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도서관 읽기

안개가 짙은 날, 대구를 찾아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를 이야기 하다.

그제인11월 25일 대구를 찾았다. 대구광역시교육연수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서교사 및 담당교사 연수과정에서 3시간 강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9시부터 강의를 해야 해서 새벽 6시에 KTX를 타고 동대구역으로 갔다. 거기서 사서교사분의 도움으로 팔공산 중턱에 있는 연수원까지 갔다. 대구는 예전에는 경북이나 경남지역과 함께 우리나라 학교도서관 운동의 중심에 서 있었던 곳이고, 최근에도 학교도서관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곳이다. 시교육청 차원에서 아침 10분 독서하기와 같은 강력한 독서운동을 함께 전개함으로써 학교에서의 도서관의 위상을 계속 높여가고 있고, 그런만큼 사서교사나 담당교사의 역할도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번 연수도 그런 점에서 현재 학교도서관을 맡고 있는 사서교사나 담당교사들의 실무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무엇보다도 전담인력으로서의 책임감과 함께 사명감, 의지를 더욱 단련하기 위한 것도 목적이라고 할 것이다. 나는 "변혁시대 학교도서관 사서교사의 역할"을 주제로 강의를 했는데, 일단은 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무엇인지에 대해 서로 용어 인식을 같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도서관에 대한 이해와 관련한 내용을 먼저 말씀드리고, 현재 사회의 변화는 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그런 속에서 학교도서관과 사서교사 또는 담당교사의 역할에 대해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현장에서 전담인력은 매우 중요하다.도서관은 시설, 장서(자료)와 사람(사서 또는 직원과 이용자)등 3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소는 사람이다. 사람이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이번 연수에 참여한 분들은 학교도서관 성패의 유일한 요인이다. 사람만이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이고 발전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사람에 대한 투자를 가장 꺼리고, 또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갈 수록 사람이 빠진 도서관이 이야기되고 있는 것은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서교사 또는 담당교사가 바로 학교도서관이라고 강조했다. 사서교사가 생각하는 것이 그대로 도서관 운영에 반영된다고 할 때 결국 도서관을 운영하는 사람이 그 도서관의 정체성이고 현실이고 미래라고 할 것이다. 이런 점을 거듭 강조하고 강의를 마쳤다.

강의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 둘러보는데 이 시비가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 강의실에서 사서교사나 담당교사 한 분 한 분이 학교도서관 그 자체이고, 학교도서관과 공교육을 살리는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나왔는데.. 이 꽃자리라는 시는 그대로 가슴을 뒤흔든다. 지금 있는 자리가 비록 가시방석이라고 하더라도 그 자리를 꽃자리라 생각하라고 하니.. 그 자세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겠지.

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에 버스를 타고 도심을 가로질러 갔다. 거리에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런데 젊은 사람들보다는 연세가 든 분들이 많았다. 아마도 본격적으로 일이 시작되기 전에 준비하는 일을 하는 분들이 아닐까? 버스에서 내려 서울역을 가다보니 역 앞에 있는 거대한 빌딩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이 새벽에도 일을 하고 있는 사무실이 꽤 많아보인다. 밤을 샌 것일까? 기차를 타고 동대구로 가는데, 목적지가 다가올 수록 안개가 무척 심하다. 거의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동대구역에서 교육청까지 가는 동안에도 안개는 짙다. 그런데 팔공산을 어느 정도 올라가자 거짓말같이 안개가 사라졌다. 안개는 무겁게 마을을 덮고 있을 뿐, 산을 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해가 떠 올라도 쉽게 안개는 사라지지 않았다. 가는 차 속에서 노래 '안개'를 들었다. 정훈희가 아니라 보아가 부르는 '안개'... 아 '보아'도 안개를 불렀었구나.. 안개 속에서 '안개'를 들으니 새삼스럽다. 그러나 노래는 바닥으로 내려 깔리는 것이 아니라 산을 타고 올라간다. 안개... 지금 우리나라 도서관계는, 또는 우리 사회는 안개 속에서 길을 찾고 있는 것일까?



서울역 앞 빌딩들은 새벽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어젯밤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새벽,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각자 이곳을 떠났다가도 저녁이면 다시 서울을 채우러 올라오겠지. 서울을 언제쯤 빈 도시가 될 수 있을까?



동대구역은 안개에 잠겼다. 오고가는 발길에 안개가 채인다. 저 안개 깊은 곳에 무엇이 있을까?

연수원에서 내려다보니 마을은 모두 안개바다 속 용궁이 되었다. 햇살도 무기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