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말, 제주 여행을 하다가 우연히, 완전히 우연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주도 여행길에서 멋진 미술관을 만난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지난 해 개관한 현대미술관이 있다는 정도만 알고 택시를 타고 미술관을 찾았다. 하늘은 좀 무거웠지만, 미술관을 찾아가는 발길은 맑고 가벼웠다. 한경면 저지리에 자리잡은 예술인 마을 중심을 잡고 있는 제주현대미술관은 첫 인상부터 산뜻했다. 아직 알려지지 않아서인가 찾는 사람이 그리 많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미술관을 찾은 사람들은 제주의 멋진 풍광과 함께 아름다운 예술도 함께 접하는 행운과 기쁨을 누렸으리라 생각한다. 나는 그랬다. 도서관을 이용하다가 서가 한 켠에서 생각하지도 않게 좋은 책을 만났을 때의 그 놀라움과 기쁨처럼, 이번 제주 여행길에서 한 번 가 볼까 해서 들린 이 제주현대미술관은 앞으로 제주 여행길에서 꼭 들려봐야 할 그런 멋진 곳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의 의지로 2001년부터 저지문화예술인마을 구상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면서 미술관도 함께 기획되고 건립이 추진되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여건이 그리 썩 좋지 않았을 것 같은데도, 단체장의 의지와 주변 예술인들의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최근 저지문화예술인마을도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고, 무엇보다도 2007년 제주현대미술관이 개관하면서 제주의 미술 문화 수준을 확 끌어올렸다는 느낌이다. 사실 거의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을 주요한 정책, 특히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하면서 관광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제주도의 노력처럼 아예 그 지역 사람으로서의 즐거운 삶을 살아가는 그 자체가 다른 지역 사람들이 찾아오도록 하는 끊임없는 유인책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이제는 알아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볼 만한 좋은 경치도 필요하고, 신나게 놀 만한 놀이공간이나 축제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대부분 한 때, 잠깐 지나가면서 보는 것에 그칠 확율이 높다. 그러나 그 지역 사람의 삶은 시기와 수준을 떠나 언제든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 그리고 서로 낯선 삶의 양태를 바라보면서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한걸은 더 다가서는, 그래서 조금씩, 더 자주 서로를 찾게 되는 그런 은근하면서도 끈질긴 관계를 설정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즐거워야 그 즐거움이 관광객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 그래야 관광객이 또 그곳을 찾아보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지문화예술인마을과 같이 제주의 자연과 사람들 속에서 정착해 살아가는 예술인들이 있어, 관광객들은 그 예술인들의 삶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제주를 찾게 될 것이다. 제주현대미술관은 그런 사람 관계를 확장하는 핵심적인 공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제주현대미술관은 김흥수 화백과 박광진 화백이 기증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미 두 화백의 예술세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주고 있는데, 나도 그 두 분 작품을 이번에 제주현대미술관에서 한없이 즐길 수 있었다. 미술관은 문화예술인들이 살고 있는 마을 가운데에서 그들의 열정과 예술을 품어내기에 적절한 규모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외관도 낯설지 않으면서도 독특하다. 제주의 돌로 외관을 꾸몄고, 그 돌 틈으로 제주의 하늘과 바람과 사람의 숨결이 자유롭게 미술관 안팎을 넘나들고 있다. 그 속에서 예술가들의 작품이 꽃처럼 싱싱하게 피어나고 있다. 미술관은 기증받은 두 화백의 작품은 상설로 전시하고 있다. 다음에 다시 본다고 해도 또 새로울 것이다.
이번에는 특별전시로 2009 제주현대미술관 소장작품 특별전 (2009.1.17.-3.30.)이 열리고 있었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데, 그것을 모두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또 좋았다. 야외에도 주로 아이들이 즐거워할 조각과 작품들이 있어 여행길에 미술관을 둘러보는 재미가 다양할 것이다. 시간에 갇힌 여행길이어서 미술관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서 아쉬웠다. 다음에는 저지문화예술인마을도 찬찬히 돌아보면서 제주의 자연과 예술이 어떻게 어우러져 살아가는지를, 그래서 그곳에서 어떤 예술과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직접 만나보고 싶다.
이번 미술관 관람에 마침 미술관에 계시던 김창우 관장님께서 시간을 내 주셔서 작품을 소개해 주시고, 여러가지 미술관과 마을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셨다. 뜻하지 않은 기회로 미술관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 되었고, 그래서 더 미술관이 마음에 가까워졌다. 바쁘신 중에서 시간을 내서 안내를 해 주신 관장님께 감사드린다.(* 김창우 제주현대미술관장님 인터뷰가 실린 기사 보기)
* 아래는 내가 이번 미술관 관람길에 찍은 사진들이다. 내 사진 실력으로는 사실조차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 새해 관람객들의 소망이 유채꽃처럼 화사하게 피어있다.
* 특별전시를 하고 있는 전시장 내부.. 나른한 경사로가 나의 발길을 불렀다.
* 전시장을 바라보고 서 있는 제주 고유의 동자상. 그들도 그림을 보고 있을 것이다.
* 2층 외부 공간에 마련된 작은 쉼터. 정면 화석은 매우 특이하고 귀한 것이라고 한다.
* 미술관 2층 외부 공간 통로에서 바라봤다.
* 미술관 안쪽 정원 공간.. 여기도 구석구석 놀라움을 주는 작품들이 놓여져 있다.
* 외부 정원과 연결된 길.. 외벽에 이중섭 화백의 그림이 자연스레 놀고 있다.
* 미술관 입구
* 미술관 입구, 특별전시 알림막이 걸려 있다.
* 미술관 정문에서 미술관 건물로 가는 길.. 몇 몇 관광객이 미술관을 찾아왔다. 그 발걸음이 반갑다.
* 미술관 본관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따로 마련된 분관. 앙증맞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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