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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배영환의 도서관 프로젝트 `내일(Tomorrow)`를 관람하다

한참을 벼르다가 드디어(!) 어제(4/4) 아트선재센터를 찾았다. 배영환 작가의 공공미술 프로젝트인 '도서관 프로젝트'를 보러간 것이다. 집을 나서면서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었다. 전시회 입장료가 3천원인가 하는데, 책을 가져가 기증하면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다. 책 값이 입장료보다 훨씬 더 비싸지만, 그래도 집에 2권 있는 책 중 한 권을 가져가서 기증하면 그 책이 나중에 어느 마을엔가에 세워질 도서관에 비치될 것이라 하니 의미가 있겠다. 한창기 선생 책인데.. 좀 편하게 읽히면 좋겠다. 어느덧 봄날 오후, 따스하다. 한국일보사 앞에서 감고당길을 따라 걸어가다보니 주말이라서 그런가, 사람이 무척 많다. 그리고 길가로 작은 장터가 섰다. 예쁜 악세사리나 옷, 신발도 팔고.. 언제부터 감고당길이 이렇게 붐볐을까.. 내가 시내에 나와 본 적이 참 오래되었나보다. 아트선재센터 바로 앞에 정독도서관이 있는데, 도서관 앞도 새로 꾸몄나보다. 간판도 바뀌고, 아무튼 그곳이 꽤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아트선재센터에 들어가 2층에서 열리고 있는 '도서관 프로젝트'를 찾았다. 입구에서 책을 내니까 안내하는 분이 종이를 내 준다. 간단하게 책이름, 저자, 출판사, 출판년도를 직접 적고, 스티커를 하나 주면서 간단한 바람을 적으라고 한다. 그래서 적어 제출하다. 전시장에 들어서니, 도서관 분위기가 제법 난다. 사진을 찍어도 된다고 해서 꽤 여러 장을 찍었다. 이 도서관 프로젝트 '내일(Tomorrow)'은 컨테이너 및 모듈 형식의 도서관을 제작해서 문화 소외지역에 보내주기 위한 공공미술 작업이다. 아직 어느 지역에 이 도서관을 세울 것인지는 정해지지 않았나보다. 도서관은 정말 간단하게 나무로 만든 컨테이너 형식이다. 그 안에는 종이로 만든 책상과 의자가 들어간다. 종이로 만들었어도 제법 단단하다. 그러나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정말 이렇게 종이로 만든 책상과 의자가 도서관에 들어가는 것일까? 새로운 형식의 도서관.. 사실 도서관은 내용과 사람으로 구성된 지식과 정보가 모였다가 필요한 곳으로 흘러가도록 하는 공간이다. 건물은 가장 중요성이 낮으면서도 건물이 가지는 어떤 집중력 때문에 사람들은 도서관을 건물로 이해하는 경향도 크다. 물론 좋은 건물이면 더 좋겠지.. 그러나 속이 빈 채로 아름답고 거대한 건물이 도서관이라면 그런 도서관은 의미가 없다고 할 것이다. 이미 그런 식의 도서관 문화에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해서, 요즘은 작은 규모라도 좋으니 집 가까운 곳에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서관을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프로젝트는 어느 지역에서든 간단하게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그래서 사람들 일상 속에 도서관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때 수 년 전에 이미 정부에서도 도서관 건축 설계를 표준화해서 어느 지역에서도 빠르고 간편하게 도서관을 지을 수 있도록 돕겠다고 생각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연구로 끝난 것 같아 아쉬웠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어떤 표준화된 모듈 방식으로의 도서관 건축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다. 각자 지형과 동네 문화를 고려해서 다양하고 예쁜 도서관을 만드는 것도 좋겠지만, 도서관은 건축 요소보다도 채워야 할 장서와 장서와 이용자를 연결해 주는 사서가 훨씬 더 중요하다는 점에서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내용과 이용에 맞추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적당한 규모의 도서관이라면 이번 배영환 작가의 시도처럼 컨테이너와 모듈 방식으로 만드는 것도 그리 나쁘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기회가 되면 작가와 도서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명함을 남기고 왔다. 도서관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 가서 볼 필요가 있겠다.

전시장 입구, 안내문

아트선재센터 입구 안내판

전시를 보면서 잠시 종이의자에 앉았다












어느 마을엔가 이렇게 도서관이 세워질까?















관람 후 간단하게 감상을 적어 붙일 수 있다.

도서관에 사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관람객들이 가져와 기증한 책들...

나도 기증한 책에 간단한 바람을 남겼다.

이 전시에 정독도서관도 후원을 했네요. 모두 4곳이 후원을 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