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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이야기

`책, 함께 읽자` 캠페인 첫 날,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책 읽는 소리가 들리다

오늘 아침, 어제의 화려한 책 읽기 밤은 사라지고, 행사장이었던 국제회의장은 조용하다. 어제 행사장에 없었던 사람에게 그 시간은과연 실재했던 것일까? 그래도 일단 어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있었던 첫 번째 '책, 함께 읽자' 행사는 활기찼다는 것을 기억한다. 책 읽는 소리, 그 읽는 소리를 따라 조용히 자신의 마음에 그림을 그려가며 그 글의 호흡을 따라가던 객석, 재미있는 질문과 답변, 행사가 끝난 후, 인사하고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던 무대, 그 모든 것을 따라가며 영상으로 남기던 카메라들...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행사장을 빠져 나간 후, 뒤정리를 하는 사람들 속에서, 책 읽는 소리는 검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아 가고 있었다.

어찌 그 모든 것을 여기에 글로 남길 수 있겠는가. 소리는 사라졌고, 느낌은 감히 글로 표현할 수 없고. 참, 김훈 작가께 초등학생이 질문을 했다. 글을 잘 쓰려면, 좋은 글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김 작가는 지식과 정보가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답변하셨다. 그렇다. 글은 사실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떻게 사실을 사실인 줄 알 것이며, 또 안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정확하게 다른 사람에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겠는가. 한 사람이 글을 쓰려고 마음을 먹고 펜을 든 이후(요즘에야 이렇게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겠지만...) 그것이 글로 쓰여지고, 여러 과정을 거쳐 책으로 만들어지고, 유통 과정을 거쳐 독자가 그 책을 사서 읽게 될 때까지.. 쓰여진 사실은 수없이 변형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 사이의 변형과 간극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그 어떤 힘과 역량이 있다면, 글을 쓴 사람의 마음과 감동을 거의 그대로 만날 수 있으리라. 아마도 책을 함께 읽는 행위가 그런 간극을 줄이는 방법일 수도 있겠다. 적어도 혼자 텍스트를 따라 읽어가는 것과는 달리, 읽는 사람이(작가라면 더 정확할 수 있게지) 텍스트에 호흡을 실어 줌으로써 텍스트가 좀 더 생동감을 가질 수도 있으리라. 아무튼 나는 어제 책 읽던 그 현장의 느낌을 텍스트로 전달할 능력이 없다. 다행스러운 일은 어제 한국정책방송(KTV)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를 동원해서 영상을 잘 만들었으리라 믿는다. 그걸 보면 되겠지. (아직 올려진 것 같지는 않다. 나중에 확인해 볼 일. 한국정책방송 바로가기) 사진 몇 장으로 책 읽는 소리를 밋밋한 화면에 담아 둔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왕상한 서강대학교 교수가 시작을 앞두고 기다리고 있다.

국제회의장 로비에는 지난 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공모에서 수상한책 읽는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나는 여러 번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이 사진이 또 마음을 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전 행사장 안 객석은 그래도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기다림.. 책 읽는 소리를 기다리고 있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몇 가지 책 읽기와 관련한 동영상이 상영되었다.. (위와 아래 사진...)

출연자를 기다리고 있는 빈 무대..



책 읽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왼쪽에서부터 진행자인 왕상한 교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훈 작가, 송승환 연극배우. 네 분 다 말씀을 재미있게 잘 하신다. 분위기는 따스한 입춘 같았다.

무대에서 책을 읽는 동안 전달과 기록을 위한 카메라는 게속 돌아가고 있다.



최인호 작가의 <몽유도원도>를 읽어주고 있는 유 장관. 나중에 송승환 씨가 코멘트 하기를 장관처럼 읽지 않고 배우처럼 읽었다고 했다. 송승환 연구배우는 다음에 책을 읽으면서 배우가 아니라 제작자처럼 읽겠다고 해서 분위기를 띄웠다. 내가 책을 읽는다면 어떻게 읽을까? 사서처럼? 그게 어떤 거지?

여기까지 사진을 찍었는데.. 그 이후 더 긴 시간은 사진에 담을 수가 없었다. 배터리가 없다. 그래서 사진을 포기하니 좀 더 편하게, 느긋하게 읽히는 책을 읽고,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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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시간 40여분 책 읽는 프로그램이 끝났고, 밤이 지났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보니 커다란 현수막이 걸려있던 국제회의장 벽이 휑하다. 어제 정말 그 시간이 그곳에서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