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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대로

봉하마을을 찾아 고인의 명복을 빌다 _ 1

지난 5월 31일, 일요일... 가까운 사람 몇 명과 함께 봉하를 찾았다. 아침 일찍부터 길을 나섰다. 꽤 먼 길이지만, 그래도 국민장을 마친 이후라 지난 일주일보다는 사정이 좀 나아졌으리라 기대하면서, 서울에서부터 내려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봉하마을을 찾아왔다. (나중에 신문보도 등을 보니까 10만명 정도가 다녀갔다고 한다...) 작은 봉하마을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나도 그 사람들 중 한명이 되어 추모의 줄을 만들었다...

무척이나 푸른 하늘 아래에 봉하산과 부엉이바위는 그저 말도 없어 더 슬프다. 너무 사람이 많아, 준비한 것들은 거의 모두가 동이 났을 지경이었지만, 직접 마을까지 찾은 그 애틋한 마음은 직접 마을에 와서 더 커졌으리라.. 산을 올랐다. 줄을 서서, 한걸음 한걸음 봉하산 계단을 따라 올라, 정토원을 찾았다. 마을보다는 적지만, 그래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그곳에도 꽤 많은 사람이 올랐다. 오르는 동안 부엉이바위로 가는 길이 막혀 있을 것을 보았다. 나중에 사자바위까지도 접근을 일부 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영원한 이별을 선택할 정도로 극한의 외로운 고립상황에 처할 때까지 다른 사람과 말을 나눌 수 없는 상황이 두려운 것이 아닐까? 막아서야 한다면 바로 그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방치하거나 내몬 상황이어야 하지 않을까? 사후 약방문처럼.. 그저 허탈할 뿐이다.

하루, 짧은 만남과 이별의 시간을 보냈다.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후회와 아쉬움이 강렬하게 다가온다. 되돌아 서울까지 오는 동안, 이제 뭘 해야지... 잘 정리할 수 없는 질문을 하면서, 이제 곧 벼이삭들이 파랗게 자라날, 그런 분명한 꿈을 담아내기 위해 모내기를 기다리고 있는 논을 보면서, 삶과 죽음은 자연스럽게 서로 순환하는 것, 죽음은 끝이 아니라 진정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고, 희미하게나마 의미를 담아 본다.

고 노무현 전대통령님, 부디 평안히 잠드소서. 당신을 기억하고, 당신의 뜻을 이어갈 당신의 사람들도 잊지 않겠습니다.


* 수 킬로미터 떨어진 봉하마을 입구에 많은 현수막이 여전히 사람들을 향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있다.


* 차는 느릿느릿, 거북이 걸음으로 봉하마을을 향해 가고 있다. 마을까지 이어진 길은 차보다 빠르게 걷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서 걸어가고 있었다. 수많은 만장은 바람에 결코 식지 않는 추모의 마음을 실어 보내고 있었다.



* 마을로 향하는 길에 내결린 수많은 추모의 글들....



* 마을에 도착했다. 사저와 뒤편 부엉이바위... 침묵 속에서 마을을 가득메운 추모객들을 지켜보고 있는 것 같다...



* 봉하산 초입.. 부엉이바위를 왼쪽에 두고 산을 오른다. 푸석한 먼지가 날리는 가운데, 사람들은 뜨거운 햇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애써 산을 오르고 있다. 나도 산으로 들어갔다.



* 부엉이바위 위로 파란 하늘이 너무 무심하다...


* 봉하산길 중간 쯤 부엉이바위로 건너가는 다리는 막혔다. 사람들은 그곳에서 안타까운 마음을 두고 갔다. 저 작은 다리만 건너면, 고인이 마지막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사람사는 세상을 향한 당신의 꿈을 내려놓으신 곳이다.. 지금은 갈 수가 없다. 언제쯤 갈 수 있을까?



* 그리 길지 않은 산길을 오른 후 만나는 정토원 입구.. 사람들은 땀을 흘리는 것인지 눈물을 흘리는 것인지.. 다시 마지막 짧은 길을 오른다. 그곳에 고인이 계신다.