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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5월 24일 일요일 오후 대한문 분향소를 찾았었다...

어제 고 노무현 전대통령 영결식이 끝났다. 정부가 정한 공식 국민장 기한이 어제 자정으로 끝났다고 한다. 그러나 어찌 칼로 무 베듯이 시간이 지나자 마자 고인을 떠나보내는 국민의 마음에서 슬픔을 잘라낼 수 있을까.. 그런데도 '법'대로 한다고 한 것일까? 시청 광장은 오늘 새벽 다시 경찰 버스로 닫혀 버리고, 대한문 앞에 설치되어 있던 시민들의 자발적 분향소도 부서졌다고 한다. 그런대도 사람들은 계속해서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고 한다. 부서진 분향소 잔해를 그대로 두고 말이다. 지금 국민들은 이전과 다른 마음으로 우리를 대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건 적어도 좀 더 진솔하게, 좀 더 따스하게 서로 말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싶다는 것이다. 아무리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라도 좀 더 다정한 말 한 마디 위로가 더 그립기 때문이다. 광장에 모여 노래를 부르면서 비슷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작은 위로와 버팀이라도 되어주는 그런 날이 있기를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계속해서 물리적으로 막아서는 것은 왜 일까? 물론 한 순간은 물러설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든 영원한 것은 없다. 영원히 겨울일 수도 없고, 영원히 짓밟혀 희망 조차 사라지지는 않는다. 설사 그런 것 같더라도 분명 새로운 생명력은 사람들 가슴에, 머리에, 손과 발, 온몸에서 조금씩이라도 자라날 것이다.

오늘 아침, 대한문 분향소 소식을 접하고.. 지난 일요일, 그러니까 고인께서 서거하신 다음 날, 아득한 정신을 추스리고 조계사 분향소를 찾은 다음, 발길을 돌려 대한문을 찾았었다. 시청 지하철 역 안쪽으로도 길게 늘어선 조문객들의 행렬, 그러나 시청으로 가는 길을 막아선 경찰.. 경찰과 언쟁하는 시민들.. 이건 뭔가 이상한 광경이다. 누가 누구의 주인이고, 누구를 위해 질서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찰이 시청 광장과 길을 막아선 것인지.. 그럼에도 국민들은 몇 시간을 기다려도 지치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나는 조계사에서 조문했기에 대한문에서는 잠시 마음으로 함께 하고자 했다. 조문 행렬은 그 날 이후, 영결식이 있던 어제까지도, 그리고 오늘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잠시도 사그러지지 않고 있으니.. 수많은 조문객들은 고인과 함께 좀 더 길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보다. 조금 더 그곳을 열어두어도 좋지 않을까? 적어도 가신 분이나 기리는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