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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읽기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작은도서관 이야기를 만나다



최근 자신을 지식소매상이라고 규정한 유시민 씨가 새 책을 들고 정치인에서 저자로 사람들에게 돌아왔다. 이 책은 그동안 정치인으로 살아온 10년 동안 우리 사회의 변화 중심에 있으면서 그 변화의 방향과 모습에 대해서 고민한 것들을 담은 에세이다. 책의 부재는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다. 헌법은 우리 나라, 우리 사회가 존재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뼈대다. 사람이 이 사회 속에서 살아갈 때 추구해야 할 가치와 규범이 헌법의 조문을 통해서 드러나는 것인데, 과연 우리는 제대로 헌법을 알기는 할까? 사실 헌법은 누구나 아는 것 같지만, 사실 제1조부터도 모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최근에 들어 많이 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다시 한 번 유시민 씨의 책을 읽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나라를 세운 때가 언제인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사실 헌번 전문(前文)에서 그동안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줄 알았는데, 사람들이 다시 생각해 보자고 한다. 아무튼 이번에 다시 한 번 헌법의 의미와 존재를 생각하게 되고, 아직은 다 읽지 않았지만, 부분을 읽어보면서 민주주의와 인간 삶의 문제, 자유와 행복은 어떻게 얻고 유지하는지 등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한다.

내가 이 책을 알게 된 것이야, 물론 출간되자마자 언론의 주목을 받아 알려진 탓도 있지만, 한 교수님께서 메일을 주신 때문이다. 교수님은 지금은 은퇴를 하시고 명예교수로 계시는데, 아직도 이렇게 새로운 책을 읽으시는지.. 더 젊은 나, 아직도 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나도 챙겨보지 못한 것이 좀 부끄럽다. 교수님은 유시민 씨의 책 가운데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는데,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냐고...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에는 부족한 게 많지만 무엇보다도 도서관이 부족하다. 재능이 입증된 소수의 과학자들에게 연구비를 듬뿍 준다고 해서 노벨상을 타는 과학자가 나오는 게 아니다. 지적 호기심이 충만한 아이들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공공도서관이 가뭄에 콩 나듯 있을 뿐이다. 그나마 값비싼 건축자재를 써서 겉은 화려하게 지었지만 서가와 장서는 형편없이 부족하다. 건물을 짓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쓰면서 도서 구입비는 쥐꼬리만큼 책정한다. 그래서 공공도서관들까지도 왕왕 출판사에 편지를 보내 양서를 기증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처럼 도서관이 빈약한 나라에서 노벨상을 받는 과학자가 나온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될 것이다.
동네의 작은 공공도서관을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다. 영화감독 이창동이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있었을 때 나는 그런 정책을 제안하고 문화부 공무원들과 실무 협의를 하기도 했다. 아파트 단지나 주택가에 작은 도서관을 만드는 사업이었다. 건물을 새로 지을 필요 없이 넓은 개인 주택이나 아파트를 구입해서, 또는 임대해서 그곳을 도서관으로 꾸미는 것이다. 공공도서관이 분원으로 지정해 운영 시스템을 넣고 학부모와 주민 자원봉사를 받아 운영하면 크게 돈이 들어갈 일도 없다. 이창동 감독이 장관을 너무 일찍 그만두는 바람에 이 기획이 결실을 맺지 못했는데, 두고두고 생각해도 아깝기 짝이 없다
.“ (295쪽)

이런 일이 있었나? 나도 기억이 가물거려서 일단 잘 모르겠다고 답신을 드리고 얼른 이 책을 샀다. 책 '2부 권력의 실재'에서 한 장이 '도서관'이다. 도서관을 통해서 새로운 세상을 넓혀간 사람들 이야기 끝에 이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그런 좋은 도서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는 놀라운 공간으로서의 도서관이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도서관을 늘려갈 수 있는 방안으로 작은도서관을 많이 만들어보자는 기획을 했다는 것. 그래서 그것을 이창동 감독이 문화부 장관일 때 적극 추진해 봤는데, 이창동 감독이 장관을 일찍 그만 둔 바람에 이 기획이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계속 문화부 측과 일을 했는데, 그런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요즘에 보면 작은도서관 기획은 결실을 맺지 못한 것은 아니다. 아마도 유시민 씨가 최근 정부가 얼마나 작은도서관에 집중하는지 모르고 계시는 것 아닌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작은도서관 사업에 대해서는이런 저런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그 사업을 통해 적어도 도서관이 사람들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 확인되고 인정된 것은다행한 일이다. 작은도서관 사업과 관련해서 몇 가지 사항을 확인해 보고, 대략 다음과 같이 내용으로 교수님께답신을 보내드렸다.

책에서 '도서관'을 언급하고 있는 것은 도서관 사람으로 반갑다. 우리가 우리 마당이라고 하는 도서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이창동감독이 2003년 2월 27일부터 2004년 6월 30일까지 장관으로 재임했는데, 2004년 한국도서관협회가 복권기금인가를 받아서 25개 작은도서관을 만들어 준 사업을 했다. 그런 걸 보면 아마도 이 장관 재임 기간 중에 이 작은도서관 사업이 추진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이후 정부는 계속해서 작은도서관에 대해서 끊임없이 투자해 왔다.솔직히 그 과정에서 모든 부문을 동의하지는 않지만, 아무튼 한 때 국립중앙도서관에 작은도서관진흥팀이라는 전담팀까지 두고 작은도서관 활성화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지금도 도서관정보정책기획단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올해도 이미 61개 작은도서관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아마도 유시민 씨의 기획이 그냥 무산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만 유시민 씨 입장에서 지금 진행되는 이 작은도서관 사업을 확인해 보면 과연 초기 기획과 어떤 상황인지, 그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아니면 뭔가 달라진 것인지를 되짚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도서관이 헌법 정신을 구현하는, 헌법에 의한 권력의 실재를 만들어 내는 여러 가지 사회적 장치의 하나라는 점을 확인하는 것은 너무도 다행이다.이 책을 통해, 그저 사회 한 구석에서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하고 있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못한 우리 자신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된 점에서 고맙다.

후불제 민주주의 - 유시민의 헌법 에세이
저자 유시민 | 출판사 돌베개
380쪽, ISBN 9788971993309, 1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