은 울림이 크다. 물론 책을 읽는 나 자신이 이미 흔들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제주에서 걷기를 시작한 저자가 그 간의 기록을 적은 책이다. 걷기는 책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어 지금까지 제주도에 몇 개의 걷기 코그사 만들어 졌는지를 세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만 현재 진행형이라고만 하면 될 것이다. 저자는 <시사저널>과 <오마이뉴스>에서 '빠른' 삶을 살아오다가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이 그렇게도 걷고 싶다고 하는 '산티아고 길'을 걷고자 한 꿈을 꾸다가 그것을 실현했다고 한다. 혼자서 그 길을 걷다가 그 길에서 고향 제주를 떠올리고, 돌아와 제주에 산티아고와 같은 길을 만들어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지금도 하루하루 조금씩 그 길을 이어가고 있는 '제주올레'이다. 이 책은 그 제주올레 이야기다. 사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열어가고 있는 그 길들에 쌓인 이야기들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나도 꽤 여러 번 제주를 가 보았지만, 제주에서 점차 아스팔트 길이 많아지는 것이 불안했다. 그건 아마도 내가 운전면허가 없어 자가용이 없이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걷고 있기 때문에, 왠지 내 자신의 의도대로 갈 수 없는 길이 불안하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도시에서의 걷기는 위험하다. 도시는 사람이 우선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주에서는 그래도 그 불안한 마음은 조금 내려놓을 수 있어, 평소에도 제주에 가면 좀 편안해 지고, 또 바다와 마을 길, 그리고 한라산과 오름을 바라보면서 위안을 받았던 것 같다. 이 책을 보면서 확실하게 제주가 내게도 위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빨리 책을 덮고 싶었다. 그냥 제주에 가서 그 어느 한 길, 아니 아직 '제주올레'가 열지 않은 길이라도 걸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도시의 삶은 내 발목을 잡고 있다. 눈이 와도 걸을 수 있겠지.. 길이 아주 사라지지는 않을테니까.. 길을 걷는 꿈을 꾸면서.. 하루를 더 이 도시에서 지내야 하는가 보다..
서명숙 씨는 아예 제주에서 '제주올레'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길을 열고, 사람들과 함께 길을 걷고 있다.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제주올레는 산티아고 길을 걷다가 만난 사람이저자에게 당신의삶터에 가서 길을 만들라는 말에 동감해서 고향 제주에 길을만들고 있는 것이다. 제주올레는 또 다른 지역에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오마이뉴스는<나의살던고향은꽃피는자궁>,<몸을살리는다이어트여행>의저자한의사이유명호원장이인솔하는강화올레를시작했다.
제주올레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 그 중에는 도시지역에서도 걷는 길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한다. 사실 가끔의 여행에서의 걷기를 일상에서의 걷기로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을 통해 진정 자신이 먼저 벼놔하고, 그를 통해 사람과 지역, 나아가 전 지구적 변화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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