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오후, 인사동을 잠깐 들렸다. 안국동 버스정류장에 내려서 횡단보도 쪽으로 가다가,포장마차를 지나쳤다. 아마도 그 포장마차는 항상 거기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기억된다. 그러고 보니 그곳을 자주 지나다녔지만, 한 번도 포장마차에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포장마차를 주시해 보지도 않았는데, 그날은 우연히 가격표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아 이런 가격표, 참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과일주스 가격이 학생과 어른 2가지로 되어 있다. 같은 주스인데 학생과 어른이 다른 가격으로, 어른이 좀 더 비싸게 먹도록 한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된다.
우리가 일상을 살아가면서 의식주, 즉 입고, 먹고, 자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필수적이기 때문에, 빈부의 격차 등 그 어떤 차이가 있더라도 반드시 기본적인 것은 보장되어야 한다. 그런데 사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기처럼 누구에게나 꼭 필요한, 아주 좋은 것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은 보장되어야 하는 의식주에 있어, 그 최소한도 보장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현실이 계속된다면 사회는 계속해서 불안하고 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것을 방지하고 해소하는데 있어 여러 가지 방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비록 제공되는 재화나 서비스는 같더라도 각자의 경제적 역량에 따라 다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누구나 필요한 것들을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차별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될 수 있으리라.. 이 포장마차 주인은 그런 점에서 아주 중요한 점을 일깨워 주었다. 학생들은 아무래도 직접 돈을 벌지 못하고 부모 등으로부터 적은 용돈을 타서 쓰기 때문에, 주스 한 잔 제대로 마시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어른들보다는 싼 가격으로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공부에 지친 학생들에게 주스 한 잔이 더 시원할 것이다. 이런 상식에 기반한 정당한 가격정책이 우리 사회 전반에 적용될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학생들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사람들도 최소한 사람으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자기의 힘으로 얻고 이용할 수 있게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그저 주어지는 자선으로 유지되는 삶이 아니라 자기 힘으로 유지하는 생활이고, 그럼으로써 최소한의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지키면서 기본적인 생활은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포장마차 주인의 배려가 담긴 가격표 하나가 우리 사회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사람들이 서로 배려하면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말해 준다. 이런 가격표를 정말 자주, 곳곳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 안국동 포장마차 가격표. 주스의 경우 학생과 어른의 가격이 다르다.
'내 마음대로'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봉하마을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다 _ 2 (0) | 2009.06.02 |
---|---|
봉하마을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다 _ 1 (0) | 2009.06.02 |
6월, 다시금 정신을 가다듬는다 (0) | 2009.06.01 |
어느 음식점 마당 (0) | 2009.05.31 |
5월 25일 오후 피맛골 (0) | 2009.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