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장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사람들은 도서관에서 우선적으로 장서, 즉 소장한 책들을 이용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도서관에서는 좋은 책들로 체계적이고 균형있게 구성된 장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좋은 장서는 도서관을 특별하게 만들기도 하고,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기관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LIbrary를 도서관이라고 한 것은, 근대 초기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책의 집이라는 의미를 부여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만큼 도서관에서 장서는 중요하게 인식되어야 한다. 그러나 한 편으로 장서만 있다고 도서관이 되는 것이 아니다. 도서관이 어떤 책들로 장서를 구축할 것인가는 전적으로 도서관 사서들의 책임이다. 사서는 도서관의 설립 목적과 경영상황은 물론 이용자들의 특성이나 지역/기관의 요구 등을 파악해서 제대로 된 책들을 골라 입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사서들은 우선적으로 책(내용과 외형적 측면 모두를 포함)에 대해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좋은 장서를 구축해서 도서관을 도서관 답게 만들고, 이용자들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도서관 상황에서는 도서관에서 제대로 된 장서개발이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사서들에게 장서를 개발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주어져 있지 않다. 많은 경우 사서들은 다른 절차나 회의 단위(주로 장서선정위원회나 운영위원회, 아니면 관리자나 이용자들)에서 입수할 책 목록을 결정하도록 하는 행정적인 일에 매여 있어, 사서들이 책에 대한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가 많지 않았다. 오랜 관행에 따라 이제는 사서들도 책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매달리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는 상황인 것도 같다. 그러나 거듭 강조하지만, 도서관은 사서의 철학 또는 정신과이용자에 대한 태도, 도서관 운영에 있어서의 헌신적 노력에 그 성패가 달려 있다. 따라서 장서개발에 있어서도 이젠 사서들에게 적절한 권한이 주어져야 할 것이다.
장서개발과 관련해서 한 가지 주의깊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할 것은 검열의 문제이다.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모든 정치적/경제적/사회적/종교적 견해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하며, 장서구축 과정에서 외부로부터의 부당한 압력을 받아서도 안된다. 그건 도서관은 공적 기관으로 모든 이용자들에게 균형잡힌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종종 외부로부터의 이런저런 요구들에 직면한다. 최근 국방부가 불온도서 목록을 발표했는데, 병영 내 도서관에서는 이 목록에 올려진 책들을 소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물론 병영도서관 이외의 경우에는 그 목록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기는 어렵겠지만, 아무튼 그런 사례와 같이 어떤 도서관이든 유사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 개연성은 다분하다. 과연 그런 일이 벌어지면 도서관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따라서 도서관들은 개별 도서관 차원에서뿐 아니라 도서관 전체 차원에서 도서관 장서에 대해 외부로부터 어떤 문제제기가 있을 경우,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그 절차나 수준 등을 미리미리 고민해서 정리해 두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적절하고 신속한 대응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민주주의 나라, 도서관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장서와 관련해서 종종 이런 저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 공공도서관들이 이용자로부터 장서에 대해 서가에서 제외하거나 열람을 제한해 달라는요구(challenge)를 받았다는 보고서를 보았다. 이 보고서는 2007년주 소재 115개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수록한 것인데,이용자로부터 요구를 받은 도서관은 16개관이었고, 건수로는 모두78건이었다고 한다. 2006년보다는 다소늘어났지만, 2004년이나 2005년에 비해서는 다소 줄어든 수치라고 한다. 과거 10년 평균은 70건이라고 한다.요구를 받은 자료 유형은도서가 55%, 비디오가 22%, 저널이 6%, 음악 자료가 5%였고,도서관 활동(이벤트등 )에 대한 것도 6%가 있었다고 한다.인터넷 콘텐츠나액세스와 관련한 것도3%(2건)가 있었는데, 이것은 2006년의 16건에서 큰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도서관들이 과연 이러한 요구에 어떻게 대응했는가 하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 따름녀이용자들의 요구에 따라 자료를배제하거나 열람을 제한하지 않은 경우가77%를 차지했다고 한다.그 외에는 자료를 별치한 것이 17%, 폐기한 것이 3%, 대출 불가로 한 것이 3%,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필터링 설정 변경이 1%였다고 한다.나는 미국 도서관들이 이용자들의 요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80%에 이르는 경우에서 이용자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에 주목하고 싶다. 도서관은 무조건 이용자의 요구를 따르기보다는문제가 제기된 상황에 대한 도서관의 입장을 충분히 설득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그리고 전문적 또는 경영적 관점에서 이용자들과 대화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과정을 거듭하면서 도서관의 대응전략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대응역량도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왜 이용자들이 도서관 장서에 문제를 제기했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는 상당수가 성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글쎄 우리도 이런 상황이 있었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서 조사를 해 보고 서로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미국 콜로라도주 <Challenged Materials in Colorado Public Libraries 2007>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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